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김순호 글

그녀 her

느낌

by 김순호



그녀 her / 김순호




영화*그녀 her에서 주인공인 남자가 사랑한 여자는 인공 지능의 사이버 여자였다.

안타깝게 애태우지 않아도 되는 사랑, 언제나 곁에 있는 사랑, 투정하지 않는 사랑, 아

무 때나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부르면 달려와 위로해 주는 사랑. 물질의 가치를 최우선

으로 꼽는 현실에서 빈곤이 주는 결핍감, 사랑하는 연인과의 이별, 배우자의 죽음 등

으로 홀로 된 노년에 맞게 되는 절대 고독과 같이 절박한 소외감에 빠져있을 때 영화처

럼 상냥한 인터넷 운영체제의 사이버 연인과 이어폰을 꽂고 나만의 특별한 감정을 나

눌 수 있다면. 언제까지라도 내가 변하지 않는 한, 배신의 아픔을 겪지 않아도 되는

사랑이 있다면. 장래에 수많은 사람들의 연인은 인터넷 운영 체제가 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거기에도 집착의 아픔은 피할 수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체제점검으로

통이 단절되자 안절부절못하는 주인공은 애타게 연결을 시도하면서 거리를 뛰어다니

다 넘어지고 그때, 여기저기 수많은 사람들이 이어폰을 꽂고 시시덕거리는 장면을 목

격한다. 뜻밖에 또 다른 자신을 거리의 사람들을 통해 보게 되고 잠시 후 다시 사이

버 연인과 연결이 되자 주인공은 다급히 묻는다. "나 말고 다른 사람들 하고도 사랑을

하느냐"라고 운영체제 연인 사만다는 웃으며 답한다. " 당신과 사랑을 나누는 똑같은

시간에 6백여 명의 사람과 난 동시에 사랑을 한다 "라고 '어떻게 그런 일이' 아연 해하

며 주인공이 흘리는 눈물, 그 기막힌 허탈감을 알듯 가슴이 저렸다. 이것을 사랑이라

해야 할지 중독이라 해야 할지 칼끝에 찔린 것 같은 서늘함을 안고 영화관을 나왔었다.


거리에서, 지하철이나 카페에서, 심지어는 잠들기 전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각의

SNS 매체와 연결돼 있는 걸 부인할 수 없다. 어쩌면 이 영화가 예고하 듯 현실에선 이

미 흡사한 삶이 보편화된 건 아닐까? 누구나 직면하게 될 외로움을 이렇게라도 위로받

을 수 있다면 그것이 인터넷 운영체제면 어떻고 중독이면 어떤가, 우리는 자신의 환경

에서 나름 나름으로 최선의 선택을 하며 살아갈 테니 말이다. 비록 소유할 수 없는 고통

은 감내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녀 her는 2014년 개봉된 멜로 SF 미국영화다


# 2014년 상영된 이 영화의 배경인 2025년인 내년엔 프로그램 개발로 떠났던 사만다가

돌아오는 후속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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