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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산책 Jun 24. 2024

사진 찍기를 싫어하던 내가 카메라를 찾게 된 이유

 나는 사진에 찍히는 걸 포함해 사진 찍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사진을 웬만해서 다시 보는 일이 없다. 내가 찍은 사진의 대부분은 휴대폰의 저장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 다시 화면에 나타나는 일은 드물다. 사진 속 어정쩡한 포즈를 취한 내 모습이 상당히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콘서트나 축제 현장을 갔을 때도 SNS에 업로드할 사진을 한 장 찍는 것을 제외하곤 휴대폰을 꺼내 들지 않는다. 한 번뿐인 순간을 눈이 아닌, 카메라를 통해 본다는 게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보는 것처럼 느낀다. 일상 속에서도 여자친구와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앞에 두고 있을 때를 제외하면 거의 사진을 찍지 않는다. 어쩌면 나의 아이폰 앨범에는 내가 직접 찍은 사진보다 휴대폰 화면을 캡쳐한 사진이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나는 새로운 아이폰에 카메라가 조금씩 튀어나오는 이유가 무색할 정도로 사진을 찍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내가 최근 카메라를 알아보고 있다. 카메라에는 센서 타입이라는 게 존재하고 이 센서 타입은 사진에 영향을 준다. 어떤 종류의 사진을 찍느냐에 따라서 카메라 렌즈의 종류를 달리할 수도 있으며, 소니 카메라와 캐논 카메라는 서로 잘 표현하는 색상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다.  입문자용 카메라로는 소니의 a6400 을 추천한다는 것과 가격대는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카메라 렌즈를 포함하면 약 200만원 정도가 필요해 보였다. 


소니 a6400 카메라


 다른 사람들은 어떤 계기로 사진에 관심을 가졌을까. 나는 누군가의 사진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던가, 너무도 심심한 나머지 사진이나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찾아본 건 아니었다. 사진을 직업으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죄송할 따름이지만 사진 그 자체보다는 다른 것에 대한 이유가 컸다.


 최근에는 글을 쓰고 있다. 일기처럼 나 혼자만 읽는 글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려하고 있다. 그런데 나의 글이 올라간 웹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무언가 초라해 보였다. 글만 뭉텅이로 올라가 있는 게 문제로 보였다. 이래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가 여간 쉽지 않아 보였다. 어떡하면 좋을까 이리저리 생각하던 중, 글의 중간중간에 내가 직접 찍은 사진을 넣으면 훨씬 글이 돋보이지 않을까 싶었다. 썸네일 사진 또한 괜찮은 것이 있으면 훨씬 좋겠지. 나는 내가 쓴 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저 예뻐 보이는 것들을 찍기보다는 내가 쓴 글에 어울리는 사진을 찍어볼까. 그런 사진은 어떻게 보면 나를 사진으로 표현하는 행위일 것이다. 나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을 사랑한다. 예컨대 기타 연주나 글쓰기, 패션과도 같은 맥락이다. 사진을 통해 나를 표현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전후로 사진에 대한 나의 관심은 크게 변했다.


 처음 사진에 관심이 생겼던 순간은 사진이 돈이 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이다. 집에 장식할 포스터를 인터넷에서 구매하려 했는데, 어떤 포스터의 상품 상세 설명을 읽어보니 판매자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직접 찍은 사진이라고 했다. 그때 처음으로 사진이 돈이 되는구나라는 걸 알았다. 사진이 돈이 된다면, 나도 그 사진으로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야 휴대폰으로 얼마든지 찍을 수 있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쿄는 어디에 카메라를 들이밀어도 한국과는 다른 매력을 담을 수 있으니 꽤 괜찮아 보였다. 쓸만한 카메라를 하나 사서 직장을 때려치운 뒤 사진이나 좀 찍으면서 돈을 버는 모습이 떠올랐다. (전문 카메라맨 이 글을 보면 헛웃음이 나지 않을까)


 싫어하던 해산물과 나물을 더 이상 싫어하지 않게 되었을 때, 싫어하던 사람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때처럼. 불호의 대상이 호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할 때 나 자신이 조금 더 어른이 되었다는 걸 느낀다. 세상이 조금 더 넓어졌구나 하고 느낀다. 이런 순간은 언제나 예기치 않은 순간에 찾아온다. 일단은 카메라를 사지 말고 휴대폰으로 열심히 찍어볼까. 금방 싫증 나버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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