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아는 말했다. 지구에선 살 수 없다고.
좀 아프고 숨을 못 쉬더라도 지구밖 세상에 가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 죄송해요. 여긴 제가 머무를 곳이 아니에요. 너무 밝아서 살 수가 없어요. 하얀 커튼 뒤에 무엇이 있을까요? 눈부신 햇살 뒤엔 또 무엇이 있을까요? 밝아서 아파요. 저는 이렇게나 어두운데 왜 사람들은 밝은 세상을 보는 거죠? 지구에서 뛰어내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싶어요. 전 어두우니까 그곳으로 가면 감춰질 거예요. 선아야. 많이 아프지?라고 말해준다면 아주 조금이라도 나아지지 않을까 했는데 밝은 세상을 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어둠의 아픔을 몰라요. 전 이 어둠에서 살 거예요. 그곳으로 떠나요. 어둠에 있는 또 다른 사람들의 어둠을 책임질게요. 아니면 전 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는걸요.
오늘 학교에 갔어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너무 밝아서 눈을 뜰 수가 없었어요. 둘러보니 저만 검더라고요? 그래서 그때 깨달았던 것 같아요.
‘아, 나는 사회부적응자구나.’
그럼 뭐 어때! 그 아이들은 칼. 저는 방패 하나. 가진 게 고작 그뿐이었어요. 칼들이 마음을 휘두르고 가려했지만 엄마, 저 다 막아냈어요. 방패 하나로 살아서 돌아왔어요! 대단하죠? 그런데요, 엄마. 저 아파요. 책상 모서리, 네모난 교실, 날이 선 선생님의 말투까지도 너무 아파요. 뾰족한 것들은 다 아파요.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 걸까요. 둥근 세상인데 왜 이렇게 뾰족한 걸까요. 저는 더 어둡고 훨씬 넓은 곳에 가서 살래요.
[인간은 둥근 걸 보면 각지게 하는 속성이 있다.]
선아는 너무 둥글었을지도 모른다. 상처투성이가 되어 집으로 돌아온 선이를 안아주는 아군은 아무도 없었다. 적군들 사이에 뒤엉켜 살다 결국 소원을 이뤘다. 선아는 어젯밤 지구를 떠나 그토록 바라던 우주로 가게 되었다. 죽은 선아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