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도리 Sep 26. 2024

업로드된 진심

초등학생을 위한 동화

4장 교실 속 작은 눈동자들


5학년 2반 교실은 이제 완전한 긴장 상태였다. 아이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민준이는 끊임없이 주변을 둘러보며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지 확인했다. 유진이는 연필을 깎을 때마다 주위를 살폈다. 심지어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누군가의 의심을 살까 조심스러워했다.

"야, 너 왜 그렇게 자주 화장실에 가?" 

누군가가 물었다.

"그... 그냥..." 

대답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율이와 서하는 이 상황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교환했다.

"이러다 우리 반 전체가 정말 이상해질 것 같아." 

하율이가 한숨을 쉬었다.

서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모두가 서로를 감시하고 있어. 이건 정말 건강하지 않아."

그때, 교실 뒤에서 조용히 손을 든 아이가 있었다. 바로 지민이었다.

"저... 제가 할 말이 있어요."

모두의 시선이 지민이에게 향했다. 지민이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핸드폰을 꺼냈다.

"사실... 제가 그동안 우리 반의 모습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리고 있었어요."

교실이 순간 조용해졌다가 곧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왔다.

"뭐? 네가 우리를 몰래 찍었다고?"

"그럼 우리가 서로 의심하는 모습도 다 올린 거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아이들의 분노와 배신감이 지민이에게 쏟아졌다. 하지만 지민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어갔다.

"잠깐만요! 제 설명을 들어주세요. 저는... 우리 반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싶어서 영상을 올렸어요."

지민이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교실 TV에 연결했다. 화면에는 그동안의 5학년 2반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서로를 의심하고, 눈치 보는 모습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영상 아래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다.

"아이들아, 서로 믿음을 가져봐. 의심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

"선생님이 중재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솔직하게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떨까요? 숨기는 게 있다면 다 털어놓고."

아이들은 놀란 표정으로 영상과 댓글들을 지켜봤다.

하율이가 앞으로 나섰다. 

"얘들아, 우리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서로를 감시하고 의심하는 동안, 우리는 점점 더 멀어지고 있어."

서하도 거들었다. 

"그래, 지민이가 한 일은 잘못됐지만, 우리도 문제가 있어. 우리 모두 서로를 너무 의심하고 있었던 거야."

교실은 다시 한번 조용해졌다. 아이들은 각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리를 몰래 찍은 건 잘못된 거 아니야?" 

누군가가 조용히 물었다.

지민이는 고개를 숙였다. 

"네, 정말 죄송해요. 제가 여러분의 동의 없이 찍은 건 큰 잘못이에요. 하지만 저는 정말로 우리 반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어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때 평소 말이 없던 민지가 입을 열었다.

"지민아, 네가 한 일은 분명 잘못됐어. 하지만 우리도 서로를 너무 쉽게 의심하고 판단한 것 같아. 우리 모두 반성할 점이 있는 것 같아."

하율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우리 모두 잘못했어. 이참에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하고, 더 나은 반이 되어보는 건 어때?"

서하도 동의했다. 

"맞아. 우리가 서로를 감시하는 대신, 서로 믿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게 어떨까?"

아이들의 표정이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지민이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정말 미안해요, 여러분. 앞으로는 절대 몰래 찍지 않을게요. 대신... 우리 모두의 동의를 얻고, 우리 반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는 건 어떨까요? 좋은 점도, 개선할 점도 함께요."

교실에는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서서히, 작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들이 늘어갔다.

"근데, 그 '쳐다보지 마시오' 쪽지는 대체 누가 붙인 걸까?" 

누군가가 궁금해했다.

그 질문에 교실은 다시 한 번 술렁였지만,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아이들의 눈빛에는 의심 대신 호기심이 깃들어 있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운동장의 소리와 함께, 5학년 2반은 새로운 시작을 향해 첫 발을 내딛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비밀을 함께 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작가의 이전글 업로드된 진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