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투자자들이 믿고 거르는 바보같은 기업
‘제조기업의 꽃은 부도입니다’
어떤 파트너사의 대표가 이런 말을 했을 때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은행 빚을 잔뜩 지고 회사를 부도처리한다는 것은 일종의 경제범죄 아닌가? 그것이 의도되었건 아니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럼에도 그 대표는 진담 반 농담 반으로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나름의 철학을 가졌다.
한국의 제조업은 주로 대기업 계열사를 중심으로 수직구조를 가진다. 하청의 재하청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대기업의 일감이 줄어들면 연쇄적인 고통이 발생한다.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러한 일을 미연에 방지하거나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제조업을 관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이 나오지 않을 때는 결국 부도를 피할 수 없다. 제조업은 특히나 그렇다. 자동차 회사의 밥을 먹고 자란 에코브는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다. 그것도 자동차 제조 기술 중의 하나인 차체설계와 제작방식을 고스란히 계승한 EMPA는 국내 자동차 부품사들의 유휴설비를 통해 국내 제조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뭔가 새로운 사업을 해 본 적이 없는 중소계열사들에게 새로운 아이템으로 협업을 설득하는 과정은 쉽지 않다. 우리의 방식은 스타트업이 직접 꾸리기에는 매우 큰 규모이다. 심지어 모기업의 계열사들조차도 부담스러운 사업이다.
지금까지의 한국의 자전거 시장은 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았다. 그것을 이용해 사업을 시작한 누군가는 쉽게 돈을 벌었다. 그리고 모두들 자체 개발 역량이 있다고 말한다. 개발의 범위를 어디까지 볼 건가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지만 차체를 고스란히 수입해서 디자인과 몇 가지 부품을 개조하는 것도 개발의 영역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한국의 인증제도인 KC 인증을 통과하기만 하면 다양한 혜택과 사업의 기회가 주어진다.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보조금 사업인 연구개발프로젝트는 연구개발의 체력을 키워주기 위한 목적과 달리, 과제선정 패턴에 능숙한 중개인 집단을 통해 일부 나눠 먹기 식으로 집행되어 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의 제조업은 국가가 관리한다는 것이 정설인 셈이다. 국가가 인증을 직접 해야 하고 일감도 내려받아야 하는 것이다. 에코브 또한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 우리는 제법 많은 정부과제를 진행하고 있고, 대기업과의 협업 또한 필요하다. 이렇게 지원받은 예산은 인원을 채용하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연구개발에 투자를 한다. 그럼에도 필요한 운영비는 직접 벌어야 한다.
개인이동수단의 개발영역에는 이미 너무도 많은 업체들이 있다. 필요한 하드웨어를 수입하고 관제와 서비스만을 제공하여 성공한 사업이 공유스쿠터가 그 예시이다. 하드웨어를 직접 개발해 봐야 중국의 메이저 제조사에 비해 가성비 좋게 만들기는 어렵다. 그래서 수많은 공유스쿠터 업체들이 같은 제조사의 차량을 사용해 왔다. 모빌리티 스타트업이라 하면 이미 존재하는 차량을 이용하여 배송과 주문방식의 운영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인력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리고 그러한 스타트업들이 많은 투자를 받아왔다.
하드웨어를 제작하고자 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우리는 하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밖에 없었다. 또한 난 제조 스타트업을 설립하면서 우리가 만들려는 것이 어떤 것이 될 지에 대한 생각도 없었다. 너무 솔직한 표현이 아닐까 우려도 되지만 이게 사실이다. 자전거 부품을 자동차설비로 만들어서 팔아먹을 수 만 있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니, 행여 에코브가 해 온 일들이 철저하게 기획된 과정을 밟아 온 게 아닐까라고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미안한 말이다.
