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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미숙 Dec 09. 2024

18. 파란 나무

그림이야기책 상징 읽기

글·그림 아민 하산자데 샤리프, 옮긴이 유영미/책빛   


 작가 아민 하산자데 샤리프

  1979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났다.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이다. 2001년 이탈리아 볼로냐 미술 아카데미에서 마스터 클래스를 마치고, 현재 이탈리아에 살면서 다양한 전시와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2007년 벨그라도 비엔날레에서 황금펜상을 수상하였고, 2014년 볼로냐 국제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다. 작품으로는 <Moon hunters>, <Spring Morning>, <A friend of the inhabitants> 등이 있다.    

      

작품 줄거리

  어느 마을 한가운데에 아주 커다란 파란 나무가 있었다. 나무는 튼튼하고 아름다웠다. 나무 줄기는 모든 집의 창문과 문 안으로 뻗었다. 마을 사람들은 파란 나무를 사랑했다. 왕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파란 나무를 더 좋아하는 것을 시기하여 나무를 베어 버리게 했다. 파란 나무를 살려 달라는 사람들의 외침을 무시하고 나무를 벤 그 자리에 왕의 조각상을 세웠다. 그 후 집집마다 파란 나무가 자라나 마을 전체가 파란 숲을 이루었다.      

작품 들여다보기     

  볼로냐 국제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도 선정된 그림이야기책이다. 

  표지 그림은 건물들 창문마다 파란색의 나무가 밖으로 뻗어 가지들이 넓게 퍼져 나가는 그림이다. 집 안에서 창밖으로 자라는 파란 나무, 표지부터 상징적이다.      

  장면마다 그림이 대체로 어둡다. 건물들과 땅, 사람들까지도 검은색과 채도 낮은 갈색을 주로 사용하여 책 전체 그림이 무채색에 가까운데, 주인공인 나무만이 선명한 파란색이어서 대비를 이룬다. 판화로 배경 그림을 먼저 찍은 다음 그 위에 파란색 유화 물감으로 나무를 그렸다고 한다.    

 

  첫 장면이다. 마을 한복판에 아주 커다란 파란 나무가 있다. 파란 나무는 아름답고 땅에 튼튼하게 뿌리가 박혀 있다. 나뭇가지는 모든 집의 창문과 문으로 들어가 집의 반대쪽으로 뻗어 나온다. 파란 나무가 모든 사람들의 집을 아우르는 모습이다. 


  마을 사람들은 파란 나무와 어울려 살며 행복하다. 모두가 파란 나무를 사랑한다. 모든 사람의 삶에 깊이 뿌리 박혀 있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파란 나무’는 ‘자유를 상징한다. 자유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고, 예술을 즐기며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이 마을을 다스리는 왕이 있다. 왕은 절대 권력을 가진 자이다. 왕만이 파란 나무를 싫어했다. 파란 나무가 왕궁보다 더 아름답고 사람들에게 더 칭송 받는 것을 시기해서다. 왕은 성벽을 더 높이 쌓고 왕궁 가까이에 있는 파란 나뭇가지들을 자르게 했다.      

  그림을 보면 왕이 서 있는 어둡고 생명감 없는 왕궁이 있는 왼쪽 그림과, 밝은 세상 속에서 파란 나무가 생명력 있게 뻗어나가는 오른쪽의 그림이 서로 대조를 이룬다. 왕궁을 향하는 파란 가지들이 세로로 잘려 있는데, 맨 위의 튼튼한 가지 하나가 왕궁 건물까지 뻗었다. 권력자가 사람들의 자유를 침해하나 사람들의 자유 정신은 끊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담긴 상징적인 그림이다. 

  불의한 권력자는 백성의 자유를 싫어한다. 그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삶보다 자신의 권세와 권력을 견고히 하는 일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의 자유와 평화, 행복한 삶보다는 저 혼자만의 권세, 부귀, 영광을 누리는 것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파란 나뭇가지가 뻗치지 않은 곳이 없어 왕의 행차에 방해가 되었다. 사람들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길을 왕은 머리를 숙이지 않고는 지나가지 못한다. 왕이 말 위에 높이 올라타고 높은 관을 썼기 때문이다. 높이 올라타고 높은 관을 쓴 것은 자신의 권세와 위엄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기 위함이다. 백성이 가진 자유 정신이 강할 때 권력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다.  


  백성들의 가슴 깊이 뿌리 내린 자유 정신은 권력자의 억압을 용납하지 않는다. 백성들의 자유 정신이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느낀 권력자는 무력으로 백성의 자유를 말살하려고 한다. 왕은 파란 나무를 베어 버리라고 명령한다.



  파란 나무가 잘리는 장면이다. 굵고 단단한 파란 나무가 밑동까지 잘려 나가는 모습을 강조하여 그린 그림이다. 톱과 도끼 등을 든 군인들이 나무를 자른다. 붉은색 옷을 입은 군인들이무장하고 서 있다. 군인들의 붉은색 옷과 나무의 파란색이 대비를 이룬다. 의롭지 못한 권력자가 백성의 자유를 무력으로 말살하는 상징적인 그림이다. 


  사람들이 파란 나무를 살려 달라고 외친다. 시위에 나선 사람들은 아이와 노인, 남자와 여자할 것 없이 모든 사람들이다. 그들은 위협에 굴하지 않고 모두 한 마음 한 목소리로 자유를 뺏지 말라고 왕에게 주장한다. 자유는 모두에게 생명처럼 소중한 것이기 때문이다.

  왕은 자유를 보장해 달라는 사람들의 요구를 묵살하며 무력으로 막는다. 그림의 오른쪽 끝부분을 보면 총칼이 사람들을 향해 있다. 


  왕은 파란 나무를 베어 낸 자리에 자신의 조각상을 세웠다. 환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명령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군인들만 무장을 하고 동상을 지킨다. 파란 나무의 생명력으로 활기 가득하던 마을이 죽은 듯 싸늘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놀라운 일이 생긴다. 사람들의 집에 남아 있던 잘린 가지들이 뿌리를 내려 집집마다 파란 나무가 자라나 핏줄처럼 퍼져 마을 전체가 아름다운 파란 숲을 이룬다. 

  불의한 권력자가 무력으로 백성의 자유를 말살하려 하지만 사람들 마음 속에 뿌리 내린 자유 정신은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자라난다는 뜻이다. 오히려 억압으로 인해 자유 수호 의지가 더 강해졌음을 상징적인 그림이 말해 준다.  

    

  작가 아민 하산자데 샤리프는 조국 이란의 어지러운 정치 상황 속에서 한 작은 마을의 몇백 년 된 고목이 권력자의 조각상을 만들기 위해 베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아 시대의 어두움에 맞서 자유와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 이 그림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뒷면지의 그림이다. 파란 나뭇가지에 가로막힌 왕의 모습이다. 민중의 자유 정신은 그 어떤 권력보다 강하다는 메시지를 한 번 더 강조하며 책을 마무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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