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언론은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 문제를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이 투표에서 나오고 여론이 중요하니, 자신들이 힘이 있다는 얘기는 줄기차게 했지만, 점점 더 노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 어느 순간 대통령이나 정치인의 여론조사를 별 의미도 없이 매주 보도한다. 기사나 보도 내용을 보면 힘이 있는 곳에서 써먹을 만한 내용만 얘기하는데, 편가르기, 마녀사냥, 영웅놀이 등 집단적으로 권력을 집중시키기 좋은 내용들을 주로 이야기한다. 뉴스가 주로 특정 기준을 이야기해서 비판을 하기 마련이지만, 기사의 사건이나 내용은 전적으로 언론의 선택인데, 점점 더 공개적으로 힘자랑을 서슴치 않는다. 아마도 대통령 탄핵 이후로 여론에 영향을 미치려는 현상이 여기저기서 생겨나는데, 주요 언론사도 내부적인 질서나 통제장치가 약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가 점점 발전하니 여러 분야에서 전문 지식을 갖출 것을 요구받는데, 언론도 여러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자신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잃어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취약계층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사회경제적으로 어느정도 발전한 국가에서 취약계층의 이야기도 생존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지 않은 이상은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한다. 저소득층이나 장애인의 문제도 기초생활보장 외에는 뚜렷한 해결방안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권력을 집중시켜서 정치적인 효과는 있을 수 있어도 결과는 아무것도 나올 것이 없다. 예전에는 이런 일을 현실의 다른 문제와 연결시켜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면, 요즘에는 집단적인 의무를 강조하면서 정치 소재로 써먹기나 할 뿐, 어떤 의도인지 알 수가 없다.
예전에는 정치적인 문제를 가리기 위한 용도로 연예인 사건사고를 써먹었다면, 요즘은 공인도 아닌 연예인을 사회 문제로 써먹는데, 보여주는 현상은 없고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을 휘두르는 힘자랑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즘은 정치 팬덤도 이런 식으로 소비되는 것 같은데, 정당에서 정치 싸움을 의도적으로 하는 정치인들을 당선시키기도 하지만, 언론도 자신들이 써먹기 좋아하는 내용을 얘기하는 정치인들을 의도적으로 띄우기도 한다.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만 보면 정치를 여론을 만들어서 싸우면 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요새 군대 사고 얘기를 시리즈로 보도하는 언론과 이를 옹호하는 정치인들을 보면, 자기네들끼리 컴퓨터 게임을 만들어서 놀고 있는 것 같다. 대통령이 한번 탄핵되고 나니, 여론을 통해 집단싸움을 만들고 대표자를 공격하는 것이 유행처럼 생기는데, 언제까지 그런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통령 탄핵도 반복되면 정치 효능감이 없을 것인데, 그 다음엔 강대국인 미국이나 중국에 붙어서 정치 장사를 할지도 모르겠다. 뉴스는 정치로 도배되고 있고, 전문 지식은 잘 얘기하는데, 갈수록 완성도는 떨어지고 사회에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런 행동들이 반복되면서 언론 스스로 능력이 떨어지고 있는지, 최근에는 사회의 움직임이나 변화를 찾아내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에 변화를 일으킬만한 움직임은 여러 집단에서 비판받기 마련인데, 언제부터인지 이런 내용들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변화나 혁신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서는 이야기를 적절하게 전해주는 매체가 있어야 하는데, 권력이 있는 곳의 이야기만 전하다 보니 방법을 잊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권력도 돈도 지식도 직접적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특정한 행동을 하면서 변화나 발전이 나타나는 법인데, 자신들이 힘이 있는 곳에 붙어서 변화하지 않으니 이러한 사건을 찾아내는 능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언론사들이 광고가 줄어들고 있다고 하던데 돈으로 먹고사는 기업이 바보도 아니고, 너무도 당연한 현상이다.
코로나 시절에 일정한 프레임을 짜고 정부의 입장만 줄기차게 얘기하였듯이, 이번 의료 정책에 대해서도 언론은 이번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와 이에 피해를 입는다고 생각하는 서울 대형병원의 입장만을 집중적으로 보도하였다. 환자의 입장을 보도하기도 하였으나, 오랜시간이 지난 지금이라면 몰라도 의사들이 응급진료를 소홀히 하지도 않거니와 단기간에 진료 문제가 그리 크게 나타날 수가 없다. 이번 정책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는 집단은 서울의 중소 대학병원들과 전공의, 의대생들인데, 언론의 이들의 입장을 정확하게 반영해서 보도한 적이 없다. 기본적인 해결방안도 얘기한 적이 없고, 위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기존 의료 정책의 주요 참여자인 정부와 서울 대형병원의 입장만을 얘기하였고, 지금도 이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는데, 정부와 서울 대형병원들이 번갈아가면서 동일한 얘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이런 뻔한 얘기를 왜 쓰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상대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거나, 위기를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동력이 생겨서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게 될 수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체로 집단을 나누어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집중적으로 전하면 이는 자원과 에너지만 낭비하고 달라지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2000명을 이야기하면서 자신들의 복잡한 지식을 자랑하지만, 현실에서의 변화를 제대로 설명하지도 못하는 전문가 집단보다는 기본적인 내용을 분명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것이 낫다. 전공의나 학생 핑계로 사직 운운하면서 똑같은 얘기만 줄기차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병원의 위기를 겪으면서 진료를 이어나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낫고, 일부 대학의 대표들보다는 여러 지역의 전공의들의 입장을 다양하게 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료체계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의사이다. 법이나 제도적으로 권한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보건의료 관련 직업은 여러 직역이 있지만, 현실에서 환자 개인에 대해 일정 수준의 의료 질을 보장하고 의료체계가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직역은 의사이다. 제약회사나 정치 권력도 전문 직역에 영향을 미치는데, 다른 직역은 뛰어난 개인들은 있을지 몰라도 사회적으로 집단이 인정받을 정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 이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충분하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의료 분야에 면허제도를 운영하는 데에는 충분한 역사적 경험이 있는데, 의료체계가 무너지면 피해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겪는다.
이러한 현상들은 비단 언론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사회경제적으로는 발전했지만, 외부의 변화에 대응하기 급급했고 그 과정에서 내부적인 성찰이나 반성이 없었기 때문에 고유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외형적으로 사회경제적인 발전을 어느정도 이루고나니 더이상 에너지가 없는지, 아니면 누가 해줄거라고 생각하는지, 각자 집단에 붙어서는 새로운 시도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심지어 사회의 이야기를 전하는 언론조차 힘있는 여러 집단에 편안하게 붙어서 뻔한 이야기만 전하는 웰빙 언론이 되어가는데, 이는 변화의 동력을 잃은 사회의 수준 저하를 보여줄 뿐이다.
전공의나 학생들도 빨리 돌아가야 하는데, 쟤들이 능력이 없어서 못하는 것이지 안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이 그리 만만하지도 않지만, 돌아가서 능력을 키워야 이후에 뭐라도 할 수 있다. 쓸데없는 시간낭비하지 말고, 일하면서 얼마든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얘기를 하려면 병상 제한 등의 기본적인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해야 변화 가능성이 있는데, 지금도 유명한 사람들이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하지만, 병상 제한은 절대로 얘기하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