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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성대 Jun 25. 2024

8. 경북규제자유특구
스마트 그린물류 사업

대한민국 말단물류의 성지

 투자금과 정책지원금은 스타트업의 진로를 결정짓는 결정적인 리소스이다. 모든 초기창업의 형태가 다 똑같지는 않듯 사업의 성격과 역량에 따라 판단되는데 에코브는 사업성보다는 기술력으로 인정받은 사례이다. 물론 두 가지가 다 중요하나 기술력만으로는 민간 투자금을 조달하기엔 부족하다. 기술을 통한 매출성과를 증빙하거나 관련된 사업성과에 대한 지표를 설정해야 한다. 미래의 시장이 우리를 알아봐 줄 것이라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장 점유율을 높여 경쟁력을 갖추는 단계까지 준비를 했다는 것은 이미 어느 정도 사업이 궤도에 올랐다는 의미이다. 반면 정부과제밖에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냉정하게 평가하면 그 단계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데 꼭 그렇게만 스타트업의 진로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정책자금이란 중소벤처기업부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개발 및 용역과제를 통해 업체를 선발하여 지원해 주는 돈이다. 역으로 정부과제를 획득하기 위해선 위에서 설명한 민간투자자의 기준에 부합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기도 하다. 이 단계에서 어느 것이 선행되어야 할까?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면 스타트업의 경우 차별적 기술력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스타트업이 아무리 어필한다고 해도 전문영역의 심사위원들의 기준에 미달하거나 신빙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탈락의 고배를 마신다. 그럼에도 정부과제를 계속 도전해야 하는 이유는 그 과정에서 배움의 요소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창업초기 연구개발정책과제를 연거푸 탈락했다. 요령을 잘 모르기도 했거니와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스탬핑 프레임을 이용한 카고바이크(화물전기자전거)가 국내시장에 적용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북스마트그린물류사업이라 불리는 규제자유특구사업은 그 성격이 조금 달랐다. 국내 최초로 카고바이크를 통한 도심 내 말단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개선하는 목표를 설정했고 유럽현지의 현황자료들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에코브에게 참여기회가 온 것은 함께 동거동락했던 분사벤처 동료회사의 대표가 우리를 추천해 주었기 때문이다. 모기업 운영팀과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동료애는 있었나 보다.      

경북스마트그린물류 실증특례


 최초 사업단을 구성할 때 김천시내 위치한 공영 주차장의 일부 면적으로 소규모 물류창고로  개조하여 트럭과 카고바이크를 동시에 이용하여 배송체계를 개선하는 목적이었다. 기간은 총 2년이며 실증특례는 4년을 부여받았다. 규제자유특구과제는 중앙부처에서 내려와 각 지자체별로 경쟁 후 선정되는 프로세스이다. 서류 준비과정만 1년 정도가 필요했다. 에코브는 국내에서 카고바이크를 제조할 수 있는 두 개의 업체와 함께 총 6종류의 카고바이크를 개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업체별로 2종류씩으로 우리에게 할당된 카고바이크는 가장 큰 사이즈인 유럽 기준으로 제작해야 했다. 참고할 만한 샘플조차도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탓에 시나리오를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주차장법상 공용면적의 20% 수준의 전용이 가능한데 물류센터로 활용하기에 도심 내 위치한 한국의 공영주차장들은 그 입지적인 측면에서 활용가치가 높았다. 그 비중을 40% 수준까지 높이는 것 또한 하나의 요구사항이었다.     


 다른 하나는 3륜 형태인 카고바이크가 자전거 전용도로를 달릴 수 있는 안전기준안을 새롭게 만들어 활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사업초기만 하더라도 3륜 자전거가 자전거도로를 다닐 수 없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실제로는 공공서비스 등에 활용되기 위해선 KC인증을 필수로 받아야 했다. 인증기준안이나 인증 설비를 함께 구축하고자 하는 것이 다른 요구사항이었다. 그러나 좁은 자전거 도로에 폭이 넓은 카고바이크가 질주하는 것에 대한 안전문제를 근거로, 현행자전거법상 인정하는 무게와 폭의 조건을 지키는 것이 전제되었다.      


