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각자의 성격, 가치관, 행동 방식이 모두 달라서 때로는
충돌하기도 하고, 깊은 생각에 잠기게도 만든다.
그중에서 나는 특히 지각하는 사람을 싫어했다.
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나에게 약속의 기본이자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기에,
지각은 기본을 지키지 않는 행위로 느껴졌다.
때로는 지각한 사람을 주제로 동료들과 이야기하며
불편한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나 혼자만이 아닌, 모두가 느끼는 불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러 대화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지각에 대한 불만의 이유가 사람마다 다르다는 점이었다.
어떤 사람에게 지각은 시간의 소중함을 저버리는 행위로 느껴진다. 시간은 그들에게 약속 그 자체이며, 신뢰의 상징이다. 정해진 시간에 나타나는 것은 곧 상대방을 존중하는 태도다. 그런 이들에게 지각은 상대의 시간을 빼앗고 소중함을 무시하는 일종의 침해로 다가온다. 그들에게 지각은 단순히 약속을 어기는 것을 넘어선, 가치를 저버리는 행위가 된다.
다른 사람들은 언행의 일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것, 약속을 지키는 것은 곧 진정성과 신뢰의 증거다. 지각하는 사람을 보면, 그들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수 있다. 이들에게 약속된 시간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약속의 무게이며, 그 무게가 흔들릴 때 불신이 생긴다.
또 다른 이들은 지각이 미치는 영향을 더 주목한다. 지각은 한 사람의 행동이지만 그 여파는 여러 사람에게 미칠 수 있다. 회의가 지연되고, 업무 흐름이 끊기고, 다른 사람들이 기다리게 되는 불편함. 이러한 이유로 지각을 책임감 없는 행동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팀의 조화를 지키고자 할 때, 지각을 무너뜨리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느낀다.
책임감을 중시하는 사람들은 지각을 무책임의 상징으로 본다.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곧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다는 것이며, 지각은 그 책임에서 벗어나는 행동으로 보인다. 이런 이들은 지각하는 사람을 보며 기본적인 신뢰와 직업적인 태도에 의문을 품게 된다.
그런가 하면 무관심한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지각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없다. 그저 삶의 우선순위에 따라 더 중요한 일이 있을 수 있음을 이해하는 사람들이다. 지각은 그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지나가는 순간일 뿐이다. 이런 태도는 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느긋함을 주기도 하지만, 다른 면에서 무심함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사람마다 지각을 싫어하는 이유는 다르다.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끔 재미 삼아 질문해 본다.
"지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단순한 질문이지만,
상대방이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사람의 가치관을 간단하게 알아볼 수 있다.
그 안에는 각자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과 신념이 자리 잡고 있다.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신뢰와 책임을 지키려는 사람,
이해와 여유를 가지려는 사람.
지각은 단순한 약속의 문제를 넘어선다.
각자의 삶과 가치관이 엮여
복잡한 감정을 자아내는 문제다.
이런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할 때
우리는 조금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