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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쫑알이 Jun 19. 2024

여행이 주는 선물

고민을 있을 수 있는 특별한 세계로의 초대장

고통은 수시로 사람들이 사는 장소와 연관되고, 그래서 그들은 여행의 필요성을 느끼는데, 그것은 행복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의 슬픔을 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달아나기 위해서다.

- 여행의 이유 -



위 글에서도 나와있듯, 나는 일상생활에서의 고민과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여행을 간다. 여행을 가면 일상 속 사소하게 지나갔던 당연한 모든 것들이 전부 소중하고 잊기 싫은 것들이 된다. 그리고 그것들을 잊지 않기 위해 순간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내 고민들과 스트레스는 머리에 들어올 자리가 없어진다. 이것이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이다.


특히 나는 국내여행보다는 해외여행을 좋아하는데 그 이유를 오랫동안 궁금이 생각해 보았다. 모든 것에 둔한 편인 나는 국내여행에서는 제주도를 가든, 부산을 가든 모든 간판과 분위기가 다 그냥 서울에 있는 것들과 비슷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내 일상에서 벗어난 다는 느낌을 크게 받지는 못했던 것이었다. 이에 반해 해외여행은 정말 사소한 간판부터 자판기,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들까지 전부 다른 분위기였기 때문에 일상 속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세계로 놀러 온 기분이 훨씬 컸다.


독일에 교환학생으로 잠깐 친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나는 파리나 바르셀로나 그리스 등 다양한 유럽을 여행했다. 총 17개의 나라를 여행했으니 정말 유명한 유럽의 관광지들은 물론 이 외의 많은 도시와 나라들까지도 다 가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렇게 많은 여행을 다니다가 문득 '이제 유럽은 다 거기서 거기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펠탑이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대성당 등 그 도시의 유명한 건축물을 제외하고는 내가 어느 나라에 있는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때 나는 깨달았다. 여행이 주는 선물은 일상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세계를 모험하며 걱정과 불안을 잊을 수 있게 해주는 시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선물은 너무 자주 받으면 점점 더 둔해져 결국은 선물인지도 인지하지 못한다는 것을.


독일에서 지내며 유럽의 방방 곳곳을 여행하던 나는 많은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았음에도 이 생활이 특별한지, 행복한 건지 인지를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너무 자주, 많은 여행에 지쳐 한국에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기도 했다. 그때의 나는 여행이 주는 선물의 가치에 점점 둔해지다 못해 거의 잊어갔던 것 같다. 어쩌면 그때의 나에게는 유럽이 일상이었기에 그 속에 이런저런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았고, 그래서 한국이 더 특별한 공간처럼 다가왔을지도 모른다.


한국에 돌아온 나는 유럽 여행을 다녔던 과거의 내가 준 선물인 추억을 좇으며 다시 그곳을 방문해, 여행이란 가치 있는 선물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상을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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