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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꽃J Oct 17. 2024

만두, 좋아하세요?

추억 한 스푼

회사 점심시간.

평소보다 조금 일찍 나왔다.

근처의 만두 가게에 가기로 한 날이다.

테이블은 고작 6개.

작은 가게여서 그런지 대기표를 받아야 했다.

한참을 기다려 만둣국을 주문했다.

큼직한 만두 다섯 개가 들어간 뜨끈한 만둣국.

좁은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만두를 한 입 베어 물자, 어린 시절 추억이 떠올랐다.


어릴 적부터 만두를 참 좋아했다.

엄마가 손수 만들어주시던 김치 만두는 우리 집만의 별미였다.

여러 번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나중에는 나도 함께 만들게 됐다.

그때의 과정이 마치 앨범 속 사진처럼 선명하게 기억난다.


먼저 밀가루를 반죽해서 반죽덩어리를 만든다.

덩어리를 칼로 잘라내 가래떡처럼 길게 손으로 굴려낸 뒤, 가래떡 썰듯 작은 조각으로 썰어낸다.

그리고 밀가루를 솔솔 뿌려, 홍두깨로 밀어 만두피를 완성한다.


다음은 만두소.

신김치를 잘게 다진다.

주먹밥을 만들듯 양손에 한가득 다진 김치를 쥐고 물기를 꼭 짜낸다.

이 작업이 제일 힘들다.

손목과 손가락 마디마디가 얼얼해진다.

하지만 맛있는 김치 만두를 먹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계속 손을 움직인다.

그렇게 짜낸 김치에 양념을 하고, 두부와 당면도 넣어 만두소를 완성한다.


이제 만두피에 만두소를 넣어 반달 모양의 만두를 빚는다.

한 개, 두 개, 열개, 오십 개. 

그 수만큼 허리가 아파왔지만, 그 순간에도 우리 집 만두만큼 맛있는 건 없다고 생각하며 참아낸다.


시중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순수 김치만두다.

밖에서 사 먹는 김치만두에는 항상 고기가 조금씩 들어있지만, 

우리 집 김치 만두는 고기 없이 순수한 김치 맛만으로 가득하다.


어릴 적, 그 김치만두가 그리울 때면 

나는 종종 집에서 직접 만두를 빚는다.

사람들은 요즘 같은 세상에 누가 만두를 직접 만드냐고 놀란다.

하지만 나에게는 엄마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음식이다.

만두피부터 만두소까지 모두 집에서 만들어 먹는 나는, 이제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글꽃님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세요?"

함께 온 직원이 묻는다.

"아, 제가 갑자기 말이 좀 없었죠?

이집 만두 참 맛있네요"

큰 만두를 반으로 나눠, 한입 가득 밀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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