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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unghun Lee Aug 07. 2024

로봇 갑상선 수술 이야기 3

구강 접근법(transoral approach)

구강접근법은 경부중앙림프절 절제술을 액와부접근법보다 더 완벽하게 할 수 없을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로봇 수술이었다. 처음 소개 되었을 때는 이렇게 까지 해야 되나 싶었으나, 연수강좌 때 경험 삼아해 본 인체 모형 시험이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임상에 적용하였다.

구강접근법을 수술하다 보면 아랫입술에 원반을 넣어 아랫입술을 크게 한 무르시족이 기억난다. 입크기가  로봇 팔에 비해서 작은데, 도킹이야 한다고 해도 큰 로봇 팔이 서로 부딪히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작은 입이더라도 생각보다 잘 늘어나 문제 되지 않았다. 도킹 후 환자의 입은 많이 늘어 있어서 마치 무르시족의 입이 생각났던 것이다. 수술실 간호사들도 그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이렇게 늘어나면 수술 후에 후유증이 있는데  수술 후에 아랫입술이 많이 부어서 바로 식사하기가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론 구강 내 상처 때문에라도 첫날은 금식을 해야 한다. 그리고, 대개 붓기는 2-3일 후면 좋아진다.

아랫입술에 세개의 투침관이 들어가서 아랫입술이 늘어난 상태이다. 도킹후에는 이보다 더늘어난다.

구강접근법을 시행 시에 구강에 투침관 세 개만 가지고 수술을 진행할 수 있지만 나는 오른쪽 겨드랑이에 투침관을 하나 더 넣었다. 이유는 세 개의 투침관을 사용하는 갑상선절제술시에는 로봇 한 팔은 갑상선을 들고다른 한 팔로 박리하는 한 손 박리(one hand dissection)를 해야 하므로 정교하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투침관을 네 개 사용할 때는 두 손 박리(two hand dissection)이 가능하여 정교하게 박리할 수 있고, 무혈 수술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이런 정교함은 부갑상선을 보존하기 위한 갑상선 피막 박리(capsular dissection)할 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대개 구강 내 투침관 상처는 1cm 정도이지만, 갑상선이 나올 때 너무 작아서 잘 나오지 않으므로 갑상선을 작게 조각을 내거나 원통형으로 재단하고 구강의 투침관 상처의 크기도 좀 더 크게 하여 체외로 빼낸다. 이때 늘어난 상처와 턱아래 작업공간 때문에 상처 봉합 후에 턱아래 피부가 처지지 않게 테이프로 올려 고정해 준다. 대개 상처가 아무는 시간을 고려하여 3-4주 정도 테이프를 하라고 한다. 테이프를 하지 않고 따로 아래턱에 피부를 고정시켜 주는 압박대를 하기도 하는데 마치 턱수술 한 것 같은 모습이므로  마스크로 가려지지는 않는다. 마스크로 가리려면 테이프로 고정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마침 코로나 바이러스로 다들 마스크 하고 다닐 때는 테이프만 하면 그나마 가려져서 눈길을 끌지 않았으나,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기에는 눈길을 받을 수밖에 없어 마스크 착용 의무화는 코로나의 혜택 아닌 혜택이었지 않나 싶다.

그러나 수술 후 한 달이 지나면 구강접근법은 수술 후 상처가 다 가려져서 미용 상으로는 세 가지 로봇 수술 중 단연코 제일이다. 초기에는 얼굴의 삼차시경의 턱끝 분지의 손상으로 입술과 턱에 느낌이 없는 증상도 있었으나 경험의 축적과 해부학적 지식의 발전으로 이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  턱끝분지는 아랫입술에 삽입하는 양쪽 두 개의 투침관에 의해 손상될 수 있으나 송곳니와 아랫입술의 중앙점을 연결한 선의 바깥쪽에 투침관을 넣으면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또 하나의 미용상 치명적인 상처는 목의 상부 중앙에 생기는 피부괴사이다. 초반에 피부에 봉합사를 꿰어서 필요시 피부를 거상 하는 용도로 쓰는데 이 부위에 피부과사가 생긴다는 것이다. 나중에 상처가 아물면 0.5cm 미만의 작은 반흔이 생긴다. 나도 이런 피부 괴사를 만든 경우가 있었으나, 거상용의 봉합사와 상관이 없었다. 거상용 봉합사를 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환자에서 피부괴사는 턱에서 목으로 넘어가는 경계에 주름살이 있는데 그 주름 부위에 생겼다. 다행히도 주름살에 가려져서 도드라지지는 않았으나  수술 후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 후에 왜 생겼는지 고민해 봤을 때, 괴사부위가 로봇 내시경의 대(shaft)에 의해 지속적으로 압력이 가해지는 부위로 혈액순환이 좋아지지 않아서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 그런데 왜 다른  환자들에서는 괴사가 생기지 않았을까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이 환자의 턱이 길었다는 것이었다. 그 이후로 턱이 긴 사람은 이 방법을 추천하지 않는다.

턱 길이에 따라서  피부 괴사가 생긴 부위에서 로봇 내시경까지의 길이가 차이를 보인다. 붉은점-괴사부위

그리고, Berry 인대 부위에서 갑상선을 박리하는 것은 액와부 절개법에 비해서 구강 접근법이 매끄럽지 않다. 초음파 절삭기의 투침관을  좌우로 바꾸어 시행하더라도 후두신경을 시야에 항상 두고 열손상으로부터 안전한 거리를 두었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Berry 인대 근처의 암에서는 구강 접근법을 지양하였다.

