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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뽀득여사 Jul 17. 2024

브린이 25일차

우리 딸은 테린이.

우리 신랑은 헬린이.

나는 브린이.


테니스에 빠진 딸, 헬스에 빠진 신랑 그리고 브런치 스토리진 나.

사실, 기간으로 치자면 나는 아직 어린이도 아닌, 갓난쟁이 정도이지만.


Falling in love with B.S. ♬♪♪

나의 관객인 노트북 앞에서 이 팝송을 개사(?)해서 불러본다. 성악 전공 딸이 늘 놀라워 하는

‘음치 엄마’의 음정오류에 아랑곳하 반복해서 불러본다.    



아랑곳하는 것’


무엇에 아랑곳하지 않고 빠져 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겠지.

플러스 마이너스를 계산하지 않고 빠져드는 것.

결과를 짐작하고 주춤하거나 물러서지 않고 빠져드는 것.

시작과 끝을 정하지 않고 직진하게 만드는 것.

할까 말까 누군가에게 굳이 묻지 않게 되는 것.

눈을 떠도 감아도 머릿속에서 플레이 되고 있는 것.

눈빛과 심장에 라이트가 켜지는 것.


‘아랑곳하지 않는 것’은 ‘몰입’이다. 이름도 재미있는 ‘미하이 칙센트 미하이’가 강조한 행복의 비법인 ‘몰입’ ‘절정의 경험’까지 글이 흘러가지는 않으려한다(쓰다보니 가슴에서 시작된 글이 머리로 갈아타는 느낌이 순간 들어서!!). 다시 가슴에 머물자, 하나, 둘, 셋…..



브린이 25일차. 부싯돌의 첫 불꽃처럼 순간 반짝 했다가 공중분해 되던 영감들을 후후 불어 모닥불로 피워내는 즐거움. 모닥불이 잘 타오르기 위해 잘 마른 나뭇가지를 골라 하나씩 불더미에 꽂아 넣듯이, 나는 요즘 ‘잘 마른 좋은 나뭇가지’를 찾느라 일상을 보고 느끼는 촉이 섬세하게 서 있다.

  무심히 지나쳐 갔던 나의 일상들. 이름 없는 무명의 들풀에 이름을 명명 해 주는 즐거움. 흩어져 사라지던 일상의 조각들을 글바늘과 글실로 꿰매고 이어보니 한 장의 예쁜 조각이불보가 한 채씩 쌓이는 기분이다.



브린이 25일차. 채 한 달이 되지 않았다. 사실 아직도 브런치 스토리에 대해 탐색중이다. 신기하고 재밌기도 했지만, 글을 올리기 시작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는 첫 주가 지나고 2,3주차는 하루 하루 한 편씩 글을 쓰고 올리고, 쓰고 올리고에 빠져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는 비로소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진심의 라이킷도 누르고 조금씩 댓글을 달아 보기도 했다. 와우! 이런 재야의 글고수들이 이렇게 많다니!

 글의 퀄리티에 감탄이 절로 나는 작가들도 발견하기 시작했다.  



브린이 25일차. 구독자 수와 라이킷 수에 연연하지 않고 싶다는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라이킷과 구독 숫자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 한다. 황송하게 댓글이 올라오면 선물 받은 아이처럼 기쁘다. ‘라이킷 수가 10을 돌파했습니다’ ‘라이킷 수가 20을 돌파했습니다’(아직은 이 선에 머물고 있지만)라고 뜨는 것을 보고는 묘한 쾌감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흠…. 초심을 잃지 않고 한편 한편 글을 써 가는 나의 여정이 중요하다. 라이킷 수, 구독자 수, 댓글 수에 연연하지 말자’라고 되뇌는 것 자체가 연연하고 있다는 증거임을 고백할 수 밖에!



나는 브린이다. 첫 사랑에 빠진 눈빛과 가슴으로 오늘도 노트북을 켠다.

연인을 터치하는 손길처럼 키보드에 손을 얹는다. 사랑의 터치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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