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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Jun 21. 2024

강제된 양심

느낌





      강제된 양심        /   김순호 

   



       억대의 돈을 주워 주인을 찾아준 미담에 칭찬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우리 주변 어디에나 설치된 cctv 가 이뤄낸 성과라 할 수 있다.

강제된 양심, 이것을 인간의 본모습이라 하기엔  솔직히 겸연쩍다. 어디서나

번득이는 카메라를 의식한 우리의 이성은 돈다발을  접했을 때 순간 스치는

유혹을 억누르며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반드시 잡히고야 만다는 판단과 함

깨 신고를 하게 될 것이다. 


      /문을 암만 잡아당겨도 안 열리는 것은  안에 생활이 모자라는 까닭이다/

이상李箱의 (1910~1937)  가정家庭이라는 시의 부분이다. 

      문을 암만 잡아당겨도 안 열린다는 것은 문이 잠겨서가  아니라 닫힌 문을

열고 선뜻 들어가기가 두려운 가장의 위축된 궁핍을 표현한 글이다.


  집안에 병든 가족이 있어서, 굶고 있는 아이의 얼굴이 떠올라서, 가난한 애인과

함께 있고 싶어서 등등, 앞뒤 가릴 여유도 없이 돈을 품고 도망치다 잡히는  소설

같이 순진한 사람은 이 시대엔 없다.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랑엔 충실

했지만 도덕적으론 불량한 죄인이 된다. 그때 사람들은  어리석다고 비웃으며 줄

줄이 야유의 댓글을 또 달 것이다. 잃은 사람의  안타까움을 생각해 찾아 주는 것

이 백 번 옳지만 '견물생심'이라는 말처럼 우선 살고 보자고 줄행랑을 치는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인간적인 사회라 할 수 없어 씁쓸하다. 이런저런 사연으로 실수한

사람의 사연에 동정의 성금이 이어지던 때가 있었다. 남루했지만 그때가 사람 사는

세상 같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모두가 양심적인 투명한  세상에  도둑이 없는

대신 사기가 만연한 세상의 주범이 두 얼굴의 cctv 라 지목한다면,  어떤 비난이

도 감수해야 한다. 


       나는 책 속에서 상상이 현실화된 큐알코드를 클릭해  <카스파르 프리드리히>

의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같은 명화를 앉아서 감상하고 전설의 카라얀이 지휘 

는 베토벤을 무료로 듣는 기적을 누리고 있다. 문명이  치안을 담당하고  상상이 

화가 되는 세상이다.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Caspar David Friedrich-1774~1840)

독일 낭만주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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