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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카 Oct 29. 2024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가

악마의 편집, 걸어온 길을 재구성하기


벌써 11월이 코앞이다. 2024년이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올해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보고 싶어 진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은 언제나 함께 온다.
그중 어느 쪽에 더 중심을 둘 것인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연초, 갑작스러운 소식이 내 귀를 스쳤다. 부서장이 바뀐다는 것이었다. 주변에서는 예상 후보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고, 나는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랐다.


“설마, 그분이? 에이, 아닐 거야.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는 게 아냐.”



주변 사람들에게 장난스럽게 이야기했지만, 내 마음은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소문은 틀리지 않았다. 정말 그분이 부서장님으로 오셨다.


내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무려 6년을 함께 일했던 분이셨다. 솔직히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을 정도로 힘든 기억이 가득한 분이었다. 주관이 뚜렷하고 예민하셔서 모시기 어려운 분이었는데, 결국 그를 다시 맞게 된 것이다.




회의 첫날, 부서장님은 큰 목소리로 선언하셨다.


이번 프로젝트는 우리 부서의 핵심 업무야. 절대 대충 끝내선 안 돼.”


‘역시, 시작부터 심상치 않군.’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


아니나 다를까, 부서장님은 원래 계획보다 두세 배 크게 확장해 버리셨고, 내 업무 부담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는 생각에 참다못해 부서장님께 말했다.


부장님, 일정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부서장님은 단호했다.


네가 힘들면 넌 손 떼. 너 안 시킬 테니까.”



회사에서 항상 'Yes맨'이었던 나는, 그날 처음으로 ‘No’라고 외치며 부서장님께 반기를 들었다. 이후 두 달 동안 매일 한 시간 넘게 회의하며 의견을 조율하고, 때론 언성을 높이며 다투는 일이 반복됐다.


그러던 어느 날, 나를 빤히 쳐다보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


“많이 컸네, 신입 때와는 달라졌어.”





그렇게 악몽 같던 네 달이 지나고, 마침내 프로젝트가 끝났다. 체중이 5kg이나 빠질 정도로 힘든 과정이었지만, 좋은 평가를 받으며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주 되뇌곤 했다.


아무리 힘든 상황이라도, 그 속에서도 배울 점은 항상 존재하잖아.


과거의 어려웠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그 기억들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러한 고생이 있었기에 인정받기 어려운 외곽 부서에서 본사의 주요 부서로 오게 되지 않았을까?

지금 이곳에서도 또 다른 프로젝트를 무사히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득,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자주 등장하던 ‘악마의 편집’이 떠올랐다.


편집의 방향에 따라 같은 이야기라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재탄생하듯, 내 인생의 편집 권한도 결국 나에게 있는 게 아닐까?


좋은 기억과 힘든 순간들, 그중 무엇을 마음에 남길지는 오롯이 나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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