 여러 부처 간의 조율을 거쳐 최종사업계획이 선정되었고 본격적인 개발이 진행되었다. 에코브의 역할은 우리가 주력으로 하고 있는 EMPA를 통해 완성도 있는 카고바이크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행안부의 지침대로 정해진 규격에 맞춰 다양한 자전거에 대한 실증을 준비했다. 과제목표가 생겨났고, 일할 직원들이 충원되었다. 그리고 개발예산이 확보되었다. 일반적인 개발과제 대비 규모가 크고 그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서인지 참여하는 업체들과 주관하는 경북도와 김천시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줬다. 경북테크노파크에 현장사무실을 오픈했고, 센터장의 주도하에 실증지역에 대한 구체적인 환경 분석과 문제 해결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사실 민간참여기업의 입장에서 어떠한 이익이나 혜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선은 주어진 과제에 충실하게 임하는 자세가 필요했다.     

 

 약속된 지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엄격한 페널티가 주어지는 것도 특징이다. KCL이나 KTC와 같은 국내 인증기관들이 함께 참여했기에 목표설정에 대한 방법, 실현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기존 사업계획의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과도하게 목표설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팁이라면 팁이다. 스스로 목표를 제시한 것이기에 우리 회사의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 대비 어디에 위치해 있고 어느 정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정량적으로 평가됐다.      

https://www.youtube.com/watch?v=KR5UHHHq2cI

에코브 카고바이크 물류테스트 현장

 1년여의 개발기간 동안 카고바이크를 현장에 투입했고, 도로 주행실증을 매달 진행했다. 직원들이 김천까지 1박 2일의 출장을 가야 했지만 그 과정은 매우 소중했다. 직접 제작한 EMPA를 타보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 실증투입을 위한 납품 직전 유로바이크쇼에 전시를 했었다. 현장에 우리가 제작한 카고바이크를 해외고객들에게 먼저 선보일 수 있는 기회였고, 기대와 실망을 동시에 받았다. 소재와 공법에 대한 접근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주행성능에 대한 불만족 사항들이 많았고 대표적으로 3륜 차량에 나타나는 핸들 떨림 현상이 있었다. 사실 내부적인 테스트에서 다양한 차량을 테스트해 보지 못했고, 어느 정도의 성능이 시장에서 만족할 수준인지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핸들의 떨림 현상은 실시간으로 개선을 진행했고 납품직전 모든 차량에 댐퍼장치를 달아 불만족 요소를 개선했다.  만약 국책과제가 아니었다면 적당하게 괜찮은 부품들을 장착했을 것이다. 핵심부품인 프런트 서스펜션과 휠을 직접 개발했기 때문에 신속한 개선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Mg26YEW8ng&t=122s

경북 스마트그린물류 사업 공식 소개영상

 

 무엇보다도 본 과제를 수행하면서 가장 의미 있었던 부분은 에코브가 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무엇이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잡은 것이다. 김천이라는 난배송 지역의 현실과 기존에 배송작업을 하던 참여업체들과의 정보교류를 통해 한국에서 카고바이크가 가지게 될 역할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뜻을 함께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에 위안을 얻었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하나의 역할이 주어졌다는 사실이 자존감을 높여주었다. 10년 동안 방향을 못 잡고 사업적인 부분도 허술하기 짝이 없는 회사였다는 사실에 많이 반성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오면서도 그 이상의 부분은 운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경북규제자유특구는 오래전 이미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우리에게 꼭 맞는 자리가 있었고 역량을 강화시켜 주었다.     