물론 갑상선을 배 쪽으로 들어 올리면 기관지가 회전하면서 Berry 인대가 위촉 (환자의 배 쪽)으로 올라오게 된다. 그러면 Berry 인대 부위가 깊지 않아 로봇 기구들이 기관지에 방해받지 않고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부위는 되돌이 후두신경이 기관지에 붙어 있다시피 주행하므로 신경 손상이 잘 되는 세 부위 중에 한 부위이다. 그리고, 액와부처럼 측면에서 보는 시야가 아니고 기구들에 의해 신경이 가려지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신경 손상에 대한 걱정이 항상 있는 부위로  초음파 절삭기를 사용 후에는 신경모니터링을 통해 신경이 안전하게 보존되었는지 항상 확인하는 부위이다.  그래서 나는 수술 중에 신경모니터링을 위해 코기관삽관(nasotracheal tube)을 하지 않고, 기존의 신경모니터링 기관 내 삽관 (EMG tube)을 입을 통해 삽입하였다. 이때는 구강에서 기구를 조작하거나 구강소독을 할 때 빠지지 않게 치아에 고정하는 수고로움을 더 해야 한다.

이 되돌이 후두신경은  갑상선 절제술시 그나마 부갑상선 보다 보존이 용이하다. 부갑상선 보존은 갑상선 수술의사에게는 마지막 도전과제다. 이는 다음에 이야기할 때가 있을 것이다. 부갑상선은 보통 좌우에 2개씩 4개가 있다. 좌우 아래 있는 2개는 부갑상선 혈관들과 보존 시 손상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주위 지방조직과 함께 보존하는데 이때 전이된 림프절을 남길 수 있어서 재발을 줄이기 위해서는 양쪽에 있는 위쪽 두 개의 부갑상선(superior parathyroid)을 살리는 것이 더 유리하다. 그런데, 경구접근법시에 상갑상선 혈관과 그 분지인 상부갑상선주위의 혈관들의 주행이 잘 보여 상부갑상선을 보존하기에 가장 유리하다.

그리고 구강접근법은 나에게 특별한 경험이자 새로운 안목을 주었는데, 갑상선이 흉골아래로 내려가 있는 가슴 안 갑상선 종대이거나, 환자가 비만하거나, 목이 두꺼워서 갑상선을 배 쪽으로 들어 올려도  띠근육과 피부에 가려서 갑상선 후면에 있는 되돌이후두 신경과 부갑상선이 보이지 않을 때 구강접근법은 갑상선 후면으로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해 준다. 왜냐하면 상갑상선 혈관들을 절단하면 상부갑상선 후면이 쉽게 드러나기 때문에 하부갑상선의 후면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는 되돌이 후두신경을 머리 쪽에서 다리 쪽으로 박리하면서 확인해야 하므로 이 시야의 해부학적 구조에 익숙해야 한다. 구강접근법은 나에게 이 해부학적 구조를 잘 이해하도록 도와주었다.

이렇듯 머리 쪽에서 다리 쪽으로 박리하면서 신경을 확인하는 경우에는 갑상선의 아래쪽이 커서 경부중앙부위에서 되돌이후두신경을 찾지 못할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 그리고 갑상선 상부의 후면이 노출되어 있어 그 박리면을 따라가면서 다리 방향으로 진행하면 아무리 갑상선이 크더라도 갑상선 후면의 접근이 방해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Berry l인대가 기관지로부터 박리되면 갑상선이 자유롭게 되어 가슴 안 갑상선 종대를 머리 쪽으로 당기면 쉽게 가슴에서 빠져나온다.

그렇다고 갑상선 혹이 크거나 흉골하 갑상선종대인 경우에 이 접근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전에도 이야기했듯이 갑상선 혹을 쪼개어 꺼내야 하므로 여포암인 경우에 진단이 어려울 수 있고, 작업공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수술이 어려워진다.

무엇보다도 나에게 구강접근법의 매력은 경부중앙림프절 절제술을 충분히 시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다른 접근법과는 달리 머리에서 다리 쪽으로 향하는 시야 (cranio-caudal view)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구강접근법 시에 경부 중앙 림프절은 갑상선에서 다리쪽으로 위치한다.

 그래서, 다른 접근법과는 달리 흉골아래 경부 중앙 림프절 (level 7)도 절제가 가능하였다. 경부 중앙 림프절 절제술 시에도 두 손 박리는 유용한데 두 손박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 환자의 오른팔을 액와부 접극법처럼 머리 쪽으로 들어 올려서 액와부에 삽입된 로봇 팔의 관절을 많이 꺽지 않아도 경부 중앙 림프절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렇게 한 후 경부 중앙절제술시 포획된 경부 중앙 림프절 개수는 고식적인 경부절개술에 비해 통계적으로 더 많았다.

경구접근 로봇 수술 (TORT)에서 포획된 경부중앙 림프절의 개수가 다른 로봇 접근법들 또는 고식적 경부절개술(TCA) 보다 많았다.    TA(액와부접근법)

결론적으로 구강접근법 갑상선 절제술은 미용상 우수하고 상부갑상선 보존에 유리하며, 경부중앙 림프절 절제술이 용이하지만, 기관지나 신경 근처의 종양이나, 크기가 큰 경우, 여포암이 의심되는 경우, 턱이 긴 환자에서는 적합하지 않다. 구강접근법은 결절이 크거나, 목이 두꺼운 경우, 가슴 안 갑상선 종대인 경우에 상부 갑상선에서 하부 갑상선으로 진행하는 갑상선 절제술에 필요한 해부학적 구조와 수술법에 대한 안목을 제공하여 기존의 고식적 경부절개법을 보완해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므로 갑상선 절제술을 시행하는 수술의사가 이 술기를 익힌다면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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