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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Oct 24. 2024

족발과 데이식스, 그리고 글쓰기



우리 동네에 족발집이 하나 있다. 평일과 주말, 낮과 밤 할 것 없이 최소 다섯 팀 이상 항상 대기가 있을 정도로 언제나 길게 서 있는 곳이다.


알고 봤더니, 가수 성시경 님 방문 이후로 유명세를 . 너무 줄이 길어서, 집 근처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도전해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에 최근에 퇴근하고 우연히 테이블링을 열었다가, 대기가 많지 않은 걸 보고 갑작스럽게 아내와 아이와 함께 다녀왔다.


정말 맛있기는 하네. 인정!
바로 이 맛에 사람들이 오는구나.




다들 그런 곳 있지?
나만 알고 싶은 그런 곳.


그러다가 문득, 이전 부서 근처에 있던 돈가스 집이 생각났다.


튀김 내 고기가 얼마나 부드러운지, 마치 입안에서 고기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인생 맛집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다행히 위치도 골목 안쪽에 있어서 지도 없이 찾아가기 힘든 위치였던 터라, 아는 사람들만 매주 조용히 다녔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언제 방송을 탄 것일까? 애석하게도 나만 알고 었던 그곳은, 만인의 사랑을 받는 곳으로 바뀌었다. 대기가 너무 길어서 더 이상 갈 수 없게 되어버렸다. 


점심시간보다 30분 일찍 나가서 줄 섰는데도, 한 시간이나 기다린 후에야 먹을 수 있었다면 말 다 했죠. 그것도 평일 낮에.



이런 곳들은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이 찾아오든 찾아오지 않든,
꾸준히 자리를 지키며
언제든 준비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회가 찾아왔을 때, 때를 놓치지 않고 살렸다는 것이었다.



요즘 최절정 인기를 누리고 있는 데이식스 또한, 현재 위치에 오기까지 10년이 걸렸다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들도 역시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오랜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내공을 쌓아왔기에, 현재의 모습처럼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직접 작곡도 하면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아나가던 그룹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궤도에 올라서고 나니까 호랑이에 날개 단 형국이 되었다.


5분 만에 콘서트 4만 석 매진은 물론, 해외 투어도 성황리에 진행되고 있을 정도로 위상이 달라졌다.



맛집도, 각자의 인생도,
글쓰기도 똑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한 걸음씩
앞으로 내디뎌 본다.



요즘 날씨가 오락가락하다 보니, 꾸준하게 건강을 관리하거나 루틴을 유지하기 쉽지 않. 회사 일도 일이지만, 체력 부족을 핑계로 유지해 오던 루틴이 깨지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은 내가 무엇을 위해서 이러고 있나 싶을 때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의 글이 더욱 빛나 보이기도 했다. 그들이 멋진 결과물을 꺼내 놓을 때면,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잡고 나아가고 있는 끈을 놓아 버리면, 나의 공간들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식당'이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부침이 있더라도 내가 가진 맛과 향을 표현해보고 싶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도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한 게 전자책이었고, 이제 퇴고 과정을 마치고 곧 출간이 될 것 같다.


데이식스가 무명에서 슈퍼스타로 발돋움하면서 새로운 무대에 선 것처럼, 앞으로 펼쳐질 나만의 쇼타임도 이제 새롭게 시작이다.


그나저나, 그 돈가스 집 정말 그립다.
인생 돈가스 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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