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의 친구가 있다. 팀명은 각자 다른 생일 달과 더불어 네 명이니까 ‘포시즌 이라고 하면 어때?’ 한 명이 말하자 모두가 동시에 한마음처럼 감동하면서 지은 이름이다. 이 팀은 떠나자! 하면 이유를 달거나 왜라고 묻지를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부산으로 떠나기로 했다. 다른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몇 번 간 적은 있지만 만나서 수다 떨고 맛있는 것 먹고 헤어지다 보니 부산의 여러 곳을 다녀본 기억이 별로 없다. 기차로 가면 시간 절약이 되지만 짐도 있고 어차피 2박3일 있으려면 차가 필요할 것 같아서 승용차로 가기로 했다. 5시간이 넘는 거리지만 네 명이 함께 하니 지루할 틈 없이 갈 수 있었다. 여행 중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도 먹고 국수에 커피도 마시는 즐거움이 쏠쏠했다.
숙소는 바다를 향해 있어서 따로 돌아다니지 않더라도 부산에 온 보람을 거의 달성 한 듯싶다. 3일 동안 방에서 나가지 않고 뒹굴뒹굴해도 세상에서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다. 여행 와서 해 먹지 말고 사 먹자 했는데 당근 라떼 샌드위치에 모닝빵에 넣을 베이컨, 달걀, 오이, 치즈에 식용유까지, 오디 쨈에 커피, 누룽지, 라면 등 며칠을 나가서 먹지 않아도 해결될 수 있을 만큼 준비성이 대단한 아줌마들이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해운대 모래밭을 맨발로 걸어보니 촉감이 좋다. 군데군데 젊은이들의 버스킹도 밤바다의 정취를 한껏 올려 준다. 감성에 젖어 음악 감상을 하는 사람들이 순수하고 멋있게 다가온다. 어스름한 바닷가 모래밭에서 청춘들처럼 포즈를 취하면서 인증샷도 찍으면서 오늘을 즐긴다.
다음날 일찍 흰여울 문화마을을 가기로 했다. 부산 흰여울 문화 마을은 피난민들의 애잔한 삶이 시작된 곳이자 현재도 마을 주민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흰여울은 봉래산 기슭에서 물줄기가 바다로 굽이쳐 내리는 모습이 마치 흰눈이 내리는 듯 빠른 물살의 모습과 같다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주로 바다 색깔의 파란색과 흰색이 많아서 유럽의 산토리니가 살짝 보인다. ‘변호인’, ‘범죄와의 전쟁’ 등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좁은 골목길은 깨끗하고 여러 가지 색깔로 칠해져 있어 여느 집들처럼 시멘트의 우중충한 느낌이 없어서 좋다. 무지개 색깔로 칠해진 계단이 아름다워서 사진을 찍는다. 요즈음 핫하다는 장소에서는 기다렸다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포즈를 취하면서 또 찍는다.
흰여울 문화마을을 떠나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비프 광장에 들러서 씨앗호떡을 먹어보기로 했다. 다행히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는 별로 줄이 길지 않아 호떡 하나씩을 먹으면서 자갈치 시장으로 갔다. 역시 먹거리 하면 자갈치 시장이다. 어렸을 때 엄마를 따라가면 5일장에서 볼 수 있었던 소쿠리에 생선을 담아 놓고 파는 노점점포들이 정겹다. 다른 곳에서는 잘 볼 수 없는 호객 행위마저도 여기에서는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 여러 종류의 싱싱한 생선들이 우리 눈을 바쁘게 한다. 쭉 돌아보다 처음에 구수한 사투리로 우리를 즐겁게 했던 아줌마를 찾아가서 먹기로 했다. 회와 함께 생선구이도 일품이다. 아파트에서는 비린내 때문에 잘 구워 먹지 않은 생선이라 더욱 맛이 있을 거라고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한다.
부산에 가면 요트투어를 해보라는 추천을 받고 우리도 체험을 해보기로 했다. 해운대 선착장에서 출발하여 1시간 정도 광안대교와 부산 시내의 야경을 보는 것도 낮에 보는 풍경과 또 다른 맛이 있었다. 특히 바다에 떠 있는 요트들이 동시에 폭죽을 터트리는 모습이 이유 없이 가슴을 뭉클하게 하고 감동과 환상을 동시에 선물했다.
차를 타고 태종대 쪽으로 가면서 항구도시 부산에 왔으니 바다를 실컷 보고 가자는 한목소리에 무조건 해안도로를 따라 달려가며 또다시 사춘기 소녀들처럼 감탄사를 연발한다. 이번 부산에 올 때는 많이 알려진 여러 곳을 다니려고 했는데 또다시 숙소가 가까운 곳을 중심으로 서둘지도 조바심내지도 않고 편안하고 느긋한 여행을 했다. 핫하다는 곳이나 유명한 장소는 가지 않았지만 함께 있음으로 행복하고 웃음이 떠나지 않는 친구들과의 여행이 나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의 한페이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