 

 민간투자를 받지 못해 위축도 되고 불만도 있었다.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 막연했던 사업의 시작과 다르게 결국 운명적인 무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 결과물들로 진짜 필요한 영역의 사업화를 진행할 단계에 이르렀다. 후속 사업으로 진행될 디지털 물류는 기존 경북규제자유특구에서 선별된 핵심 업체들을 주축으로 실증을 진행하는 단계이다. 모든 과정을 정부주도가 아닌 에코브 단독으로 진행했다면 과연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라는 의문이다. 아무리 투자를 많이 받았을지라도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인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역할과 마음가짐에 대해 날마다 되새긴다. 사업은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스스로 만드는 것 같지만, 세상이 필요로 할 때 만들어지는 것이다. 나의 성취욕구가 누군가의 필요와 맞닿을 때 시너지가 생긴다. 그 필요가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닌 것에 감사한다. 그러나 사업은 사업이기에 그다음 단계가 오면 돈이 벌릴 것인지도 중요한 사실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8. opportunities and meanings of Gyeongbuk smart green logistics regulation-free special zone     


 Investment and policy subsidies are crucial resources that determine the career path of a start-up. As if not all types of initial start-ups are the same, they are judged by the nature and capabilities of the business, and eccov is an example recognized for its technology rather than its business feasibility. Of course, both are important, but technology alone is not enough to raise private investment. You should prove sales performance through technology or set indicators for related business performance. It is not convincing that the future market will recognize us. Preparing to increase market share and become competitive means that the business is already on track to some extent. On the other hand, the fact that there is only a government task means that if you evaluate it coolly, you have not reached that stage. However, that is not the only way to determine the career path of a start-up.     


 Government project funds are money that selects and supports companies through technology development and service tasks required by the Ministry of SMEs and Startups as well as various government ministries. Conversely, in order to acquire government projects, it is also necessary to have the ability to meet the standards of private investors described above. Which should precede at this stage? If it's not a matter of choice, the priority is to prove differential technology in the case of startups. No matter how appealing the startup is, if it fails to meet the standards of judges in the field of expertise or provides a reliable basis, it will be eliminated. Nevertheless, the reason why we have to continue to challenge the government task is that there are so many elements of learning in the process.     


Concept of demonstration of Gyeongbuk Smart Green Logistics


 In the early days of establishment, we were eliminated from R&D project one after another. This is because we were not sure how to do it, and it was unclear whether cargo bikes using the stamping frame we were trying to create would be applied to the domestic market. However, Gyeongbuk smart green logistics regulation-free special zone project was a little different. For the first time in Korea, the goal of establishing and improving the last mile system in the city center through cargo bikes was set, and the current status data in Europe was reflected intact. eccov had a chance to participate because a representative of a fellow spin-off venture company he worked with recommended us. The relationship with the parent  company's management team was not very good, but it seems that there was a sense of fellowship.     


 When the initial project group was formed, it was intended to improve the delivery system by using trucks and cargo bikes at the same time by converting some areas of the public parking lot located in Gimcheon City into a small logistics warehouse. The period is two years in total, and 4 years were given for empirical special cases. The regulation-free special zone task is a process that comes down from the central government and is selected after competition by each local government. It took about a year to prepare the application documents alone. eccov was in charge of developing a total of six types of cargo bikes with two companies that can manufacture cargo bikes in Korea. There are two types for each company, and the cargo bikes assigned to us had to be manufactured based on the largest size, European standards. It was not easy to construct a scenario because even a sample to refer to was not easy to obtain. Under the Parking Lot Act, 20% of the public area can be converted, and since it is used as a distribution center, public parking lots in Korea located in the city center have high utilization value in terms of location. Raising the proportion to 40% was another requirement. However, based on the safety problem of a wide cargo bike speeding on a narrow bicycle road, it was premised to comply with the conditions of weight and width recognized under the current law.               

The other was to create and utilize a new safety standard for cargo bikes, which are three-wheeled, to run on bicycle-only roads. At the beginning of the project, it did not understand that three-wheeled bicycles could not travel on bicycle paths, but in reality, KC certification had to be obtained in order to be used for public services. Another requirement was to establish a certification standard or certification facility together. However, based on the safety problem of a wide cargo bike speeding on a narrow bicycle road, it was premised to comply with the weight and width conditions recognized under the current Bicycle Act.     


