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해외여행(1)
내 딸의 딸 첫 번째 해외여행(1)
'내 딸의 딸'이 우리 집에 눌러살면서 자유시간이 거의 없어져 미리 내 딸과 사위에게 할아버지, 할머니도 쉬는 시간이 필요하니, 적어도 연말에는 일주일이라도 해외 휴양지를 다녀오겠다고 이야기를 여름부터 하였다.
내 딸과 사위도 "벼룩도 낯짝이 있지!" 그동안 애만 맡겨 놓고 손님처럼 왔다 가는 것이 미안했는지 연말에는 자기들이 '내 달의 딸'을 돌볼 테니 편하게 다녀오시라고 하였고, 여행경비도 자기들이 지원하겠다고 하였다.
이런 이야기 지난 9월부터 하였지만, 혹시 다른 일이 생길지 몰라 10월 말에 비행기표를 예약할 예정이었다.
내 딸과 사위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자 9월 초부터 '내 딸의 딸'과 자기들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며 제주도 여행을 예약을 하였고, 10월 초에는 처음으로 후쿠오카에 내 딸의 딸과 해외여행을 가서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가진다면서 예약을 진행하였다.
그래! 모든 게 원만하게 잘 자리 잡아가는 것 같아 마음이 놓였고, 특히 엄마. 아빠와 그동안 시간을 많이 가지지지 못하였던 '내 딸의 딸'에게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모든 일은 기대한 대로 가지 않는 것 같다. 특히 내 자식일들은......
제주도에 여행 가는 것을 두고 내 딸과 사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느냐? 한참 고민들 하더니, 옷을 준비하고, 장난감을 준비하면서 2주일 전부터 온 집안을 들었다 놓았다.
1주일 남겨 놓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갑자기 할머니, 할아버지도 제주도에 같이 가자고 한다.
이게 무슨.... 누가 봐도 '무수리' 노릇하라고 같이 가자는 것이지...
나는 다른 자문일정과 겹치고, 집사람도 안된다고 하자 하루 만에 모든 제주도 여행예약을 취소해 버린다.
표면상 결론은 "사업상 중요한 일정이 갑자기 생겼기 때문"에 못 가게 되겠다는 것이다.
10월 초 예정된 일본 여행은 제대로 가보자고 내 딸과 사위가 열심히 준비한다. '내 딸의 딸' 여권도 만들었다. 후쿠오카의 일식집도 미리 예약도 한다며 열심히 계획을 짠다.
출발 2주일 전부터 열심히 이런저런 준비물을 이야기하더니 일주일을 남겨 놓고 갑자기 같이 일본여행을 같이 갈 수 있냐고 나와 아내에게 묻는다.
물론 둘 다 다른 일정 때문에 안된다고 하였다.
결론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내 딸이 '못 가겠다'라고 하였고, 사위는 출발이 긴박하게 비행기와 호텔을 취소하느라 위약금도 물면서 진땀을 뺐다. 슬슬 불안감이 몰려온다.
연말에 베트남 나뜨랑으로 도망가서 조금이라도 쉬려는 해외여행 비행기 예매를 10월 말에 하려고 하는데, '내 딸의 딸'도 같이 데려가란다. 안된다고 하니 내 딸과 사위도 따라온단다. 허! 참......
일단 자기들이 회사업무 때문에 바쁘니 대신 아빠가 비행기 예약을 대신해 달라고 한다.
그리고 사위는 회사에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나중에 별도로 예약하겠다고 하였다.
이것 봐라!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유아의 비행기 예약이 쉬운가?
거의 21개월이 된 아이를 무릎에 앉혀 갈 수 없어서 별도로 좌석을 예약하려니 예약 입력이 안된다.
24개월 미만은 좌석예약이 불가하다.
항공사에 전화를 해보니 일단 '내 딸의 딸'의 생년월일을 24개월이 넘은 것으로 다르게 기재하여 좌석을 예약한 다음 출발 전에 다시 한번 전화를 해서 생년월일을 수정요청하면 된다고 한다.
여권정보 입력도 내 딸과 내 딸의 딸까지 카피본을 받아 내가 다 예약 사이트에 들어가 직접 입력을 했다.
이거 참.....
이건 연말 휴가인지 아닌지... 떠나기 전부터 가서도 '따까리' 할 불길한 예감이 든다.
호텔은 자기들이 예약한다고 하였다. 제법 고급스러운 리조트에 빌라로 별도로 pool이 있는 좋은 곳이라고 하였다.
예약한 호텔에 대해 인터넷으로 후기를 조사해 보니 주변에 식당하나도 없는 한적한 곳으로 시내까지 30분은 차 타고 가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개인 풀은 이끼와 물때가 많아 한번 들어가 보고 너무 더러워 안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레스토랑은 음식이 짜다고 한다...
헐! 한숨이 나온다.
어찌 됐든 호텔예약을 하였으나 야간에 도착하니 공항에서 픽업할 차량을 호텔에 요청하라고 사위에게 말하였다.
며칠 후 물어보니 "호텔에 메일을 보냈는데 답신이 없단다" 이게 사위 답변의 끝이다.
내가 직접 호텔 홈페이지에 들어가 찾아보니 공항셔틀은 있는데 우리와 시간대에 맞지 않아 비싼 별도 요금을 내야만 한다고 나와 있었다.
내가 별도로 현지 여행사인 '나뜨랑도깨비'를 통해 픽업예약을 해야만 했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최근 동남아시아 아동 납치사건이 많아 입국 시 영문으로 된 '출생증명서'를 지참해야 하고, 호텔에서 보내온 인보이스에도 11세 미만은 '출생증명서'가 필요하다고 안내하길래 알아보니,
정부 인터넷사이트에서 쉽게 발급가능하다고 한다.
부모만 발급가능하니 내 딸에게 알려주고 출국 전에 '내 딸의 딸' 것을 사전에 미리 준비하라고 했다. 그런데 발급이 안된단다
사위가 영국교포라서 직접 관할구청으로 나와서 발급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바쁘다고 아직까지 미발급 상태다
이제 일주일 남았다. 연말에 쉬러 가는 여행이었는데.. 가기 전부터 걱정이 한가득이 되었다.
가는 5시간 30분 동안 비행기 안에서 '내 딸의 딸'이 잘 견딜 수 있을지?
1주일 동안 식사는 어떻게 만들어 줘야 할지?
유모차는 어떻게 기내로 가지고 갈지?
지난 주말 사위가 집에 와서 이야기한다. 연말이라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이번에 못 가게 돼서 정말 아쉽다고....
어! 이거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
이번여행 준비에 똥줄이 타서 준비하는 사람들이 할머니, 할아버지고 내 딸과 사위는 태평인 것 같다...
문득 올해 초 '내 딸의 딸'과 좌충우돌하며 어렵게 다녀왔던 제주도가 떠오른다. 설마... 또!
그래도사랑스런'내 딸의 딸'과 첫번째 즐거운 해외여행을 기대해본다.
" '내 딸의 딸'은 약 5개월 될 때 내 딸이 사위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되어 잠시 맡아 주기로 하고 우리 집에 오게 되었는데 21개월째 되는 지금까지 눌러앉아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