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으로 성장한 나
"이모, 인사이드 아웃2 영화 봤어요?"
"응"
"이모는 안 울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조카가 펑펑 울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인사이드 아웃2 영화의 새로운 캐릭터는 '불안이'이었다.
영화 속 불안이는 습관적으로 불안한 미래를 떠올리곤 했다.
상상하는 그 불안한 미래가 오지 않게 스스로를 다그치고 혹사시켰다.
조카가 단순히 정말 열심히 산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행동이 불안감을 없애기 위함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제야 나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참, 열심히 살았다.
말이 좋아 '열심히'였지, 사실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내 마음을 휘감고 있던 건 아닐까?
미래에 대한 불안, 그 불안이 내 성장 동력이었다.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가 되자'가 내 좌우명이라고 얘기하면 살아왔는데,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로 산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어제보다 한번 더 웃었으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었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좋았을 텐데,
나는 눈에 보이는 어떤 성과가 있어야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라고 생각했었다.
덕분에 눈에 보이도록 성과를 내기 위해 안간힘을 쓴 나는 가끔씩 번아웃이 오기도 했다.
대학생 때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는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회사에 다녀오면 녹초가 되어, 집에서 나의 별명은 눕기 대마왕, 귀차니 등이었다.
IT 붐을 타고 개발자가 된 나는, 출산을 하고서도 경력단절에 대한 불안으로 아이가 태어난 지 8개월 만에 다시 직장인이 되었고, 일을 쉬지 않고 한 덕분에 코로나 사태 때 의사를 제치고 미래의 직업 1위를 차지하기도 했던 개발자로 살고 있다.
여성평등이 그나마 실현되고 있는 개발자로서의 삶은 만족스럽다.
그러나 이제, 일이 나의 전부가 아님을 깨닫는다.
성과가 인생의 전부가 아님을 알아차린다.
성공은 했지만 행복하지 않음을 알아차린 순간,
나는 누구이며 여기는 어디인지 낯선 곳에 온 이방인 같다는 생각을 했다.
행복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제는 나를 위해, 행복을 위해 살 때가 된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고 스트레칭을 하고 글을 쓴다.
나만의 행복을 찾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