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세상의 모든 팬들이 그들의 유일한 당신에게

by 파란


나는 심해를 헤엄치는 물고기였어요. 숨 막히는 줄도 모르고 마냥 헤엄치기만 했어요. 그렇게 살아도 살아지더라고요. 검정에 색이 스며들기 전까지는요. 어찌 그리 빛나는 건가요. 어찌 그리 찬란한가요. 태어나기를 물고기인지라 몸에 새겨진 순리대로 빛을 향했습니다.


노을. 나는 당신을 봤어요. 주황으로 싱그러이 피어난 꽃밭의 중심. 그날로 나의 꿈은 수평선이었어요. 영영 이루지 못할 한 밤 중의 꿈이었어요. 알기에 애써 천천히 나아갔어요. 당신과 내가 사는 다른 우주를 알기에.


나의 짧은 수명이 당신의 노을을 즐기기에 충분해서 다행이네요. 지는 해인지 뜨는 해인지도 모르고 마냥 아름다워만 했어요. 뜨는 해건 지는 해건 우리에게 가까워지도록 기꺼이 반쯤 잠겨줌에 감사했으니까요. 하늘에 사는 당신에게 물은 숨 막혔을 텐데. 당신에게 눈이 먼 물고기들에 숨 막혔을 텐데. 당신의 빛을 훔치려 뜯어먹는 윤슬에 숨 막혔을 텐데.


수평선 아래로 사라진 당신에 대한 소문이 어찌나 무성하던지. 누군가는 영영 숨 죽이고 있을 거래요. 그럴 리가요. 언제 아침이 오지 않은 적이 있나요. 밤이 조금 길었을 뿐이죠. 언제든 수평선 너머로 뛰어들어요. 물은 늘상 비추므로 추락이 아니라 도약이에요. 그동안 나는 당신이 흘린 빛 조각들의 반짝임으로 추억하겠어요. 밝기도, 붉기도, 묽기도 한 당신의 노을은 참 예뻐서 남기고 간 어두운 여운마저 애정하게 되었거든요.


마침내 당신 덕에 어두운 심해마저 사랑하게 되었어요. 수평선이 꿈이던 작은 물고기는 바다 깊숙한 곳에서 당신처럼 누군가의 빛이 되어주길 꿈꾸며 열심히 비늘을 닦고 있어요.


부디,

몸도, 마음도, 언제나, 언제까지나.

현재도, 미래도, 언제나, 언제까지나.

언제까지나 기다릴게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