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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필심 Aug 07. 2024

군대에서 발견한 예술성

나의 '예민함'이 '예술성'으로

"내가 봤을 때 너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단지 남들에 비해 예민할 뿐이야."


"근데 너처럼 예민한 사람들이

미술이나 음악 같은

예술 쪽에 재능 있는 경우가 많아."



"잘 찾아봐.
분명 너도 예술 쪽에 재능 있을 거야."



필자가 군인일 당시,

행정보급관님이 했던 말씀이 잊히질 않는다.



그동안의 필자가 만나왔던 사람들은

필자의 '예민함'을


'다루기 까다로운 것'

'남성성에 부합하지 않는 특성'

'귀찮은 것'

등 부정적으로 보며

없애야 하는 특성으로 치부하곤 했다.


그래서 그들은 내게

'유난 떤다'

'그렇게 살지 마라'

'왜 이렇게 예민하냐'

등의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근데 이 행정보급관님은

필자의 예민함에 대해 긍정적 가능성을 시사해 준

몇 안 되는 분이었다.



행정보급관님 덕에, 나의 예술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군입대 하기 전 학창 시절에는

필자의 주위에 예술 계통 사람들이 없었을뿐더러

내게 예술 쪽의 가능성을

제시하거나 암시해 주는 사람이 전무했다.



행정보급관님의 말씀을 상기하며,

군대에서 얻게 된 것은 다음 3가지였다.


1 예술성이 내재화되어 있을 거라는 가능성

2 나의 '예민함'이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

3 글쓰기 실력



글쓰기에 대해 말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필자는 군대에서 나의 기쁨, 슬픔 등

나의 감정이나 나에 대해 발설할 사람이 없었다.

내 이야기를 할 사람도 딱히 없었고

학교폭력 후유증 때문인지 또래 남성들이 두려웠고

많은 인원들에게 선을 그었다.


지독히 외롭고 괴로웠다.

내 이야기를 나눌 이 하나 없다는 게.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틈날 때마다

나의 마음이나 상처, 하고 싶은 말에 대해

'글'의 형태로 남기기 시작했다.

아니, 발설하고 갈기기 시작했다.


근데 쓰다 보니, 꽤 예술성 있어 보이고

그럴듯한 '작품'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를 주변 지인들에게 공유해도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나의 글에 대해.


그래서 깨달았다

내가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그리고 어쩌면 작가도 될 수 있겠다는 걸.

확실하게는 전역 후 글을 써봐야겠다는 걸.


작가가 되든,

작가가 아닌 취미로 삼든, 어떻게 하든

그저 글쓰기가 좋았다.


내게 글쓰기는 예술이었다.


내가 던지고픈 메시지를 말의 형태가 아니라

충분히 생각한 후에 기록할 수 있고

또 흘러가고 떠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가시적이고 예술적이며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는 게

글쓰기라고 생각한다.



다시 행정보급관님 얘기로 돌아와서,


행정보급관은 상관이고

필자는 부하 입장이었는데,


필자를 단지 도구가 아닌

나의 가능성을 제시해 주는

인격적 존재로 본다는 측면에서

행정보급관님께 감사하다.


(사실 인간이 인간을 도구화하지 않고

인격적 존재로 보는 게,

공감 능력이 내재화된 인간의

지극히 정상적이고 당연한 모습이기는 하지만...

군대에서는 그런 인간 같지도 않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서...)


행정보급관님은 어느 정도

위에서 말하는 공감 능력을 갖추고 있었고

그래서 내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었다.


이렇게 나의 예술성을 알아봐 주는

행정보급관님의 말씀 덕분에


'글'이라는 '예술'을 지속할 수 있었고

이렇게 브런치 작가까지 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미술 분야에도 도전하게 되었다.


사실 '미술'이라고 거창하게 말하기 좀 그렇기는 하지만,

컬러링북을 사서 색에 대한 감을 익히고 있고

9월부터 미술 관련 강의도 들을 예정이다.


음악에 재능이 있는지는 음...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거는 음악이 나를 움직이고

감동시키며 전율이 흐르게 한다

그래서 취미로, 리스너 입장으로서

음악을 잘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 정도.


행정보급관님 덕에

글쓰기, 미술, 음악에 대한 가능성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전역 후, 여러 서적들을 통해서

나의 '예민함'이

'민감함', '섬세함'

이라는 단어로 순화될 수 있고,


이것이 곧 재능이 될 수 있다는 걸

여러 번 접하긴 했지만


서적이나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 상에서 사람이 내게 말해주는 경우는

몇 분 안 계셨는데

그중 한 분이 행정보급관님이었다.



그동안 군대를 갔다 온 것에 대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시간적으로나

잃은 측면이 많다고 생각했었는데


본 글을 통해, 필자는 거의 처음으로

군대에서 얻은 것에 대해

정리하고 상기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게는 예술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나의 예민함은 예술성을 발휘하는 데 장점이 된다고.


그리고 이렇게 '글'이라는 '예술'로

나의 예술성을 여과 없이 발휘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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