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 양도, 해야 할까요?

현직 작가가 들려주는 저작권 이야기

 안녕하세요, 일러스트레이터 헤디입니다. 저는 개인 및 기업과 협업하며 외주를 받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예요. 동화책에 들어가는 글과 그림을 주로 창작하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주제는 바로 ‘그림의 저작권 양도’입니다.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은 예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인데요, 그만큼 현직 작가의 의견이 궁금하실 거라고 생각해요. 저작권의 양도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저작권의 구체적인 정의부터 알아볼까요?

 

 지적소유권을 구성하는 2대 부문의 하나인 저작권은 문학·연극·음악·예술 및 기타 지적·정신적인 작품을 포함하는 저작물의 저작자에게 자신의 저작물을 사용 또는 수익처분하거나 타인에게 그러한 행위를 허락할 수 있는 독점배타적인 권리이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쉽게 얘기하면 나의 창작물을 사용할 권리, 팔 권리, 또 그러한 행위를 허락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해요. 이 권리는 독점배타적이어서 꽤나 막강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창작자로서 ‘내가 그린 내 그림인데, 당연히 저작권은 내게 속하는 것이 아니야?’라고 이야기하실 수 있습니다. 맞아요. 저작권은 창작되는 시점부터 저작자에게 속합니다. 하지만 저작권을 양도하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지죠. 말 그대로 권리를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나에게는 더 이상 작품에 대한 권리가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저작권 양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가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거의 대부분의 의뢰자가 저작권 양도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값을 지불하고 창작물을 제공받은 만큼, 제한 없이 그 창작물을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저는 이 입장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창작자의 입장에서 내 그림에 대한 권리를 모두 넘겨준다면, 나에게 남는 게 과연 무엇일까.. 하는 무력감도 생기기 마련인 것 같아요. 그렇다고 저작권 양도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 클라이언트는 싼값에 그림과 저작권까지 양도해 주는 작가를 찾아 나설지도 모릅니다.

 그럼 이러한 이해관계의 대립 속에서 창작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명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작권을 양도하게 된다면 해당 저작물의 사용 범위를 명확히 하고, 그에 맞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입니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후에 발생할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볼게요. 어떤 의뢰자가 유튜브 배너에 사용할 캐릭터 일러스트를 요청했다고 합시다. 요청한 대로 캐릭터를 열심히 만들어서 완성본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내가 그린 그 캐릭터가 유튜브 배너에만 사용된 게 아니라 광고, 책자, 인쇄물 등 다른 곳에도 쓰이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그럴 때 작업 전 명확히 합의된 바가 없었다면 갈등이 생기겠죠.

 구매자 입장에서는 ‘내가 내 돈 내고 그림을 샀는데, 다른 곳에 쓰는 것은 내 마음이 아닌가’하고 생각할 수 있고, 그림을 판매한 입장에서는 ‘유튜브 배너에만 사용한다고 해서 그 값만 받았는데 내 그림을 계속 우려먹다니!’ 억울할 수 있는 거죠.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작업 전 그림의 사용 범위를 특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제일 좋은 것은 계약서에 적는 것이에요. 예를 들어 ‘납품된 그림은 유튜브 배너에만 사용하기로 한다. 타 콘텐츠에 본 그림을 사용할 경우 별도의 합의가 필요하다.’라는 조항을 넣는 거죠. 만약 계약서 작성이 따로 어려운 경우라면 작업에 착수하기 전 한 번 여쭤보는 것도 좋습니다. ‘제가 안내드린 금액은 유튜브 배너에만 사용하는 조건으로 측정된 금액입니다. 따라서 이후에 다른 콘텐츠에 사용하실 때는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괜찮으실까요?’라고 말이죠.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추후 2차적 저작물 제작을 원할 때도 있어요. 2차적 저작물이란 내가 그린 그림을 활용해서 애니메이션, 만화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럴 때는 주로 원본 psd파일 제공을 요청해 주시는데요, 이 부분도 사전에 합의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2차적 저작물을 만드는 경우에는 원작에 대한 훼손을 최소화한다’, ‘2차적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양도 비용은 얼마이다’, ‘원본 파일 제공 비용은 장당 얼마로 한다’ 등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제시하는 것이 좋아요.

 사실 창작자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아요. 특히 요즘과 같이 가격 경쟁이 치열한 때에 ‘이만큼이나 받아도 되는 걸까?’ ‘다른 작가들은 그림 값에 저작권 양도 비용 포함해서 그냥 해줄 텐데..’ ‘나한테 일을 맡기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드신다는 것도 알아요.

 하지만 저작권은 말 그대로 창작자가 가진 권리입니다. 그만큼 내 권리를 어떻게 할지 주도권이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어요. 혹시 아직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이 없으시다면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저작권 양도하게 되면 얼마를 추가해서 받을 거야.’ ‘2차적 저작물을 만들 때는 양도비를 이만큼 추가할 거야.’ 등의 기준을 한 번 만들어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가 저작권 양도를 정말 하고 싶지 않다면 사실 양도를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소중한 우리의 저작권, 복잡한 문제인 만큼 꼭 한 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 정당한 권리를 누리면서 뚝심 있게 창작합시다. 그럼 오늘의 글은 여기서 마칠게요. 일러스트레이터 헤디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