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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심 Jul 27. 2024

감정은 세금 고지서와 같다

회피했던 감정의 폐해

감정은 세금 고지서와 같다. 

세금 납부를 미루어도, 언젠가는 세금을 내야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감정을 제때 느끼지 못하면 

과거 사건은 끝났어도 그 사건으로부터 파생된 감정은 여전히 생생할 것이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감정은 회피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이 내게,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단순히 잊으라고 하였다. 상처받은 경험과 그로 인해 파생된 감정은, 본인의 의지로 잊을 수 없다. 감정을 회피하는 것은 결국 본인에게 더 큰 화로 돌아올 수 있다. 



나는 지난 수년간부터 현재까지 과거 상처, 트라우마가 떠오르는 현상으로 인해 괴로워해 왔다. 과거 상처는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상기되었다. 이는 내가 하는 일들을 방해하였으며,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렸다. 


학업에 집중하려 할 때 

지인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길을 걸을 때 

독서를 할 때 

시도 때도 없이 

과거 겪었던 사건 및 그것에서 파생된 괴로운 감정들이 떠올랐다. 


당시 별사건이 없더라도, 나도 모르게 화가 나 있거나 기분이 안 좋은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는 갑자기 떠오른 과거 상처로 인해 기분이 안 좋았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어느 순간에, 무슨 이유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등 감정에 대한 메타 인지 능력이 매우 떨어져 있던 상태였다.  


최근 들어서야 심리, 정신 건강, 에세이 등 여러 서적을 읽었다. 

이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한 글을 쓰면서 내 감정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와 관련된 사건들을 ‘글’의 형태로, 가시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에 따라 내가 어느 순간, 무슨 이유로,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에 대해 파악하는 메타 인지 능력이 좋아지고 있다. 혼란스럽던 나의 감정이 과거에 비해서는 정리되는 중이다.



이렇게 나의 감정에 직면하고 이를 들여다보는 노력을 현재는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과거의 나는 안타깝게도 내 감정을 등한시하였다. 

과거의 나는, 나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존중해 주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특정한 나의 모습을 상정하고 그 모습을 향해 나아갔다. 


문제는 이 둘 사이의 괴리가 컸음에도 스스로 당시 모습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려는 태도는 거의 없었다. 내가 원하는 모습에 닿지 못하는 나 자신을 채찍질하였다. 

즉, 나의 감정, 정서 같은 ‘나 자체’에 집중하지 못하고, ‘되어야 하는 나’에 집중하였다. 


그래서 과거 스스로와 주변 환경으로부터 돌봄 받지 못한 감정, 상처들이 최근 들어서야 상기가 되어, 현재 나를 괴롭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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