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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인 작가 Aug 04. 2024

인간관계에 연연하지 않기

자족하는 삶(스스로 만족하는 삶)


내 나이 마흔셋이지만 아직도 어렵고 알 수 없는 게 인간관계인 거 같다.


나는 주기적으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들을 만난다.

워낙에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지낸 사이여서 만나면 일 이야기, 자식 이야기, 남편 이야기, 

시댁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거리 김 없이 나누곤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헤어지고 집에 오는 길에는 씁쓸함과 헛헛함이

동시에 밀려오면서 더 이상 만남이 달갑지 않고 주저되기 시작했다.


한 친구는 이번 자기 생일에 남편이 명품 가방을 사줬고 

근사한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며 이야기를 꺼냈고

또 다른 친구는 얼마 전 여행을 다녀왔고 면세점에서

명품 가방을 하나 샀다며 자기가 번돈은

생활비 조금 보태고 자기가 번돈은 자기가 다 쓴다고 했다.


그때 당시 학원을 운영하고 있던 터였지만 집 대출에 이것저것 돈 들어갈게 많은

나는 아끼고 절약하면서 빠듯하게 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보며 너는 돈 벌면서 왜 이렇게 즐기지도 못하고 궁색하게 사냐며

나를 타박했다. 그런 말을 들으면 내가 인생을 잘 못 살고 있는 거 같아

속상하고 자존심이 상했고 즐길 여유도 없이 

고생만 하는 내가 너무 불쌍해서 남편과 부부싸움을 하곤 했다. 


특히 친구들은 명품가방이나 인스타에 올라오는 힙한 장소들을 줄줄 꿰고 있었는데

그런 것에 무지하고 관심 없는 나는 그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야 했다. 너는 그것도 모르니? 인생을 좀 즐기고 살아라 라는 말이 돌아왔다.


내가 학원을 정리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고 시작해 볼까? 말을 꺼내니

한 친구는 "그게 되겠어? 내가 들으니까 그건~~ 한다더라

그거 안돼 힘들어하지 마

그냥 하던 거나 열심히 하지."라는 말을 했다.

친구가 용기를 내서 새로운 것을 도전하면 응원을 못 해줄 망정 

재를 뿌리고 내 발목을 잡는 친구한테 서운함을 느꼈다. 


친구들을 만나면 모든 친구들과 잘 지내려고 애쓰며 나를 지우고 상대방의 말에 

최대한 맞장구를 치며 상대방에 나를 끼워 맞추려고 하자

친구들 만나는 게 즐겁지 않고 만나고 오면 내가 뭔가 틀속에서 벗어나 

잘못 살고 있는 거 같아 나를 계속 자책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 나이도 먹고, 사는 환경이 다 다르니 

우리는 더이상 예전에 알고 지냈던 그 순수했던 어린 아이가 아니였다. 

암암리에 본인과 남편 연봉, 아이들이 공부를 잘 하는지, 자가인지 전세인지 비교하며

은근히 질투하고 비아냥거리는 사이가 되었던 것이다. 


마흔이 넘어가자 나는 명품가방보다 책이 더 좋고 

연예인, tv 이야기보다 앞으로 인생을 어떤 마음을 가지고 살지가 중요한데

나와 점점 더 결이 맞지 않는 이 친구들을 계속 만나는데 맞는지 

진지하게 고민이 된다.


그렇다고 관계를 정리하자니 지금까지 몇 십 년 동안 알고 지낸 친구여서 

많은 추억을 공유하고 수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기에 막상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면

많이 허전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요즘이다.


결론은 지금 내 마음이 이러한 상태니 만나면 서로 좋지 않을 거 같아서 

당분간은 연락을 하지 않고 거리를 두면서 지내보기로 했다.



"마흔 이후부터는 삶의 무게 중심을 점차 밖에서 안쪽으로 옮겨야 한다

즉 자신의 내면을 더 성찰하며 자기를 더 깊이 알아가야 한다."


"정신력이 압도적으로 발달한 사람은 따분함을 모르며

늘 새로운 관심과 풍부한 생각에 활기차고 의미 있는 생활을 즐긴다

더 배우고 연구하고 생각하려는 욕구가 강할수록

여가시간에 혼자서도 맘껏 자유를 즐길 수 있다."

                                                                               - 쇼펜 하우어-


사실 나는 애초부터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는 사람이고 사람 만나는 걸  딱히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서도 재미있게 잘 지내는 편이다.

나이가 한살 두살 먹을수록 인간관계에 연연하기 보다는 홀로 시간을 보낼수 있는 능력을 

기르고 책, 철학, 글쓰기,예술을 통해 정신적인 즐거움을 찾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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