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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드맥스 Jun 28. 2024

에든버러의 미술관들

- 스코틀랜드 여행 5 : 미술관 투어

오늘은 여행의 마지막 날. 아침식사 후 남은 시간은 대 여섯 시간. 

계획했던 일정 중 못한 게 아직 너무 많아 우선순위를 정해야 할 시간이었다.

욕심을 내려놓아야 무리하지 않고 당장 하고 싶은 걸 정할 수 있다. 언제든 다시 올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위해 카페를 찾았다. ^^

카페 구조가 하다. 카운터 구역이 따로 있지 않고 바리스타 2명이 홀에 왔다 갔다 하며 손님 응대를 했다. 시간이 아침 일찍 이었는데도 쓰고 있는 책이나 논문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재미있는 공간이다. 주문한 커피를 마셔봤다. 왠일이니, 스페셜티 커피 라더니 정말이네. 이 집도 커피에 진심이야.

flat white, piccolo, 디저트는 뭐였더라..   =_=

매장에서 원두도 판매 한다. 커피가 너무 맛있어서 카페 사장님과 여러가지 상의 끝에 싱글 오리진 하나, 에스프레소 블렌드 하나를 샀다. 집에서 커피 내려먹을 생각에 동거인이 즐거워 보였다.


아티잔 로스트 커피 로스터의 내 별점은 ★★★★

- Artisan Roast Coffee Roasters  https://artisanroast.co.uk/




결정. 오늘은 오로지 미술관 투어.

영국에는 미술관이 참 많다. 그리고 큰 미술관들은 공짜다.

처음 런던의 영국 박물관이나 V&A 뮤지엄에 갔을 땐 비뚤어진 마음에 '어차피 다 훔쳐오고 뺏어 온 것들인데 돈 받아먹으면 대둑놈들이지.' 싶었지만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다. 같은 입장이어도 프랑스나 독일 등 유럽의 큰 미술관들은 모두 입장료를 내야 하니 말이다.

깨달음 이후로는 마음을 고쳐먹고 감사한 마음으로 영국의 미술관들을 관람 중이다.

마지막날의 목표는 미술관 3 콤보다.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 스코틀랜드 국립 초상화 미술관, 스코틀랜드 국립 현대 미술관의 관람. 될까?



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 : National Gallery

그리하여 에든버러에서의 첫 번째 미술관은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이다.

1800년대 초부터 수집된 작품들이 1859년에 대중에게 처음 공개 되었다고 한다.

스코틀랜드 국립 미술관에는 르네상스 초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스코틀랜드와 전 세계의 미술 작품을 아우르는 스코틀랜드의 국립 미술 컬렉션이 소장되어 있다.

https://en.wikipedia.org/wiki/Scottish_National_Gallery

외관부터가 참 크다. 학교 다닐 때 뜻도 모르고 외우던 이오니아방식 어쩌고가 생각나는 기둥이다.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투어를 시작했다.


James Guthrie : Midsummer

나무그늘 아래서 차를 마시는 레이디들의 드레스 위로 보이는 나뭇잎모양 빛이 강렬하다.

자신감 넘치는 터치가 더욱 한여름을 극적으로 느끼게 만든다.


Edward Arthur Walton : Bluette

그림을 볼 때 밤색 옷을 입고 파란색 꽃을 든 소녀와 시선이 마주친다. 영화 속에서 서로 응시하고 있는 두 명의 주인공이 듯한 느낌이다. 뭉개져있는 초록빛 들판도 드레스 밑단도 오직 소녀와 나의 시선만 집중하게 만들어 주는 느낌이다. 소녀의 눈길에 사로잡혀 계속 쳐다보게 된다. 색을 어떻게 저렇게 쓰나.. 거참.


Sir James Guthrie : A Hind's Daughter

누가 봐도 어린아이인데 날카로운 칼을 쥐고 밭에서 일하고 있다.

강렬한 첫 이미지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작품은 설명을 읽으면 더욱 마음이 이상해진다.  아이가 매우 힘들고 지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밭일을 하기에 너무 어려 보이는 건 사실이니까. 야무지게 칼을 쥐고 자기 머리통보다 더 큰 양배추를 수확하는 모습이 한두 번 일 해본 본새는 아니다.


Arthur Melville : An Egyptian Interior

실내로 들어오는 자연빛이 왜 저렇게까지 빛이 나는지 궁금했는데 이집트여행에서 본 풍경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작가는 1880년에 중동여행에서 카이로를 여행했다고 한다.

