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by 배상근

변화는 다수가 만드는 것이 아니야

의료제도를 보면 대부분의 의사결정구조가 공급자, 수요자, 공공 부문으로 나누어서 비슷한 비율로 참여하게 되어 있다. 누구도 일방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도록 해놓았는데, 이를 두고 의사 단체들은 공급자 외 나머지가 2/3을 차지하니 항상 정부가 의사결정에 일방적으로 권한을 행사한다고 하지만, 이는 이해관계자들의 다양한 의견이 논의되도록 하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어떤 방식으로 제도를 만들어 놓아도, 사람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없으면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고, 그저 법적인 제도나 규정들은 최소한으로 필요한 요소들만 보장하고, 나머지는 참여하는 개인이나 조직들이 만들어가기 나름이다.

여당의 총선참패로 국회에서는 야당 단독의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고, 대통령의 거부권이 유일한 견제 장치로 남아있다. 그러나 최소한의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고 민주주의 선거제가 존재하는 이상, 현실에서 정치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애초에 법이나 제도를 만들기 이전에 과정이 훨씬 더 중요하고, 이러한 과정을 진행하는 것은 법적인 권한의 크기, 조직의 규모, 재정의 풍부함 등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현실 문제를 있는그대로 받아들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에 뛰어들어 행동하는 것만이 필요하다. 지금 정치가 비판받거나 무시당하는 것은 여당이고 야당이고 이러한 행동이 너무나 부족하기 때문이고, 아무도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짜놓은 프레임대로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곳에서 고생을 하고 나면 이후에 그 열매나 과실을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스스로의 행동과 과정에 기반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일들을 적당히 조합하거나 현실에 맞춰서 마무리하는 것이 현실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다. 2000년대 이후에 규모로 집단 싸움만 하면서 사회 문제의 해결은 없이 겉보기에만 서로 사이좋게 지낸 결과가 지금의 무능한 정치 행태인데, 이는 공식적인 정치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여러 부문의 행동에서 그대로 이어진 결과이다. 변화를 이끌어낸 개인이나 조직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초기에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는 것도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때부터 시작해서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이 집단으로 우르르 몰려다니면서 도대체 뭘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것을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과 변화하고 발전하는 것은 분리되지 않는데, 지금은 현실이 정체된 상황을 모든 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서 행동 변화가 시작되는 법인데, 이제는 더이상 달라질 것도 없는데 좀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을 봤으면 좋겠다.

시작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부터

모든 것은 움직이기 나름인데, 겉보기에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들이 행동하면서 변화하는 것은 어떤 것으로도 막을 수 없다. 이는 생존에 관련된 문제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움직임이 없을 수는 없다. 그리고 어떤 것을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과 변화나 발전은 분리되지 않는다. 사람의 생각은 행동하는 데에서 드러나게 되는데, 말하는 내용은 지식을 얘기할 수 있지만 행동은 자신의 현실 인식과 해결방법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무리 복잡한 지식을 얘기해도 현실의 변화나 발전과는 동떨어진 내용만 얘기하고 있으면, 이는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개인이나 조직이나 새로운 일들을 끊임없이 시도해야 발전할 수 있는데, 오히려 상식에 가까운 지식이나 행동이 현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용이하고, 여러 상황에서 좀 더 바람직한 경우가 많다.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든 정치적 성과를 위해서든, 행동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구성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일로 집단적인 행동을 이끌고 가는 것은 사람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막아 조직을 망가뜨리게 된다. 집단 행동은 현실 문제를 기반으로 이를 해결하고 개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임이 나타나도록 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는 일들에 에너지를 써먹으면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퇴보하게 된다.

코로나 감염자 수가 증가하고, 사람들이 감염병에 공포심이 생길만한 상황이 되면 감염관리 업무를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이를 감기라고 하면서 정리하려는 마음이 생기게 되지만, 중국을 막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면서 3T를 정당화하고 대규모 국가 예산을 쓰면서 규모를 키우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올만한 행동을 막으면서 개인이나 조직이 발전하는 것을 막게 된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른 후송에 있어서 병의원 간의 네트워크는 지역별로 자연스럽게 운영될 수밖에 없는데, 개혁을 이야기하면서 지역은 무시하고 전문 과목별, 영역별로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고 다 바꾸겠다고 하면, 재정투입이 끝나면 다 원래대로 돌아가게 된다. 동네 의원들끼리 과목별 경계가 명확하지도 않은데 무리하게 재정을 투입하면 오히려 자율적인 행동을 막아 네트워크 형성에 방해가 된다.

