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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쇠보관함 Jun 28. 2024

그리움과 직면하기

샤이니 9년 차 팬의 종현 이야기


2023년 작성 글


그 애를 떠올려도 이젠 슬픔이 미치도록 사무쳐오진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도 6 년씩이나 흘러버리면 어느 정도는 어느 면에서는 덤덤해지기 마련인가 봅니다. (햇수는 잘 떠올리지 않는데, 가끔 이름을 검색해서 기일을 확인할 때는 이게 의미 없는 일인지 필요한 일인지 잘 모르겠네요.)


그 일에서 벗어나는 일은 쉽지 않아 지금처럼 담담해지기까지엔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어요. 또한 종현이와 무관한 저로써의 삶은 스스로 살아야 했어요. 많이 아팠고, 힘들었고, 누군가의 딸, 언니, 누나로써 또는 친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며, 제게 남은 것들을 소중히 했어요.


샤이니에게서 사랑과 다정과 자기 관리를 배우기도 했어요. 스스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감정을 직관하고 내면을 굳히기도 했어요. 최근에는 근심 없는 나날을 보내오며 2023년은 제게 최고로 건강하고 행복한 해가 되기도 했어요. 제가 저의 1년을 행복하게 가꾸어나간 것입니다.

 그런 유유히 흘러가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종현이가 한 번씩 생각나요. 그때마다 ‘샤이니'가 얼마나 제 마음과 시간이 들어있는 이름인지 실감하곤 한답니다.



그 일이 있기 전, 고등학생 시절의 저는 정신적으로 너무 지쳐있었어요. 하루가 다 끝나고 해가 저문 하교버스에서 온몸에 힘이 쭉 빠진 채, 창가에 고개를 기대고 종현이의 노래를 들었어요. 그중에서도 ‘하루의 끝’은 빠트린 적이 없습니다. ‘수고했어요, 고생했어요.’ 그렇게 얘기해 주는 종현이가 좋았어요. 어느 날 퇴근길에 버스에서 창가에 고개를 기대고 있자니, 그때의 저를 재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하필 어제 자기 전에 종현의 라디오를 들어버려서, 오늘 본 웹툰에서 네 이야기를 봐서, 곧 15주년 샤이니 영화가 나와서, 이맘때쯤엔 늘 네가 그리웠어서. 그냥 특별히 종현이를 떠오르게 만드는 기억갈피들이 많아서 그랬을까요.

노래가 가장 처음 나왔던, 가장 많이 좋아하고, 가장 많이 향유했던, 강렬한 기억을 가졌던 시절로 돌려보내주는 노래는 꼭 타임머신 같아요.



제가 그 애를 떠올릴 때 정말로 슬픈 이유는, ‘앞으로도'같은 현재진행/미래진행형의 수식어가 붙는 감정을 가질 때라는 거예요. 그런 마음이 들 때면 그 애가 ‘보고’ 싶어 져요. 건강하고 담담하게 그 애를 그리워하다가도, 너무너무 보고 싶어 지는 날에는 아직도 제 슬픔을 잘 다스리질 못합니다. 선뜻 이런 주제의 얘기를 나눌 사람이 없어 혼자 감내해 왔어요.




어떻게 그리워하면 좋을까, 오늘은 어떤 방법으로 너랑 함께할까. 고민하다가 글을 써보기로 했어요. 매체의 감상문이나 필사만 해왔지, 글을 A부터 Z까지 제 손으로 완성하는 일은 처음이에요. 그런 만큼 날것의 마음을 기록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진심을 더하고 싶어요.



웹툰 <내일>은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결심한 사람에게 그런 마음이 들지 않게끔 도와주는 저승사자들의 에피소드형 이야기예요. 온갖 구설수에 놓인 스타 아이돌의 에피소드가 있었어요. 당연하게 종현이 생각이 났고, 댓글에서도 종현이 얘기를 봤어요. 이 에피소드에서 아이돌들의 속내와 심정, 고충을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었고, 크게 공감하면서도 모르던 부분을 깨달음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제가 봐온 샤이니는 가식이 어색하거나, 솔직하고, 꾸밈없는 다정을 n 년 이상 계속 말하고 행동한 아이들이에요. 잘 안다고, 잘 아니까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누군가를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그 생각을 바꾸지 않는 일은 얼마나 대단한 자만이었던 건지.


