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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대끼는 삶 Aug 23. 2024

경쟁에 부대끼는 삶

       - 부대끼게 하는 세상(2)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말을 처음 접했을 때, ‘아! 대단한 통찰이다.’라고 생각했다. 이 문장은 내가 기억하는 범위에서, 세상을 규정하는 문장으로 내가 접한 첫 번째 문장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 감동하였고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대학에 와서 이 문장의 의미를 단순히 더불어 산다는 것에서 ‘더불어 사는 그 과정에서 인간이 공감이나 배려 같은 인간다움을 획득하여 비로소 인간이 된다.’는 의미로 이해하였다. 인간이 되기 위해 사회생활을 한다는 의미이므로 통찰과 감동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회가 인간에게 지우는 큰 부하를 생각하면 사회는 인간다움을 완성하기도 하지만 인간성을 파괴하기도 한다는 것을 절감한다. 그래서 사회는 ‘필요악(必要惡)인가?’ 하는 의문을 계속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사회가 구성원을 가장 부대끼게 하는 것은 거의 모든 의사 결정에서 경쟁하게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필요악이라면 경쟁도 필요악이라고 할 수 있다. 경쟁이 발전과 성장을 위한 강력한 동력이라고 주장하면서 경쟁을 부추기는 것에 대해, 옳지 않다고 쉽게 반박하기 어렵다. 반박을 위해선 발전과 성장에 우선 가치를 두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열기가 조금 식은 것 같지만, 신자유주의를 내세우면서 세계화를 추진해 가는 지구촌 물결을 어떻게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는가? 부탄(Bhutan) 국민같이 우선순위의 가치가 다르다면 모를까?        

스포츠 경기에선 무승부라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삶을 구성하는 경쟁에선 승자와 패자가 확실히 결정된다. 스포츠 경기에선 정해진 규칙에 잘 따르는 능력이 크면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승자의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삶의 경쟁에선 ‘사회적가치’를 얻었거나 얻지 못하였거나로 나누어진다. 제로섬(zero-sum) 경쟁이다. 나누어 가지는 경우는 없다. ‘전쟁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항상 있는 일(勝敗兵家之常事)’이라고 하지만 다시 전열을 가다듬을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크고 중요한 경쟁일수록 패자의 삶은 고통 속에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고 인간성은 황폐해질 수 있다. 그러니 무한 경쟁으로 내모는 사회가 필요악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경쟁할 수밖에 없는 현실은 구성원이 얻고자 하는 ‘사회적가치’의 양이 원하는 구성원 모두에게 나누어 줄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가치엔 사랑싸움 등 추상적인 가치도 있지만, 대부분 물질적인 것이거나 물질과 연결된 것이다. 입시경쟁, 입사경쟁, 시장경쟁, 가격경쟁, 기술경쟁, 글로벌경쟁, 주식시장, 예산배정, 선거 등의 말에서 화폐의 냄새를 많이 맡을 수 있다. 작년에 국세청에 폐업 신고한 자영업자 수가 백만에 가깝다고 한다. 50% 정도가 사업부진을 폐업사유로 신고하였다고 한다. 쉽게 말해 망한 것이다. 가진 돈을 잃고 빚만 남긴 것이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금년도 상반기 기준 자영업자 대출규모는 1056조 원이고, 작년 말 기준 연체액은 27조 원 규모라고 한다. 필자는 규모의 과다를 가늠하지는 못하지만, 언론에서는 부정적인 기사를 많이 쏟아내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많은 가게가 너무나 자주 업종이 바뀌는 인테리어 공사를 한다. 공사 현장을 보면서 골드러시 시대의 리바이스(Levi’s)를 떠올리기도 하지만, 손실을 내고 문을 닫은 자영업자의 쓰린 마음과 가정의 어두운 분위기가 전해 와서 안타까운 마음을 추스르곤 한다.

          

경쟁이 가지는 필요악의 기능에서 악의 요소를 제거하고 필요한 것으로 만들 수는 없는가 하는 단순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사회에 기생하는 악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병을 치료하듯이 솎아내어야 하지만, 사회와 공생하는 경쟁은 제거하지 못하니 역기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답인 것 같다.   

  

경쟁을 관리하는 수단 중에서 첫 번째는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공정은 사회적가치를 분배받기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참가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기회균등)과 참가자 모두에게 경쟁 규칙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평등)이다. 실제에 있어서는 참가자의 처지가 다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공정할 수가 없지만, 그나마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제대로 하여 최소한 경쟁의 결과는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찰경쟁이나 입사경쟁에서 들러리를 세운다든가, 주식시장에서 내부 정보를 이용하거나 주가를 조작하는 경우는 대표적인 불공정경쟁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승자가 독식한 사회적가치나 그 성과물을 일부 회수하여 재분배하는 것이다. 재분배 기능이 약간의 저항을 이겨내고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면, 사회를 안정시키고 삶을 평화롭게 할 것이다.


세 번째는 무대에서 내려간 패자를 다시 승부의 장으로 이끌어 들이는 제도를 갖추는 것이다. 스스로 전열을 가다듬을 수 없어 나락에 떨어져 있는 패자에게 여러 가지 지원을 제공하여 우뚝 서게 만들고, 다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혹자는 도덕적 해이를 언급하면서 반대할 수도 있지만, 몇몇 Black Consumer 때문에 고객만족(CS) 활동을 멈출 수는 없지 않은가? 건강한 사회의 사회 안정은 반대자를 포함한 전체 구성원의 삶에서 고통의 무게를 줄인다.      


이같이 경쟁관리를 제대로 하는 것은 구성원의 안정된 삶을 통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초석이 되므로, 경쟁을 관리하는 주체인 국가나 정부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할 것이다. 여기에 주권 행사와 선거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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