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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산책 Jul 01. 2024

무라카미 하루키의 그 카페

 

 대게 밴드 합주실은 소음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지하실에 자리 잡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합주실에서는 특유의 쿰쿰한 지하실 냄새가 난다. 곰팡이 냄새 같기도 하면서 어딘가 축축하고 시원한 그런 냄새. Dug의 문을 열면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인다. 그와 동시에 재즈 음악이 들려온다. 마치 밴드 합주실로 들어가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계단을 따라서 내려가면 점원이 맞이해 주며, 담배를 피우냐고 물어본다. 실내에는 흡연석과 금연석이 존재하기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고 얘기를 하면 흡연석으로 안내를 해준다. 흡연석과 금연석의 공간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금연석에 앉는다고 하더라도 담배 냄새를 피할 수는 없다. 바로 옆 자리에서 연초를 태우고 있는 게 싫다면 금연석에 앉는 것을 추천한다.



Dug Jazz Cafe & Bar


 나는 비흡연자임에도 불구하고 흡연석을 사랑한다. 카운터석은 흡연석에만 있는데, 이 자리에 앉게 되면 등 뒤에 커다란 스피커를 통해 듣게 되는 재즈 음악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몸 전체에 전달되는 소리가 실제로 라이브 음악을 듣고 있다는 착각을 하게 만든다. 음악이 좋아서 이곳을 오는 사람들은 아마도 온몸으로 들을 수 있는 카운터석을 좋아할 것이다.


하지만 담배 냄새에 취약한 나는 2시간 이상 이곳에 머물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가끔 이곳의 직원들이 하루종일 이 지하에 있는 게 건강상 괜찮을까? 싶기도 하다. (오지랖이 참 넓다)


 “There Will Never Be Another You” 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온다. 나무로 된 의자와 테이블에는 이곳의 시간을 느끼게 하듯이 아주 약간의 끈적임이 있다. 카페 내부는 살짝 어두컴컴한 감이 있지만 무언가를 쓰거나 읽기에는 문제가 없다. 외벽은 빨간 벽돌로 마감이 되어 있어서 오래된 느낌을 전해주지만 낡았다는 느낌보다는 연식에 비해 깔끔하다는 인상을 준다. 과거 무라카미 하루키가 Dug에서 글을 썼다고 하며 ‘노르웨이의 숲’에 이 카페가 등장한다고 한다.


 음료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다. 자리에 앉아 있으면 점원이 칼로 얼음을 다듬는 걸 볼 수 있는데, 위스키를 주문하면 잘 다듬어진 정사각형의 얼음을 잔에 넣어준다. 점원들은 서로 말로 전달하지 않아도 손발이 척척 맞다. 이곳을 방문한다면 비엔나커피가 맛있으니 꼭 도전해 봤으면 좋겠다. 3인 이상의 단체 손님이라면 예약도 가능한 듯하다.






과거 Dug의 창업주, 나카다히라 호즈미 | 출처 BRUTUS


 1967년도에 Dug 가 처음 생겼다고 한다. 한 자리에서 계속 영업을 한 건 아니고 몇 번 가게를 옮긴 듯하다. 지금의 신주쿠는 가부키쵸의 호스트바 이미지가 강하지만 의외로 옛날 신주쿠는 재즈 카페가 많은 문화인이 모이는 장소였다고 한다. 이곳의 창업주는 재즈 사진가로 활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벽에 걸린 재즈 연주가들의 사진은 그가 직접 찍은 것들이라고.


 나는 재즈를 좋아한다. 재즈를 좋아한 지도 십 년이 넘었다. 맨 처음 우에하라 히로미의 ‘time out’ 솔로 영상을 본 뒤로 재즈에 흠뻑 빠져버렸다. ‘재즈’라는 장르에 대해서 흔히 떠올리는 잔잔하고 부드러운 분위기의 음악보다 오히려 고개와 손발을 주체할 수 없게 만드는 빠른 리듬의 재즈를 사랑한다.

비밥과 같은 재즈는 200 bpm 정도의 빠른 속도로 연주를 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시시각각 변화되는 코드에 맞춰서 즉흥 연주를 하는 연주자들을 보면 실로 경이롭기 그지없다.


재즈에서는 흔히 “틀린 음은 없다. 덜 어울리는 음이 있을 뿐”이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음의 선택에 있어서 자유롭다. 그래서인지 재즈 연주자들이 눈을 감고 음악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걸 보고 있으면 나조차도 자유로워진다. Dug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이곳의 분위기 혹은 재즈를 사랑하는 사람일테고, 그래서인지 다양한 개성을 가진 사람이 많다. 키모노를 입은 손님, 프릴이 잔뜩 달린 드레스를 입은 손님,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손님, 머리를 길게 기른 남성 손님.


 왜인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는 휴대폰만 들여다보는 손님이 적다.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사람이 많은 듯한 인상이다. 카운터석에서는 처음 보는 옆자리 손님과 대화를 하는 손님들도 종종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을 지켜보는 손님이다) 외국인 손님들도 은근히 있는 편이다. 개인적인 공부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본격적으로 노트북을 꺼내서 무언가를 하기에는 조금 눈치가 보일지도 모르겠다. 아날로그적인 무언가를 하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랄까.





신주쿠 역 10분 이내 거리

Dug Jazz Cafe & Bar

Address: 3 Chome-15-12 Shinjuku, Shinjuku City, Tokyo 160-0022

Hours: 12–11:30 PM

Phone: 03-3354-7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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