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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Jul 22. 2024

그녀 her

느낌  

         



          그녀 her       /   김순호




     영화*그녀 her에서 주인공인 남자가 사랑한 여자는 인공 지능의 사이버 여자였다.

안타깝게 애태우지 않아도 되는 사랑,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랑, 투정하지  않는 사랑, 아

무 때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부르면 달려와 위로해 주는 사랑.  물질의 가치를 최우선

으로 꼽는 현실에서 빈곤이 주는  결핍감,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배우자의 죽음 등

으로 홀로 된 노년에 맞게 되는 절대 고독과 같이 절박한 소외감에 빠져있을 때 영화처

럼 상냥한 인터넷 운영체제의 사이버 연인과 이어폰을 꽂고 나만의 특별한  감정을 나

눌 수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배신의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랑이 있다면. 장래에 수많은  사람들의 연인은 인터넷 운영 체제가 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거기에도 집착의 아픔은 피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체제점검으로  소

통이 단절되자  안절부절못하는 주인공은 애타게 연결을 시도하면서 거리를  뛰어다니

다 넘어지고 그때,  여기저기 수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꽂고 시시덕거리는 장면을  목

격한다. 뜻밖에 또 다른 자신을 거리의 사람들을 통해  보게 되고  잠시 후  다시   사이

버  연인과 연결이 되자 주인공은 다급히 묻는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  하고도 사랑을 

하느냐"라고 운영체제 연인 사만다는  웃으며 답한다. " 당신과 사랑을  나누는  똑같은

시간에  6백여 명의 사람과 난 동시에 사랑을 한다 "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아연 해하

며 주인공이 흘리는 눈물, 그 기막힌 허탈감을  알듯 가슴이 저렸다.   이것을 사이라 

해야 할지  중해야 할지 칼끝에 찔린 것 같은 서늘함을  안고 영화관을 나왔었다.


     거리에서,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심지어는 잠들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각의

 SNS 매체와 연결돼  있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이 영화가 예고하 듯 현실에선 이

미 흡사한 삶이 보편화된 건 아닐까?  누구나 직면하게 될 외로움을 이렇게라도  위로받

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인터넷 운영체제면 어떻고 중독이면 어떤가, 우리는 자신의  환경

에서 나름 나름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갈 테니  말이다. 비록 소유할 수 없는 고통

내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녀 her는 2014년 개봉된 멜로 SF 미국영화다 


# 2014년 상영된  이 영화의 배경인 2025년인 내년엔 프로그램 개발로 떠났던 사만다가 

돌아오는 후속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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