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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드맥스 Jul 02. 2024

달리기, 5K 레이스 도전 1

- 슬기로운 영국 생활 : 5 km 달리기 경주 준비

반 구십 살 평생에 조깅 한번 안 해봤고 운동과는 담을 쌓고 사는 내가 5K 레이스에 성공했다. 그것도 40분대에. 그래서 나의 첫 달리기 도전 5K 레이스 성공담을 자랑하고 싶다. 스스로가 너무 자랑스러우니까. ^^


나는 동거인과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관이나 삶의 방향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사는 동안 지구를 조금이라도 훼손하기 위해 노력하며 살고, 세상이 좋아지는 일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삶의 추구미라고나 할까. 우리는 그런 삶을 살기 위해 우리부터 건강해 지기로 했다.


마침 친구들이 10K 레이스를 같이 하자고 꼬셨다. 동거인에게 얘기했더니, 그는 5K를 먼저 추천했다.

동거인은 하프 마라톤 경험자다. 나는 운동과 거리가 먼 사람으로, 달리기는 그 옛날 고등학교 때 점수를 위해 1000m를 달려본 게 전부였으니  5K를 목표로 시작해 보는 것이 합리 적여 보였다.


일단, 레이스 접수부터 했다. 거의 6개월 뒤의 일정이었다.

달려 본 적이 없으니 새로 사야 할 준비물이 많았다. 러닝화, 러닝양말, 러닝 티, 러닝 속옷, 러닝 바지.

뭐 대단한 달리기를 하는 것도 아닌데 준비물은 왜 이리도 많은지... 애초에 갖고 있는 운동 관련 아이템이 하나도 없어 더 한 것 같다. 어쨌든 집 근처 아웃렛에서 바지런히 달릴 준비도 끝 맞췄다.


인터넷에는 거리, 난이도 별 달리기 코칭 프로그램이 꽤 많이 있다. 당장 뭘 찾아볼 필요도 없이 맨날 끼고 사는 스마트폰에도 달리기 관련 헬스프로그램이 많다.

달리기를 인터넷으로 먼저 공부해 본 결과, 계획상 일주일에 3번씩 '5K 달리기 초급 10주 코스'를 해보고 중급 코스를 하다 보면 무리 없이 레이스를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현실은 일주일에 3번은커녕 1번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나는 영국 옥스퍼드 남쪽에 산다. 비가 꽤나 자주 오기도 하지만 날씨가 하루에도 열두 번은 바뀐다. 비가 잠깐 내리다가도 해가 번쩍 솟아오르고 또 구름이 끼고 바람이 불다가도 다시 눈부신 해가 난다. 'Sunshine and showers with strong wind'는 영국에서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일기예보인 것 같다.

변덕스러운 날씨덕에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날씨얘기가 많다. 그래서 날씨 관련된 표현들이 그렇게나 많은가 보다.

영국은 한국과 반대로 겨울에 가장 비가 많이 온다. 1월에 강수량이 가장 높고 2월, 3월, 4월, 5월, 6월 순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변화는 여기도 마찬가지여서 날씨가 들쑥날쑥이다.


비 오는 시간을 피해 달리기에 성공하면 기분이 상당히 좋다.

시골 살아 좋은 점 중 하나는 조깅할 때 보는 자연 풍광이다. 지금은 들판에 스케이비어스와 퍼피 등 들꽃이 너무 예쁜 계절이다.

조깅 시간을 잘 맞추면 뻥 뚫린 허허벌판에서 끝내주는 황금빛 석양도 감상하며 달릴 수 있다.

공기는 또 어떻고? 저렇게 끝도 없이 펼쳐진 들판에 비가 자주 오는데 공기가 안 좋을 수가 없다.


일단, 달리면 너무 좋긴 한데 하필이면 강수량이 가장 높은 시즌이다 보니 허구한 날 비가 왔다.

시부모님도 유난히 자주 놀러 오셨다. 한번 오시면 일주일은 머물다 가시니 그동안은 달릴 수가 없었다. 동거인의 장거리 출장도 왜 그렇게 많은지. 레이스를 준비하는 동안 조깅을 할 수 없는 핑계들은 정말 다양했다.

그래도 날짜는 차근차근 꾸준히 다가왔다.


결국 레이스 전까지 5km를 반은 달리고, 반은 빨리 걷는 수준으로 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거인의 선견지명이 탁월했달까 우리 삶의 추구미와 잘 맞아떨어졌달까.

다행히 우리가 접수한 레이스는 들어오는 순서가 중요한 달리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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