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이니 벌써 2년이 다 되어 간다. 그해 말에 아내가 1년 조금 넘게 근무한 직장에서 이직을 했다. 이전 회사와 새로운 회사는 여러모로 비슷하다. 둘 다 사회복지 관련 회사이며 설립연도도 2019년으로 같다. 관리하는 어르신도 대략 70여 명으로 비슷하다. 다만 이전 회사가 집에 계신 어르신에게 요양보호사를 파견했다면 지금 회사는 어르신들을 요양센터에 모시고 와서 보살피다가 저녁에 모셔다 드린다. 그러나 아쉽게도 비슷한 점은 여기까지 이다. 이 두 회사는 정말 다른 리더십과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이전 회사는 아내가 사회복지사로 출근한 첫 직장이었다. 이 회사에서 가장 바쁜 사람은 ‘대표’였다. 아내 말에 따르면 정말이지 쉴틈없이 바빴다고 한다. 대표는 직원들이 본인처럼 열심히 일하지 않는 게 너무 큰 불만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업무지시도 많았다. 외근을 나가서도,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틈만 나면 뭔가를 시켰다. 심지어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전화가 왔다. 가족이 함께 있는 저녁이나 주말에도 아내는 자주 대표 전화를 받았는데, 듣다 보면 대부분이 그냥 다음날 업무시간에 처리해도 될 것 같은 일들이었다.
새로 이직한 회사는 이전회사와 정확히 반대였다. 대표는 하루 한 시간 정도만 사무실에 왔다 간다고 한다. 아내는 대표가 언제 왔다가 언제 사라지는지 모르겠단다. 2주 전인가 아내가 지금 대표의 리더십을 알 수 있는 두 가지 에피소드를 말해주었다. 어느 날 이 회사 화장실 변기가 막혔었나 보다. 아내가 지나다 보니 대표가 변기를 뚫기 위해 애쓰고 있더란다. 또 한 번은 보살핌을 받는 어르신 한 분을 불미스러운 일로 다른 곳에 보내야 했다. 직원회의에서 결론이 나자 ‘대표’가 총대를 메고 어르신 보호자에게 전화했단다.
그래서 아내에게 “만일 이전회사 같으면 누가 보호자에게 연락했을까?”하고 물었다. 아내는 조금 생각해 보더니 “아마 우리가 했겠지. 아니면 요양보호사에게 조금만 더 참으라고 했을 수도 있어.”라고 하더라. 이 작지만 큰 차이는 직원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새로 이직한 회사는 창립멤버들이 업무 중심에 버티고 있다. 심지어는 몇 달 전 그만둔 사람도 놀러와 바쁜 직원들을 도와주더란다. 이전 회사에선 1년 이상 근무한 직원이 아내 한 명 뿐이었다. 아내가 근무하는 동안에도 신규직원을 여러 번 뽑았는데 어느정도 일 하다 나가더란다.
두 리더는 비슷한 규모에 비슷한 회사를 운영했다. 한 사람은 정신없이 바쁘고, 다른 사람은 뭔가 여유가 있어 보인다. 예전 회사는 항상 새로운 사람이 들고 났다면, 지금 직장은 창립멤버들이 버티고 있었다. 무엇보다 큰 차이는 ‘문제 앞에 누가 있느냐’이다. 이전 대표는 문제 앞에 직원을 내보낸 반면, 지금 대표는 평소엔 노는 것 같지만 문제가 있는 곳에 그가 있었다. 어느 회사 직원들 성과가 높을지는 자명하다. 아내도 새로운 직장이 예전보다 일은 더 많지만 마음 편하고 좋다고 했다. ‘문제 앞에서 행동을 보여주는 리더’, 작지만 큰 차이를 만든다. 아내와 나의 정말 큰 아쉬움은 이런 회사를 개인적 사정으로 몇 개월만에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