바로 곁의 사람에 대해서도 다 알지는 못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크고 작은 환상과 믿음은 저마다의 고집을 품게 되기 마련인가 봅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급속도로 종현이가 너무 '보고' 싶어 졌어요. 내가 너무 몰라줬던 것 같아서. 당연히 알 수도 없는데도 말이죠. 그런데 더 이상 너를 알아갈 수가 없어서. 얼굴 한 번 실제로 본 적도 없는, 나를 전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혼자 이렇게 그리워하는 게 너무 이상했어요. 심지어는 지금 활동하는 샤이니도 저를 알지는 못합니다. 제 댓글 한 번 보기는 했을까요.

그렇게 우울의 수렁에 빠져 믿던 것도 옳은 곳도 바라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했어요.




아주 예전에. 한창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때에, 저는 유튜브 검색으로 다이아몬드 스카이라는 곡을 알게 되었습니다. 검색에서 가장 맨 위에 떴던 영상은 첫 4인 콘서트에서 네 명이서 다 같이 부르는 무대였어요. 모두가 종현이만을 외치고 보고 있지만, 그래서 더더욱 빈자리만 보게 되었던 기억이 있네요. 음은 힘찼어도, 가사는 하늘에 사랑의 반지를 보내는 내용이었고요.

그래서 다이아몬드 스카이는 제겐 너무 가슴 아픈 노래였어요. 오래도록 들으면 눈물 나는 노래들 중 하나였어요.


그렇게 듣지 않으며 지내왔었는데, 어느 날 다른 무대영상을 보게 되었어요. 다섯 명이서 웃으며 달리며 다이아몬드 스카이를 노래하는 모습을 보자 짧은 순간 만감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나는 왜 이걸 슬프게만 여기고 있었지? 이렇게 반짝반짝 빛나고 아름다운 보석 같은 노래를 어째서 노력해서 듣지 않고 있던 거지?


 ‘난 언제까지 이 노래를 슬프게만 추억하려고 했던 걸까.’



무의식 중에 ‘슬픈 노래’라고 고집해 버리고선 멋대로 마주하고 있지 않았던 거예요. 당장의 나의 슬픔을 견딜 수가 없어서, 슬픔으로 만난 것을 다시 보고 싶지 않았어요.


내 시선의 각도와 깊이를 달리하면 다른 빛을 낸다는 것을 몰랐던 거죠.




최근에 좋은 기회가 생겨, 오래된 샤이니월드 분을 만나 종현이 얘기를 한 적이 있어요. 어떻게 그 일을 이겨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지인분 덕분에 두리뭉실했던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어요. 넘어야 할 고비가 큰 날이 앞으로도 종종 생기겠죠.


본디 저는 무언갈 사랑하면, 그 감정은 오래도록 끊임이 없고, 좋은 면만 꾸준히 상기시키며, 되도록이면 좋은 기억을 하고자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싶은데, 기억을 하는 게 괴로워 우울해질 때에면 …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이따금씩 말로는 사랑한다면서 그 애가 어디에 있는지 상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세월을 뛰어왔다는 기분도 들어요.



제가 많이 사랑하는 사람이 영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었기에 더더욱이요. 그런 바람을 품고자 한다면, 제 속에서 만큼은 단단히 영원하게 자리매김하고 있어야겠지요. 얼마 지나지 않으면 어느 던 기일입니다. 그전에 그림이든, 글이든, 말이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리운 감정을 표현하고자 합니다.


제 속을 독차지하려는 슬픔을 견디기 위해, 아낌없이 그 애를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쏟아내고자 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여러 번 꺼내보려고 해요. 그래야 다음에 종현이가 견딜 수 있을 만큼 제게 와주겠죠.



난 네가 필요하니까 계속 찾아와 주었으면 해, 종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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