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수적 전통
보수적 전통이 없는 땅, 미국
2024년 미국 대선을 다시 맞아 트럼프와 바이든의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등장 이래로 치열하게 펼쳐지는 미국의 좌우 갈등: 트럼프를 거두로 한 보수파의 공격과 그것을 막아내려고 하는 미국 진보파의 거대한 싸움이 지금 바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시대들 맞이한 뒤로 미국 보수파에 대해서 극우적이니 대안우파이니 하는 리버럴 측의 여러 공격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재밌는 사실이 있다면 미국에는 사실 보수적 전통이라 할만한 것이 없다는 겁니다.
미국은 봉건제가 없던 약속된 광활한 토지에서 시작한 국가로 보수적 전통이라는 것이 생겨날 수가 없습니다. 구대륙 국가들의 경우 봉건제가 존재하였고 거기에서 이어진 보수적 전통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전지구상에서 자유지상주의적 성격이 가장 강한 미국은 그렇게 나아갑니다. 하지만 점점 중앙집권적인 모습과 정부 개입의 요소가 점점 늘어나더니 기어코 뉴딜정책이라는 국가개입 경제의 끝판왕과도 같은 정책이 나타나게 됩니다.
여기서 미국의 보수파라는 사람들은 위기감을 가지게 됩니다. 이렇게 하나 하나 중앙집권으로 변해가는 미국의 모습이 보기 싫다는거죠. 정부와 국가에 두려워하던 이들은 그들의 사상적 빈곤함을 극복하고자 conservatism의 토대를 만들기로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미국인이기에 보수적 전통은 전무한 자유주의자들입니다. 그럼에도 현상유지파로서 보수를 자처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그나마 자기들의 입맛에 맞는 과거 영국에 살았던 에드먼드 버크라는 당대의 한 계몽주의자를 보수의 화신으로 추앙하고 버크로부터 시작해 미국의 건국을 지나 戰後 미국, 1945~로 이어지는 거대한 대서사시를 만들어나갑니다. 미국이 보수주의의 국가라는 겁니다. Peter Viereck의 책 『보수주의 재고: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반란, Conservatism Revisited: The Revolt Against Ideology』에서 Conservatism이 사용된 것을 시작으로 시작으로 한국의 보수 네티즌 사이에서 많이 언급되는 러셀 커크의 『보수의 정신, Conservative Mind』을 등을 거치며 미국 현상유지파의 거대한 보수주의 반란은 성공하게 됩니다. 이 사람들이 무엇을 했느냐가 궁금하시면 『네셔널 리뷰』라는 당대 보수부흥운동의 중심지였던 한 저널을 살펴보시면 되겠습니다. 여튼 전후 미국에서 정부 개입을 필두로 한 사회 변화에 저항하고자 시작된 이 보수 운동은 결국 미국의 공화당을 집어삼키며 완벽한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그러니까 오늘날 미국의 보수파라는 건 이렇게 탄생한 집단으로 사실 보수적 전통과는 무관한 집단입니다. 한국의 보수파들이 스스로의 사상적 부재를 원망하며 미국의 보수를 적극 수용해 자유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한국에 실정에 전혀 맞지 않을 뿐더러, 딱히 근본 보수니 이런 것도 아닌 게 됩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미국의 진보파의 '사회주의'라는 건 구대륙의 사회주의와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급진 리버럴들의 여러 젠더 담론에는 혀를 내두르게 됩니다만 경제적인 부분만 보더라도 미국의 급진 좌파라는 것이 진정으로 구대륙의 사회주의를 외치는 것인가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미국의 보수파가 보수적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는 것처럼 진보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오늘날 미국의 극심한 좌우 대결은 자유적 전통 대 보수적 전통도 사회주의 대 자유주의도 아닌 결국 자유적 전통에 대한 해석을 가지고 싸우는 양측의 격렬한 움직임일 뿐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