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열쇠보관함 Jun 22. 2024

엘리베이터

어릴 때부터 엘리베이터를 정말 무서워했다.
갇힌 공간을 싫어하는 줄 알았다. 방탈출 카페도 무서웠고 엘리베이터 내부와 비슷한 류의 정적이 도는 좁은 곳은 모조리 다 무서웠다. 사람이 같이 있으면 괜찮다.

최근에는(어쩌면 최근에서야) 엘리베이터가 무섭지 않다. 20층에 문까지 복도가 아주 긴 형태의 아파트에 살았던 적이 있다. 처음 이사 왔을 땐 어두운 복도가 공포영화가 연상되어 무섭기는 했었다. 그렇지만 엘리베이터가 무섭지는 않다. 물론 복도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오르내리는 동안은 외부와 꼭 단절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어두침침하고, 창문도 문도 없고, 엘리베이터에 부착된 거울 속의 또 다른 나와 서로 마주하게 되고, 나올 수 없는 공간에 갇혀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도 모르는 어디론가 실려가는 기분도 든다. 오만가지 무서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파만파 퍼진다. 타고 있는 시간이 길수록 망상도 길고 짙어진다. 사람이 타면 악몽에서 현실로 깨어나기 때문에 무서운 생각이 날아가 안심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런 걱정을 구태여 하지 않기 때문이겠지.

두려움은 허상이구나. 내가 허상을 만들어내는구나. 만들어내지 않으면 두려움은 없는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전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