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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마남녀 Oct 14. 2024

사람을 태우지 않고도 걸을 권리

馬主授業: 승용마 아베끄뚜아



어느 날 뚜아의 하루를 떠올리게 됐다.


뚜아가 마방에 있는데,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발굽을 판다.

발굽을 파고 홀터를 해서 따라가니 세 발자국 떨어진 수장대에 들어가라고 하고 다시 묶는다. 거기서 고개를 고정한 상태로 서 있다 보면 안장을 얹고 굴레를 씌워 재갈을 물라고 한다.

재갈까지 물고 나니 가자고 당겨서 따라가니 운동장 앞이다.

누군가 올라타고 한 시간 운동을 한다.

타기 전까지 그 사람이 누군지 보지 못할 때도 있다.

운동이 끝나고 운동장에서 나간다.

안장을 내리고 굴레를 풀고 수장대로 가거나 아니면 바로 마방으로 돌아간다.

들어가라고 해서 들어가니 철컹, 등 뒤로 마방문이 닫힌다.

끝.


일, 달, 해 반복되는 뚜아의 일상.

내가 뚜아라면 어떨까, 떠올리니 마음이 내려앉는다.



우리는 동물을 많은 용도로 활용한다. 그러나 그 어떤 동물도 특정한 용도로 인간에게 사용되기 위해서 있는 것 아니다. 그게 그들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말은 어떨까.

승마를 접하면서 느낀 점은, 많은 사람들이 말(승용마)은 타는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말=타는 거, 혹은 타라고 있는 거"

이 공식이 생각보다 확고한 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쩌면 나도 예전에는 그랬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지금은 아니다.


지난번 기승 때부터 시작한 일이 하나 있다. 마방에서 데리고 나오면 십 분, 십오 분이라도 뚜아와 나란히 걷는 것이다. 기승 전 그루밍은 기승에 필요한 정도로 줄이고 그 시간을 손평보에 쓰기로 했다.


뚜아를 데리고, 바로 옆 수장대가 아니라 가을바람이 솔솔 부는 실외 운동장으로 나갔을 때 기분이 정말 좋았다. 둘이 가만히 걸으면서 뚜아에게 말해줬다.


"뚜아야, 너는 사람을 태우지 않고도 걸을 권리가 있어."


뚜아가 그 말을 알아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그 건 나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게 잊게 될까 봐.



뚜아야, 너와 나란히 걸을 수 있어서 영광이야. 정말 고마워.





2019.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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