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걱정
부모에 대한 애정?
18개월이 넘어가면서 이제는 '내 딸의 딸'이 제법 여러 가지 단어를 써가면서 말을 하기 시작하고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맨밥이라도 잘 먹었는데 고기와 같이 주면 고기만 먹는다. 맛있는 것을 골라낼 수 있다.
몬테소리 선생님에게 1주일에 두 시간 교육을 받으면서 재미있는 놀이도 배우고 있다.
인생 2년 차이지만 우리 집에 와서 산지 1년이 넘어가면서 할아버지 패턴과 똑같아져 저녁 일찍 자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전형적인 직장인 모드로 생활한다.
물론 두 차례 낮잠도 잘잔다.
매일아침 교통회관에 출근하여 동네 아줌마들과 재미있게 노는데 특히 특이한 제스처 (왼손팔 들고 오른손으로 겨드랑이를 두드리는 체조)도 잘 따라 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집에서 TV는 전원을 켜지 못한 지도 벌써 몇 달이 되어가고, 거실에 하나 있는 에어컨 주도권을 빼앗겨 안방에서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보낸 지도 몇 달째이지만 나도 이제 이런 생활이 이미 익숙해져 있다.
그런데 하나 걱정이 된다.
3개월 전만 해도 '내 딸의 딸'이 좋아하는 순위가
아내> 딸> 나(할아범) > 외삼촌 > 아빠
최근에는
아내> 나(할아범) > 딸 > 외삼촌 > 아빠로 바뀌었다.
최근에 내 딸이 1달에 10 여일씩 외국출장 때문에 우리 집에 오는 날이 적어지고, 이전에는 외국 나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영상통화를 요청하더니 지금은 하루에 한 번도 잘 안 온다.
며칠 전 귀국하여서도 이틀 동안 오지 않더니 잠깐 와서 자는 '내 딸의 딸' 깨워서 울려놓더니, 정작 조금 있으면 바쁜 척하면서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가라고 한 다음 자기 집으로 돌아간다.
아마도 '내 딸의 딸' 어느 정도 컸고, 우리에게 맡겨 놓아서 안심이 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사위나 딸이 오는 날이면 가능한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지 않고 엄마 아빠와 같이 시간을 많이 가지도록 아내와 집을 나와 밖에서 커피숍을 전전하다가 집으로 돌아가면 '내 딸의 딸'이 울면서 안긴다.
'내 딸의 딸'을 돌보다 보니 아내가 점차 아픈 곳이 많아져서 무릎과 허리 치료하러 병원을 다니는데 '내 딸의 딸'은 점점 무거워진다. 하지만 더 걱정되는 것이 있다.
'내 딸의 딸'이 내 딸과 사위를 더 따르고 같이 있어야 하는데, 할머니 할아버지 하고만 생활하고 더 따르는 게 그래도 되는지? 걱정이 된다.
전에 이미 이런 경험이 많은 큰 처형에게 이야기해 보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란다.
딸과 아들의 아기들을 몇 년 동안 돌봐줬는데 조금 더 크니 자기 부모만 찾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금방 키워준 것도 잘 기억하지 못하게 될 것이란다. 그랬으면 좋겠지만...
헐! 이제는 내가 걱정이 된다. '내 딸의 딸'이 나중에 우리를 기억하기는 할까?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18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