그러나 실제 그 스토리는 한참 뒤에 생겨났다. MVP 또는 POC라고 하는 개발 극초기 단계가 있다. 보통은 소프트웨어를 데모로 만들어 반복 수정하는 매우 고통스러운 단계이고, 이 결과에 따라 다음단계로 넘어갈 수가 있다. 우리는 차체만을 만들기로 했다가, 다른 부품을 개발했다. 하필 그것이 바퀴이다. 차체에 바퀴를 결합하니 굴러가게 되었다. 브레이크는 어차피 개발이 어려우니 수입을 했다. 안장, 핸들바와 같은 부품들은 여전히 수입을 해야 하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구동계이다. 구동계를 굴러가기만 하는 손수레 같은 차체에 결합을 시킨다. HL만도의 pedalite를 EMPA에 이식했고 이것은 완성차의 영역이 되었다. 자전거이긴 하지만 완성차를 만들어 버린 것이다. 짐을 100kg이나 넘게 싣고도 주차장의 오르막을 쉽게 올라간다.
자동차 제조사의 POC는 메카프로토라고 부르는 단계이다. 우리는 소프트웨어 개발방식이 아닌 모기업의 완성차 개발을 축약하여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럴수록 하나의 결함을 발견할 때마다 수정을 반복하고 금형을 다시 제작한 뒤에 가공품을 개선해야 했다. 앞서 말한 스토리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어느 순간 사람이 타야 하는 이동수단을 제작하고 있다는 판단에 이르자, 연구개발총괄본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과거 연구원 시절의 모드로 돌아가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이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었지만, 돌이켜 보면 국책과제의 성공이라는 목표가 우리의 목표가 되었던 셈이다. 투자자의 돈으로 개발을 진행했더라면 아마도 다르게 흘러갔을 것이다. 국가 과제를 진행하며 만든 결과물은 조달청의 혁신시제품 선정이라는 성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제조한 품목이어야만 하고 국내에 생산 공장이 반드시 있어야 하며 모든 재료가 국산화를 거쳤는가를 판단하는 공공조달시장에서 카고바이크는 에코브가 유일하다. 이와 같은 성과는 경북규제자유특구의 공동성과이기도 하다.
이제야 완성된 차량으로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단계에 왔다. 에코브의 사업스토리가 초반에 엉성해 보이긴 하지만, 우직하게 연구원모드로 지낸 시간들이 결코 후회되지는 않았다. 난 사람들 만나는 것을 잘 못하기에 사무실에 쳐 박혀 있는 것이 편한 것도 사실이었다. 나름 핑계이긴 하지만 회사 밖에서 무언가 답을 찾으려고 대표가 에너지를 다 쏟아버리지 않았다는 것은 적절한 판단이다.
제조스타트업은 모두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건 아니다. 한국에서 무언가를 개발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도 든다. 한국의 제조업이 막강하기는 해도, 대기업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처럼 사내벤처에서 10년을 지낸 스타트업은 다시는 나타나지 않기를 바란다. 좀 더 신속한 개발프로세스를 지원받고 효율적인 POC를 진행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이 따라와 줘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앞으로 도전할 제조스타트업들에게 에코브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한국시장에서 성공을 이루어내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이제는 부도내지 말고 해외로 나갑시다.
‘제조기업의 꽃은 수출입니다’
"The pinnacle of manufacturing is bankruptcy. “
I didn't understand when a representative of a partner company said this. Isn't it a kind of economic crime to default on a company with a lot of bank debt? Whether it is intended or not, it shouldn't happen. Nevertheless, the representative had his own philosophy based on his experience as a true joke.
The manufacturing industry in Korea has a vertical hierarchy mainly centered on the affiliates of large corporations. When subcontractors are formed in a rush and the work of large corporations is reduced, a chain of pain occurs. The Ministry of SMEs and Startups in Korea manages the manufacturing industry through preventing this or continuous support. Nevertheless, when there's no way, bankruptcy cannot be avoided in the end. This is especially true of the manufacturing industry. eccov, which grew up under an automobile company, cannot escape from that framework. EMPA, which inherited body design and manufacturing method, which is also one of the automobile manufacturing technologies, has the advantage of being able to manufacture domestically through idle equipment of domestic automobile parts makers. On the other hand, the process of persuading small and medium-sized affiliates who have never done anything new to collaborate with new items is not easy. Our method is large for start-ups to set up themselves. Even the parent company's affiliates are burdensome businesses.