대규모 재정 투자를 이야기하고 의대정원 증원 수로 논쟁을 벌이면서, 서울과 지방, 공공과 민간 등의 기존 갈등 구조만 되풀이해서 얘기하고 있다. 의료체계에 불균형이 생긴 것은 서울지역 대형병원들의 무분별한 확장과 이를 견제할만한 조직이나 제도의 부족에 있는데, 서울지역 대형병원들의 무분별한 확장은 진료권별로 병상 제한을 제도적으로 확립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고, 이에 대해 공공 분야 투자를 통해 비슷한 규모로 병원을 키우는 것이 이를 막거나 견제하는 것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지방 환자를 유치하지 않으면 현재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듯이, 정부 예산 투자에 의한 규모 확대는 의료체계 내에서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공병원이 살아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실을 키우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서울 대형병원은 의료기술 발전에 대한 정당성을 주장하고, 반대편에서는 무리한 규모 확장과 의료체계 내의 악영향을 지적하면서 정치 논쟁이나 벌이고 있는데, 이는 제도적으로 병상 제한을 하지 못한 데서 시장 실패로 비효율성이 나타나는 데 기인한다. 대형병원에 불필요하고 온전히 다루기도 어려운 일차의료 관련 조직을 확대해온 것들이 국가적으로는 비효율성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이를 옹호하는 의료 광고나 정책 홍보 등은 늘어나고 있었는데, 이를 없애지 못하면, 끊임없이 불필요한 논쟁이 나타날 것이고 이는 여러 조직을 망가뜨리게 될 것이다. 과거부터 이러한 논쟁은 늘 있어왔지만, 이정도로 무리하게 나타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에 한쪽에서는 의대정원 2000명 증원을 주장하고, 반대편은 전공의가 사직하고 학생들이 휴학을 하니, 이후로 각종 이유를 들어가며 단체 행동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는 그저 현실 변화를 막고 있는 것이고,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는 행동이 아니다.

예전부터 이면에서는 이러한 행동들이 그대로 있었지만, 이정도로 노골적으로 행동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미 전공의나 학생들도 이제는 정부나 의료관련 여러 집단들의 행동을 명확하게 인식했을 것이고, 행동이 변하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변화가 없을 것 같지만, 이미 움직임이 나타날 만한 모든 상황이 만들어져 있는데, 끝까지 막고 있는 것 뿐이다. 정책을 둘러싸고 아무리 논쟁을 벌이고, 단체 행동을 이어가더라도 대안을 얘기하지 않는 한, 아무런 영향도 있을 수 없다. 지금까지 서울 대형병원들이나 의사협회가 어떤 변화를 만들만한 행동을 한 적도 없고, 아직도 별다른 대안 제시도 없이 행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지금은 대표자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공의나 학생들 각자가 자신을 위해 행동을 하는 것이 유일하게 필요한 일이다. 이번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들도 행동할 수 있는 시기는 얼마남지 않았는데, 마지막으로 과감하게 돌아가는 것도 보고싶기는 하다. 애초에 정부나 정치권은 자신들의 일을 하고 있는 것 뿐이지 적은 아니었고, 2000명을 주장한 전문가 집단을 비판하는 것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개인이 행동하고 발전하는 것은 분명한 현실 인식에서 시작하는데, 전공의 보호를 명목으로 집단 행동을 하고, 환자 핑계대면서 취소하고 있는 행동은 현실에 아무런 영향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집단 행동에서 빠져나와 스스로 자신의 일을 찾아가는 것은 변화이고 발전이고 현실에 영향을 주는 일이다.

코로나나 의료정책이나 불필요하게 규모를 키운 일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허우적대고 있는 사람들을 벗어나는 것은 당연하고, 앞으로 이번 경험도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뭐 이정도 일을 가지고.

작가의 이전글현대사회로 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