설레는 일은 이미 시작하고 있었다.
와우 이게 '한추진'
어느 날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여있는 단톡방에서 고등학교 친구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한추진', 추진력이 미친 수준의 나에게 그 친구가 붙여준 별명. 나의 성인 '한'에 '추진'을 붙인 것이다.
그 친구는 간단하게 지어준 이름이겠지만, 나의 휴대폰 스크린 상단에 떠오른 이 문장은 나의 20대를 회상하게 하기엔 충분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미루지 않는다. 상황이 된다면 바로,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되게 만들어서 빠른 시일 내에 하려고 한다. 이유를 물어본다면 "하고 싶은 일이 굉장히 하고 싶은 일이기 때문이다."라고 답하고 싶다. 어떻게 보면 농담 따먹기를 하는 듯한 답변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내가 미친 추진력으로 일을 벌이는 이유는 이 이유뿐이다.
나는 이 추진력으로 짧은 고민만으로 많은 일을 벌였고, 굉장히 폭넓은 경험을 해오고 있다.
- 고등학교 때 부반장이 되어 학급 내에 크고 작은 이벤트를 계속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 중학교 때 친구가 보여준 마술을 보고 너무 신기해 곧바로 주말에 전문 마술샵에 방문해 마술 도구와 마술 전문 서적을 구매하여 마술을 배웠다.
- 20살이 되어 정식적인 대학 개강을 하기도 전인 2월에 보드게임 동아리를 창설하였다.
- 보드게임을 제작해 펀딩 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했었다.(무려 2번이나)
- 갑자기 마술 회사에 문하생으로 입사하였다.
- 갑자기 유럽 여행을 계획하였다.
- 갑자기 카페 리뷰 인스타그램을 시작하였다.
- 갑자기 군대에서 두뇌 보드게임 대회를 개최하였다.
누군가에게는 별 일이 아닐 수도 있겠지만, 모두 나에게는 후회가 없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너는 무조건 J일 거다. P일 수가 없다.
나의 MBTI를 모르는 사람들은 나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MBTI를 맞추려 든다. 다른 부분들은 웬만하면 거의 다 맞히는 것 같은데 꼭 J(계획형)로 나의 MBTI를 착각하고는 한다. 나의 MBTI는 ENFP, P(즉흥형)이다. 왜 나를 J로 착각하는지를 물어보면 다들 마치 자신의 mbti인 양 흥분해 이렇게 말하곤 한다.
"항상 넌 벌리는 일이 많은데, 그 벌리는 일을 다 하려면 체계적으로 살고 있는 것 같다."
맞다. 나의 머릿속 마인드맵이 넓어지는 만큼 바인더(플래너)는 꽉꽉 일정들로 채워지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 일을 다 체계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니, 다루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맞지 않을까 싶다. 사실 나는 신중함과 계획, 그리고 체계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저 내가 하고 싶다는 이유만 충족이 된다면 뒷 일보다는 어떻게 시작할까를 더 생각하는 사람이다. 이 바인더도 쓴 지 1개월 밖에 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그마한 기회가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감사한 일임에 틀림없다. 나는 이 기회가 언제까지나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러기에 조금이라도 젊은 나이에, 실패해도 리스크가 없거나 적은 지금 나의 머릿속에 있는 모든 일들을 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