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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건우 Nov 25. 2024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책 리뷰
[브랑수아즈 시강]

고통스러운 사랑, 나를 살아있게 하네


-고통스러운 사랑. 나를 살아있게 하네-



폴이 결국 로제에게로 돌아갈 수 밖에 없던 이유는... 그녀의 나이때문일까. 

시몽은 젊다. 이미 격렬한 사랑을 경험했으니 잘 살아나갈 수 있다.

그러나 폴은, 다시 로제에게로 종속됨으로써 살아갈 것이다. 권태를 느끼지 못할정도로 권태롭게.

지나간 세월과 추억이 커질 수록 변화하기는 더욱 어려운 법이라. 


폴은 끝내 브람스를 좋아할 수 없을 것이다. 자유를 생각하지도 못하는 삶을 살지 않을까.

그러나 만약 폴이 시몽을 선택했다 하더라도 예상되는 결말은 비극적이다. 폴의 정신에서 여전히 로제라는 인물이 존재하는 한 그들에게 행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사람은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아니, 변하기 '어려운 것'이다. 기존의 것과 작별하고 새로움으로 떠나는 일은 두렵고 어려운 일이다. 로제에게서 시몽에게로.



어렵다. 그래서 사랑이 어렵고 고통스럽다. 사랑은 고립된 나로부터 벗어나 타인에게로 떠나는 일. 

그러나 그것만이 살아있게 한다. 살고 싶게 한다.

잠깐이었지만 폴이 느꼈던 그 달콤함. 사랑스러운 감각. 고통. 이것들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것이리라.


       



어쩐지 달과6펜스가 생각나게 한다. 스트릭랜드가 부인과 직업과 집을 내팽겨치고 화가의 삶으로 이동하는데 성공한 반면, 폴은 로제의 지배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 폴의 결말은 그래서 더욱 비참하다.

폴의 실패는 현실에서 흔해서 더욱 슬픈 결말인 것 같다.

외부의 힘으로부터 벗어나려 아무리 애써도 벗어날 수 없던 굴레. 

'현실적'인 엔딩이 때로는 비범한 엔딩보다 더 큰 각성을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작가는 아마도 그러한 의도로 이 책을 써냈지 않았을까. 


그 굴레를 


고통을 무릎쓰고 


끊어야만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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