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를 건너면 미루나무 밭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공부하기 싫어하는 고등학생 형들은 가끔 학교빼먹고 미루나무밭으로 가곤 했다.도시락 까먹고 뭐 하고 노는지 잘 모르겠지만 하교할 때 보면 배부른 호랑이처럼 어슬렁거리며 나오곤 했다.
어느 날 친구들이랑 하진 나루터를 지나는데 그 동네 중3 진규형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뭔가 뵈 알이뒤틀린 건지우리를 불러세우더니
"엎드려뻗쳐. 이 새끼들... 선배를 봐도 인사도안 하고."라며 강압적으로 붙잡았다.
그 시절만 해도 선배 말을 거역할 수 없었다.
우리는 찻배 위에서 모두 엎드려 봉걸레 자루로 엉덩이를 맞았다.
'못 된 놈! 벼락 맞아 죽어라.'
억울하게 폭행을 당하니 기분 나빠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생각이야 자유지만 너무. 과했던 것아닌가.
강가에 사는 진규형은 물개처럼 수영을 잘해 중학교 때부터 수영선수를 했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듯이 그 형은 불행하게도 고등학교갔을 때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식이 들렸다. 너무 우리를 괴롭혀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려도 슬퍼하는 친구들이 없었다. 안타깝고 슬픈 기억이다.
중학교 2학년 때경주로중앙선 기차를 타고 수학여행을갔다.
가기 전에빵집을 간다는 것이 잘못 가서 짜장면집을 갔다. 그곳에서 짜장면을 비싼 돈 내고 먹은 기억이 난다.
수학여행을 가서 경주첨성대, 불국사 등많은 유적지도보고 다양한 체험도 했다.
숙소에서먹는밥도 맛있고, 숙소담장 너머로 오징어 사 먹던추억도 새록새록 떠오른다. 정말재미있고 아름다운 추억이다.
문제는 올라오는 시간이문제였다.
너무 늦은 시간에 도착하니 이미 날이 저물어깜깜했다.
친구들과 함께 하진나루터에 도착하니
나룻배도 없었다.
뱃사공아저씨가 늦은 시간에 우리를 기다릴 가능성은 없었다.
밤이 되니 강가는 매우 쌀쌀했다.
수학여행 가서 다행스럽게 아버지 선물로 라이터를산 친구들이 많았다.
사공아저씨가배를 건너오지 않고 기다리는데너무 추웠다. 그래서여러 친구들이 함께 손잡고 엎드려 강가를 오가며 땔감으로 쓸 나뭇가지를 대충수집했다.
그랴서 라이터를 이용해 불을 지피고 몸이. 조금 따뜻해지자 힘껏 소리 질렀다.
"아저씨이~ 배건너와요~"
강가는 불을 지펴도 추웠다
그래서 합창하듯이 뱃사공 아저씨를 큰 소리로 애타게 불렀다.
"아저씨이~ 배 건너와요~"
우리들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강 건노편을 향해 힘차게 소리쳤다.
얼어 죽을 것 같은 추위를 견디며 친구들과 뱃사공아저씨를 애타게 불렀다.
얼마나 오랫동안 아저씨를 불렀을까?
배 건너에서 불이 켜지더니
뱃사공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알~았~다~아~"
메아리처럼 사공아저씨의 대답소리가 들려왔다.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리자 우린 살았다는 안도감에 갑자기 너 나할 것 없이 서로 눈물을 글썽거렸다.
뱃사공 아저씨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갑던지 지금도 가끔 뱃사공아저씨의 '알~았~다~아~' 하시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리곤 한다.
그 시절의 친구들은 어린 시절 수학여행 때 그 추억을 기억하고 있겠지. 이제 친구들도 사공아저씨보다 더 나이가 들었다.
이젠 나루터도 물에 잠겼다. 수몰로 인해 실향민도 생기고 우리가 늘 밟았던 길과 발자국도 물속에 잠겼다.
물론 남한강 상류 하진 나루터도 없어졌고 더 이상 나룻배도 사공아저씨도 없고 우리들의 추억 속에만 고스란히 남아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