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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Jul 13. 2024

떠나가는 사람들

느낌




    떠나가는 사람들    /    김순호  




   창창창 유리창 깨지는 소리를 신호로 여기저기 두드려 부수는 소리 그리곤 한꺼번에 무너지는 소리,

불안하게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가 한데 엉겨 들려온다. 난 소리를 향해  민감하게  촉수를  뻗쳤고 

뭉개버릴 것 같이 점점 다가오는 굉음에 정신없이 일어나 창을 열었다.  이럴 수가, 어제 만났을 때도

아무 낌새가 없었는데, 몇십 년을 이웃해  살던 집이 까맣게  이빨 빠진 폐가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중이

다. 쩌렁쩌렁 고함을  치며 바스라  지는 중이다. 떻게  이토록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단 말인가 난 무

심히 떠난 사람의 마지막 얼굴을 떠올린다.


    지금 눈앞에서 몸서리치는 저 집 말고도 그동안 여러 이웃들이  하루아에  등을 돌리고  떠나갔다.

우리보다 다들 먼저 이곳에 정착했던 사람들이다. 십 수년을 살았는데 그 발이 가벼웠을 리는 없었

으리라.  그보다 왜 다들 갈 때는 말없이 떠나는지  그야말로  부자가 돼 좋은 데로 가질 못해서  도망치

듯 가는 것일까?   그 좋은데 라는 곳은 누구에 의해 정해지는 것인지 알고 싶다. 만나면 웃고 얘기하던 

람들인데.  그동안  맘에도 없는 입에 발린 말만  떠들었단  말인가? 그들과 나누었던 그 일상들이 허

상으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약속도 없는 배신,  버림받은 느낌다.

      

     언제부턴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엔 단독을  헐어내고 '원룸' 또는 '오피스텔'이라는 이름의 동주거 

물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이유는 나이 드신 분들이 노후의 삶을 위해 던 집을 줄여 떠나

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전철역이 가까워 이동이 편리해  수요가   있을 것이란 단에 약삭빠른 업자들이 

주민들을 꼬드겨 야금야금 파고 들어온 때문이기도 하다 누구도 정착하지 않고 임시주거 형태로 살다가 

싫증 나면 떠나면 그뿐인 공간들만 늘어가는 우리 동네, 곳은  이미 동네로써의 기능을 잃었다.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을 때만 해도 옹기종기 단독들이 모여 같은 높이의 산과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어찌 보면 같은 크기의 꿈을 간직한 동료라고도 할 수 있다. 앞집 뒷집 주부들의 소리가 담을 넘어 

들렸고 골목엔 아이들이 몰려다니는 발 울림과 웃음소리,  다툼  소리가 해 질 녘 까지 왁자했는데 어느 때

라고 기억도 할 수 없게  영화의 한 장면이 바뀌 듯 하나씩  떠나가고 이젠  우리 집과 골목 곳곳에 몇 채만

낮은 자세로 박혀 있다. 그것도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저렇게 다 헐리게 될 것인데,  어쩌면 우리가

맨 마지막까지 떠나지 못하고 남은 자의 무력감을 안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고 보면 시간은 젊음만 무너뜨리는 게 아니라 일상까지도 통째로  부수며 끌고 간다.


      잠시 운명적인 빈부의 갈림을 짚어본다.  직장이 강북에  있으므로  여기에 터를 잡은 우리는 명의 신

에게 버림받은 것이 된다. 반대로 똑같은 금액으로 강남에  터를 잡은 운 좋은 그들은  우리의 몇 배로  부자가 됐으니  운명의 신은 분명 그들의 편이었다. 강남부자와 강북서민이라는 확실한 등급까지 매겨주며,

  

   열기를 타하루에도 번씩 장대비는 쏟아지는데,  떠나간 사람들은 어느 낯선 곳에 짐을 풀고 을지 고단함이 안쓰럽게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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