 After coordination between various ministries, the final project plan was selected, and the development proceeded in earnest. eccov's role was to develop a complete cargo bike through EMPA, which we focus on. As per the guidelines of the Ministry of Public Administration and Security, various cargo bikes were prepared according to the set standards. Task goals were created, and employees to work were recruited. And the development budget was secured. Gyeongsangbuk-do and Gimcheon-si, which are organized by participating companies and participating companies, also actively supported it, perhaps because the scale was larger than general development tasks and expectations for their ripple effects were high. An on-site office was opened at Gyeongbuk Techno Park, and many discussions took place on specific environmental analysis and problem solving of the demonstration area under the leadership of the center director. In fact, it is difficult to expect any benefits from the standpoint of private participating companies. First of all, it was necessary to be faithful to the given task.     


 It is also characterized by strict penalties for failure to achieve the promised indicators. Since domestic certifications such as KCL and KTC participated together, it is possible to fill the gaps in existing business plans with the method of setting goals and feasibility in mind. The tip is that there is no need to set excessive goals. Since we presented our own goals, it was quantitatively evaluated where our company's level was compared to the world's best and how much we would achieve.     

logistics field test with EMPA 3W

 During the development period of about a year, cargo bikes were put into the field and road driving demonstration was conducted every month. Employees had to go on a two-day business trip to Gimcheon, but the process was very valuable. This is because we were able to ride the EMPA that we made ourselves and identify the problem. It was exhibited at the Eurobike Show just before delivery for empirical input in the second half of 2022. It was an opportunity to introduce our cargo bike to overseas customers first at the site, and it received both expectations and disappointment. The approach to materials and construction methods was very encouraging. However, there were many dissatisfaction with the driving performance and the typical steering wheel shaking phenomenon in three-wheeled vehicles. In fact, we haven't tested various vehicles in internal testing, and we haven't been able to figure out how much performance is satisfactory in the market. The vibration of the steering wheel was improved in real time, and damper devices were attached to all vehicles just before delivery to improve dissatisfaction factors. If it wasn't for a national project, it would have equipped decent parts. Because the core parts, the front suspension and wheels, were developed by ourselves, rapid improvement could be achieved.     

Official introduction video of the Gyeongbuk Smart Green Logistics Business

 Above all, the most meaningful part of carrying out this task is exactly what eccov is doing and setting its future direction. Through the reality of the difficult delivery area of Gimcheon and information exchange with participating companies that were previously working on delivery, I was comforted that there were many companies that agreed to realize the role of cargo bikes in Korea. The fact that we were given a role where we needed to raise our self-esteem. I reflected a lot on the fact that it was a company that had been in a bad direction for 10 years and had a poor business. Even though we have been doing what we can, we have thought that we should leave more than that to chance. However, the Gyeongbuk smart green logistics regulation-free special zone, as it had already promised a long time ago, had a perfect place for us and strengthened our capabilities.     


 There were both contractions and complaints because we did not receive private investment. Unlike the beginning of the project, which was too vague to have hope, I think it ended up being a fateful stage. Now, with the results, we have reached the stage of commercialization of areas that are really necessary. Digital logistics project, which will be carried out as a follow-up project newly, is a stage in which demonstration is conducted mainly by key companies selected from the existing Gyeongbuk smart green logistics regulation-free special zone. It is questionable whether these things would have been possible if the entire process had been carried out by eccov alone rather than led by the government. Every day, I reflect on the role and mindset we have to play in the startup ecosystem, where no matter how much investment we receive, it often collapses. Businesses seem to be made by myself through hard work, but they are made when the world needs them. Synergy arises when my desire for achievement meets someone's need. I'm grateful that the need is not just about making money. However, since a business is a business, it should not be forgotten whether money will be made when the next step co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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