시장, 좁은 거리, 과일 가판대, 카펫 판매원, 카페 등 그곳에서 본 많은 이미지에 매료되었나 보다.

당시에 강렬했던 그 이미지들을 스케치해서 에든버러로 돌아와 이런 그림들을 그렸다고 한다. 작가의 눈매가 얼마나 매서운지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은색 테이블 위의 잔들과 복잡한 모양의 창살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굉장하다. 저렇게 모든 빛을 세심하게 그리다 보면 원근도, 강약도 모두 엉망이 될 법 한데 이 작품에선 전혀 그런 혼란이 느껴지지 않는다.


미술관에 좋은 작품들이 너무 많아 전부 일일이 감상평을 할 수가 없다.

작가가 된 심정으로 독자들 눈호강은 시켜주고 싶은 마음에 일단 작품 사진들을 몇 개라도 더 올려 본다.

마음이 급해 사진을 너무 막 찍었나 보다.


아니 어쩜 다들.. 다시 봐도 징글징글하게도 잘 그렸다.

작품들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 지게 만들다가도 기를 죽여 버릴만큼 집요하게 잘 그려졌다.


발걸음을 서둘러 다음 미술관으로 이동.



National Galleries of Scotland : Portrait Gallery


스코틀랜드 국립 초상화 미술관으로 왔다.

퀸 스트리트 동쪽 끝에 위치한 이 미술관은 화려한 스페인 고딕 양식으로 유명하며, 붉은 사암의 네오고딕 건물이라 에든버러의 다른 회색 건물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의 창문이 조각된 뾰족한 아치로 만들어졌고, 정문은 큰 박공 아치로 둘러싸여 있다.

소장품은 총 약 3,000점의 회화와 조각품, 25,000점의 판화와 드로잉, 38,000장의 사진으로 구성되어 있다.

건물 외벽사진 출처 : https://hiddenscotland.co/the-great-hall-in-the-scottish-national-portrait-gallery/


다시 집중하여 관람 시작.

스튜어트 왕가의 초상화들을 지나 메리 여왕의 초상화, 역대 스코틀랜드 왕들의 초상화들이 안 볼 수 없는 자리에 비중 있게 전시되어 있다. 그다음으로는 철학가, 정치가, 예술가, 발명가, 과학자 역사적으로 스코틀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 유명인사들의 초상화가 이어졌다.

종이 판화와 드로잉 작품들은 저렇게 암막처리가 되어있는 책상이나 사물함 속에 비치되어 있다.

판화와 드로잉 작품 수가 상당하다. 눈이 호강이었다.


이 초상화들에는 힘이 있다. 어떤 마음으로 대상을 그렸을지 뭘 보여주고 싶었는지 느껴진다. 멋있다.

느낌이 너~무 좋다. 나도 언젠가 동거인에게 초상화를 그려줘야지. 저렇게 멋있게.


Library and Print Room  /  The collection of life and death masks

도서관에는 스코틀랜드 역사, 미술사, 전기, 사진 및 의상,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경매 카탈로그와 저널이 보관되어 있다. 16세기 이후의 희귀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곳이다.

에든버러 대학교 해부학 박물관에서 장기 대여한 데쓰 마스크 컬렉션이 눈에 띈다. 19세기에 연구된 골상학에 관한 것이다. 케비넷 왼쪽 마스크는 범죄자인 윌리엄 버크와 윌리엄 헤어(위), 조지 캠벨과 존 뎀시(가운데), 조지 브라이스와 존 아담. 캐비닛 오른쪽에 있는 마스크의 정체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골상학은 성격이나 행동을 두개골의 형상과 연결하여 연구하는 학문이다. 골상학자들은 비밀성이나 자기주장과 같은 여러 특성이 많으면 두개골에 혹이 생기고, 이러한 혹을 분석하면 사람의 성격을 알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골상학은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정신의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18세기 후반 ~ 19세기 초반, 정신건강과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받는 치료방법은 상당히 폭력적이었던 것 같다. 정신병원이 감옥과 같고, 치료는 처벌과 유사했다고 한다. 뇌에 대한 연구와 인권에 대한 인식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아마도 그래서 골상학에 대한 연구도 활발했겠지.


내용 참고 :  https://www.nationalgalleries.org/art-and-artists/features/phrenology-19th-century




부산하게 움직이긴 했지만 기차를 타기 전 미술관 3군데를 둘러보는 건 무리였다. 스코틀랜드 국립 현대 미술관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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