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감정과 헤어질 결심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이런 생각과 말을 할 때 나는 어떤 감정을 가질까요?
어떤 일이 일어나기 전에 그것을 내가 정확히 예측해서 기분이 좋은가요?
아니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이 일어나서 불편한 감정을 가졌나요.
대부분 후자의 기억이 떠오를겁니다.
우리의 무의식은 부정적 신경회로의 활성화로 더 익숙한 감정을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명코칭의 감정치유코칭의 첫 단계인 'Recognize, 감정인식'에서 자신에게 익숙한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자신에게 '불안', '두려움', '의심', '걱정', '불만' 등의 감정이 쌓여 있음을 알고서 매우 놀라는 반응을 보입니다. 무의식의 감정을 들여다 보는 이 시간은 드디어 감정치유의 첫 발을 내딛는 귀하고 짜릿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익숙하다는 의미는 그것이 편하다는 것을 말하고 그것과 다른 길(track)을 가기 위해서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더 나은 삶이 아니라 다른 삶을 향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죠.
심리학에서 '그럴 줄 알았어 효과(knew-it-all-along effect)', 사후 과잉 확신 편향(hindsight bias)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어떤 일의 결과를 알고 난 후에 마치 처음부터 그 일이 발생 할 것이라고 알고 있었던 것처럼 지각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이 편향 때문에 사람들은 “나는 처음부터 그 것을 알고 있었다(I-Knew-It-All-Along)”라는 착각을 자주 경험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일상에서 특히 가장 가까운 가족, 지인 그리고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타박하거나 잘못을 인정하도록 유도하면서 사용한다는 점은 매우 안타까운 점이기도 합니다.
'평소에 얼마나 네가 게으른지 엄마는 잘 알고 있어서, 이번 일도 그렇게 될 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엄마는 아이가 가질 상처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타당한지에 대한 입증이 더 중요해 보이니까요.
이런 경향을 보이는 사람들의 특징은 '생각이 많다'입니다.
이 생각의 대부분은 불안을 기저로 한 실패가능성을 염두한 잡다한 생각들입니다.
'그럴 줄 알았어'는 자신은 처음부터 그 일이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믿기 때문에 하는 말입니다. 그것을 증명했다는 지적 우월감까지 가지면서 말이죠. 이는 '나는 일어나는 사건을 예상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착각까지 불러 일으키기 마련입니다. 어쩌면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어버리는 단초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삶을 대하는 태도 중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믿으려 하지 말고 알려고 하라'는 말입니다.
"우리 아이는 참 게을러요"라고 말하는 엄마에게
아이가 어떻게 어떤 면에서 게으른가요?, 모든 생활에서 게으른 태도를 보이나요? 라고 물으면
"게임할땐 참 부지런하더라구요"라고 말하며 겸연쩍은 웃음을 보입니다.
무언가를 규정한다, 정의한다(definition)는 de(completely) + fine(finish)으로 '완전히 끝내다.'의 어원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에 대한 더 이상의 탐구나 관심, 관찰이 필요없는 사안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사랑하는 내 가족, 내 자녀는 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할 절대적 존재임을 우린 부정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그들에 대해 '어떤 존재'이다 라고 규정하는 이유는 바로 '불안과 두려움'이라는 불편한 감정으로 부터 벗어나고 싶어하는 욕구때문입니다.
우리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여러가지 수단을 강구하지만 여전히 요원하기만 합니다.
그래서 두려움은 극복대상이 아니라 '품어내야 하는 것'이란 말에 동의하게 됩니다.
극복한다는 의미는 더 이상 두렵지 않기 위해 특정한 영역에 치우친다는 것을 말합니다. 한 쪽을 선택해 버리면 확고한 믿음으로 더 이상 두려울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죠.
하지만 두려움을 품어 내는 것은 양쪽 모두를 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강력한 힘이 되기도 합니다.
그 어떤 선택도 결과를 예측해 두려워 하기 보다 선택이후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는 용기를 갖는 것이지요.
이것이 바로 불편을 기꺼이 감수할 용기를 가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