Until now, the Korean bicycle market has been highly dependent on China. Someone who started a business using it made easy money. And everyone says they have their own development capabilities. Although it depends on how the scope of the development will be, importing the body intact and remodeling the design and some parts must also be an area of development. And simply pass KC certification, Korea's certification system, and various benefits and business opportunities are given.
It is also true that the R&D project, a government-subsidized project to support 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 has been partially carried out through a group of brokers who are skilled in the task selection pattern, contrary to the purpose of enhancing the physical strength of R&D. In other words, it is widely believed that Korea's manufacturing industry is managed by the country. The country has to certify and gives the work. The situation is not very different for eccov. We are working on quite a lot of government projects, and we also need to collaborate with large companies. This supported budget employs people and invests in the research and development we want to do. Nevertheless, we have to earn our own operating expenses.
There are too many companies in the development area of personal mobility. A sharing scooter is an example of a successful business by importing necessary hardware and providing only control and services. It is difficult to make the hardware more cost-effective than major Chinese manufacturers even if they develop it by themselves. That's why numerous sharing scooter companies have used the same manufacturer's vehicles. There is a strong perception that mobility startups are a group of people who develop delivery and order-based operational algorithms using existing vehicles. And such startups have received a lot of investment.
Very few companies want to build hardware. We weren't trying to do it either. That was the only thing we could do, to be honest. Also, I had no idea what it would be like to build a manufacturing startup. I'm concerned that it might be too honest, but it's true. I'm sorry to those who expected that the work that eccov had been doing might have been thoroughly planned because I thought it would be fortunate to be able to make and sell bicycle parts as automobile equipment.
However, the story actually came about a long time later. There is a very early stage of development called MVP or POC. Usually, it is a very painful stage where the software is demoed and modified repeatedly, and this result allows you to move on to the next stage. We decided to make only the body frame, but developed other parts. That's the wheel of course. When we combined the wheel to the body, it rolled. Brakes were imported because they were difficult to develop anyway. Parts such as saddles and handlebars still have to be imported, but they do not account for a large portion of the total. What matters is the drive system. Connect the drive system to the vehicle body. HL-mando manufactured the ‘pedalite’ the drive system was implanted into EMPA, which became the domain of complete vehicles. Even though it is a bicycle category anyway, it has built a complete vehicle. It can easily climb uphill in a parking lot ramp in the building even with more than 100 kilograms of luggage.
The POC of an automobile manufacturer is a stage called Mecca Proto. We conducted the test by abbreviating the development of the complete car of the parent company, not the software development method. The more we did that, whenever we found one defect, we had to repeat correction and rebuild the mold before improving the processed product. There was no time to think about the story mentioned earlier. At some point, when we came to the conclusion that we were producing a means of transportation that people should ride, we concentrated all the capabilities of the R&D headquarters and returned to the mode of our past research days.
I didn’t known how many years the process would take, but looking back, the goal of the success of the government project became our goal. If the development had been carried out with the investor's money, it would have gone differently. The result created while carrying out the government project was the result of the Public Procurement Service's selection of innovative prototype products. In the public procurement market, which must be an item manufactured in Korea, must have a production plant in Korea, and determines whether all materials have been localized, eccov is the only cargo bike. These achievements are also joint achievements of the Gyeongbuk smart green logistics regulation-free special zone.
It is only now that we are at the stage of thinking about what to do with the complete vehicle. Although eccov's business story may seem sloppy at the beginning, I never regretted my time in researcher mode. It was also true that I was comfortable staying in the office because I am not good at meeting people. Although it is an excuse, it is appropriate that the CEO did not pour out all his energy to find an answer outside the company.
Not all manufacturing startups are going the same way. There are also doubts about whether something can be developed in Korea. This is because Korea's manufacturing industry is strong, but it is different from large companies. I hope that start-ups that have spent 10 years in in-house ventures like us will never appear again. This means that a faster development process and a policy foundation that can proceed with an efficient POC must follow. And I hope eccov will help manufacturing startups that will challenge in the future. Success in the Korean market can be globally competitive. Now, let's go abroad without going bankrupt.
"The pinnacle of manufacturing is expor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