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일기 1 - 첫 쿼터를 돌아보며

by HK

지금 한창 미국 대학원 지원 마감 시즌이다 보니 지원 관해서 주위 사람들이 연락을 주고 있는데, 그렇다 보니 지원을 하던 작년의 내 모습이 많이 생각나는 거 같다. 하나라도 붙자라는 간절한 생각으로 지원을 했던 것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1년이 지난 지금, 문득 나는 내가 그토록 바라왔던 대학원 생활을 하고 있는가에 관해서 의문이 들었던 것 같다. 벌써 미국 온 지도 세 달이 되어가는 중이고, 첫 쿼터가 약 일주일 남은 상황이다. 여러모로 많은 일이 있었던 첫 쿼터였는데, 마침 미국은 얼마 전 추수감사절이었던 덕분에 쿼터 페이스가 한 템포 느려져서 글로 정리할 여유가 생겼다.


CS 석사의 경우에는 보통 크게 두 가지 트랙으로 나뉘게 되는데, 우리 학교 기준으로는 Thesis Track과 Comp Exam Track으로 나뉜다. 보통 그 두 가지 중에서 학생들이 원하는 걸 선택해서 이수를 하게 되는데, 많은 학생들은 수업의 기말고사나 최종 성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Comp Exam Track을 선택한다. 오랫동안 석사를 마치고 취업을 할지 연구를 계속할지 고민을 해왔는데, 가능하다면 박사를 진학하기로 마음속에서 확고하게 결정을 내려서 Thesis Track을 이수하기로 결정하였다. 운이 정말 좋게도 현재 연구실 지도교수님이 지도해 주시기로 허락을 하셔서 연구를 열심히 하고 있다. 석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첫 쿼터 때 목표가 확실하게 정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렴풋이 가지고 있었는데, 무척 다행히도 그렇게 된 것 같다.


수업


보통 미국 서부의 학교들은 쿼터제로 진행이 되는 경우가 많다. (UC 중에서 버클리와 머세드만이 학기제를 택하고 있다) 우리 학교 역시 쿼터제로 운영이 되는데, 그렇다 보니 페이스가 상상 이상으로 빠르다. 수업 난도가 높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힘들다고 인식을 하게 하는 원인은 수업 속도인 것 같다. 10주 동안 빨리 진도를 나가야 하니까 매주 많은 양의 과제를 주는데, 그렇다 보니 학교 개강하고 나서는 주말에도 항상 (당연히) 도서관과 연구실에 출근하면서 일과 공부를 하고 있다. 그중 석사/박사 할 것 없이 모든 대학원생들이 입을 모아 가장 할 일이 많고 특이하다고 한 수업은 단연 로보틱스 수업인 것 같다. 2인 1조로 로봇 자동차를 하나 받아서 Closed-Loop Controller, SLAM, Path Planning 등을 구현해야 하는데, 로봇 calibration을 하는 것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어서 며칠 밤을 새워서 과제를 하는 게 일상이 되었다.


사실 여유롭기만 했다면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할 정도의 난이도는 아니었을 거 같은데, 연구를 병행하면서 코스웍을 듣다 보니 정말 하루에 24시간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된 거 같다. 특히 쿼터제를 경험해 본 적 없이 석사를 시작했다 보니 수업 페이스, 연구 페이스를 조절하는 면에서 어리숙했었고, 적응하는데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우스갯소리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학기제 학교로 석사를 갔을 거라고 친구한테 수차례 얘기했을 정도로 코스웍이 버겁게 느껴졌던 순간이 많았다. 보통 한 쿼터에 수업 3개를 수강하는데, 연구 트랙은 수업 2개만 듣고 남은 시간 동안 연구를 할 수 있어서, 연구 트랙으로 확정이 된 다음 쿼터는 이번 쿼터보다 연구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연구


우리 연구실은 로보틱스, 컴퓨터비전을 연구하는 연구실인데, 학생들 중 80%가 로보틱스를 하고, 나머지 20%는 비전에 집중하고 있다. 나는 그중에서도 비전팀에 속해있고, 그동안 주력으로 해왔던 3D/4D 복원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추후 석사 졸업 연구는 Robotic Manipulation 방향으로 확장을 해나갈 생각이 있다.


한국과 연구하는 방식은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느낀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여기는 공동 연구를 굉장히 권장한다는 것이다. 물론 연구실마다 상황이 다를 수는 있지만, 보통 한국에서는 연구를 같이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도 본인의 주 연구가 있기에 내 연구를 보조하는 정도였는데,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하나의 연구를 같이하는 게 잘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우리 연구실에서 최근에 나온 대부분의 논문들은 공동 1 저자로 구성되어 있다. 로봇을 직접 다루는 연구가 많다 보니 혼자서 연구하는 것에 아무래도 한계가 있어서 같이 연구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나 역시도 학부 막학기인 친구랑 같이 공동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 친구랑 이야기를 하면서 많이 배우는 점도 있고 서로 나눠서 일을 하다 보니 효율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총평

유학 오기 전에 뛰어난 사람들 사이에서 주눅이 들까 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다양한 사람이 많은 환경에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실패를 할 거면 지금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시기였고, 운이 좋게도 나름대로의 수확을 거둘 수 있었던 시기였다.


매 순간 "내가 여기까지 와서 연구/공부를 하는 이유가 뭐지?"라는 것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했다는 걸 느끼기도 했다. 한국과는 다르게 학부처럼 수업을 잘 듣기만 해도 석사 졸업을 할 수 있는 조건이고, 그 누구도 내가 나서지 않으면 챙겨주지 않는 환경이기에, 스스로 나 자신을 홍보하고 (여기는 링크드인으로 자기 자신을 홍보하는 걸 엄청 중요시한다), 일을 만들어내고 직접 해결해 나가는 것이 당연하고 중요한 곳이다. 결국, 스스로 왜 여기로 유학을 온 건지 계속 되뇌면서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던 첫 쿼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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