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글을 이 영화에 대한 각종 후기들에 대한 생각으로 가볍게 시작하겠다.
<퍼펙트 데이즈>에 대한 여러 후기를 보면 일상이라는 단어와 그에 따른 가치, 소박함의 위대함, 일상은 왜 소중한가 식의 접근이 우후죽순 발견되는데 나는 이 영화에 관해 쏟아진 소확행식 결론, 일명 '일상의 소중함'으로 접근하는 후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퍼펙트 데이즈는 오히려 처참한 붕괴의 이야기로 80년대 빔 벤더스 작업의 21세기 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히라야마의 출신을 확인해보자. '화장실 청소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그의 출신은 분명히 상위계층, 최소한 중산층인 지식인이다. 이 영화의 출발이 시부야 화장실 홍보 프로젝트였음을 생각하면 흑인 여성의 등장은 약간 홍보를 위한 느낌도 없지 않지만, 그는 막힘없이 영어를 할 줄 알며, 여가시간에 문학을 읽고, 그의 집에는 수많은 책과 수많은 사진들이 존재한다.
훗날 여동생이 그가 화장실 청소를 하고있냐고 묻듯이, 어떠한 종류의 성공도 가지지 못한 채 화장실을 전전하는 그가 명백히 실패한 지식인이라는 사실 역시 분명하다.
어디 로멘스 영화에서도 망상같을 입맞춤을 선사하고 극중에서 아야가 퇴장한 뒤, 보란 듯이 고다 아야(幸田 文)의 소설이 등장한다. 외로운 실패한 지식인에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다고 위로를 건네듯이. 이 영화의 세계가 물질적이지만은 않다는 일종의 증거이기도 한데, 다음을 생각하면 이는 더욱더 분명해진다. 퍼펙트 데이즈의 세계란 히라야마 본인의 말이 그러하듯 수많이 개개인의 세계 중 하나다. 여동생류의 보편성의 세계와 유리돼 있는 히라야마의 세계란 거대한 히라야마 본인이 품고있는 관념의 덩어리라 보아도 무방하다.
그렇다면 히라야마의 화장실 청소에 대한 유별난 직업정신과 철저한 루틴은 세계를 유지하기 위한 몸부림이다.
동료 후배 직원이 카세프테이프를 팔자며 그에게 모욕감을 안겨준 것으로 가볍게 시작해, 그의 철저한 세계에는 각종 위협이 엄습하기 시작한다. 여동생과의 대화는 그에게 전술한 지식인 신분으로서의 과거와 실패를 상기시킨다. 후배 직원은 갑작스레 일을 관두고 낡은 자동차에 불법 주정차 단속 딱지가 붙을 뻔하게 되며, 단골가게는 휴업을 하게 된다. 히라야마는 처음에는 애써 웃으며 이 모든 걸 달관하려 해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에게 보이는 것은 맘씨좋은 아저씨의 모습이 아닌 불안에 휩싸인 신경질적인 아저씨의 모습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매일 공원에서 우스꽝스러운 춤을 추던 노인은 더이상 공원에 나타나지 않는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길을 잃고 혼란해 할 뿐이다. 진짜로 갑작스럽게 단골가게 주인장의 전 남편이 등장해 담배 좀 빌려달라고 주인공에게 손을 내민다.
이 처참한 붕괴의 일련 속에서 루틴 중 주요 일과였던 낡은 목욕탕의 철거를 한번 언급하고 갈 필요가 있다. 히라야마가 수면 위로 눈만 내민 채 위태롭게 버틸 수 있게 하던 낡은 목욕탕은 결국 연속적이고 광범위한 일상의 붕괴로 인해 이 세계에서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하지만 이 붕괴와는 완벽하게 대비되는 건물이 존재한다. 세기 힘들 정도로 화면에 계속해 튀어나오는 '도쿄스카이트리'라는 거대한 수직선상의 철제 건축물이다. 도쿄스카이트리는 출근길마다 히라야마가 맞이 하는 것으로, 사실상 피할 수없는 운명에 가깝다. 그럼으로 견고해보이는 철제건축물의 다리는 지극히 물질적이라는 인상을 관객에게 심어주는 동시에 모든 개별적 세계를 초월하는 초월적 존재이기도 하다. 그렇게 히라야마가 본인의 세계관을 직접 언급한 장소: 강물 위의 수평적 다리를, 도쿄스카이트리라는 수직축은 그 수평선 따위를 가볍게 능가하게 된다.
결국 히라야마는 그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도 도쿄스카이트리라는 절대적인 운명에 숙명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히라야마의 신분을 떠올려보자. 그는 실패한 지식인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것은 마치 '일렁이는' 듯한 세계의 소실, 즉 시간의 진보에 따라 맞이 할 수밖에 없는 거대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징후의 포착이자 그것에 대항할 힘없이 그저 표류할 암울한 미래에 대한 예고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이 영화를 보며 극도의 좌절과 무력을 느꼈지 일상의 소중함이니 행복이니 이런 것을 전혀 느끼지를 못했다. 빔 벤더스가 예전에 했던 작업이 다시 부활한 느낌이다 그런 생각도 드는 것이고. 가뜩이나 무력한 마당에 몰입을 한 탓인지 비유아닌 말그대로 보고나서 계속 두통에 시달렸기에 나에게는 다시 손대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이 가는 그런 영화로 남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