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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Dec 24. 2024

21. 버스로 바다를 건너 베르겐으로,

네벨영노스덴에핀-60대 부부 여행기


*2024.05.30.(목)     


  하산길에 프레이케스톨렌으로 올라갈 때 보았던 작은 통나무오두막 처마 밑에서 샌드위치를 먹었다. 비상시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오두막은 잠겨있었다.      


  출발했던 지점으로 돌아와 보니 스타방에르로 돌아가는 버스 출발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었다. 버스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카페 테라스에 앉아 연봉의 파노라마를 보고 있자니 시공간의 경계가 흐려지며 평화로움과 무상함 동시에 느껴졌다. 먼 길을 달려왔을 바람이 귓가를 스치고  지나갔다.    

 


  점퍼 주머니는 코를 닦느라 사용한 휴지들로 수북했다. 나중에 남편이 찍어 준 사진을 보니 뷰파인더 안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내 코 끝에 흰 휴지 조각이 붙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사람들 곁을 지나 도대체 얼마나 산길을 걸은 거야.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간단히 장을 봐서 무사히 트래킹을 마친 것을 자축했다. 여행지에서는 하루의 무사함이 더욱 감사하다. 창밖은 자정이 가까워졌음에도 백야가 계속되고 있었다. 북유럽에서는 일상을 지속하기 위한 암막커튼이 필수이겠구나.    

  



  스타방에르에서 두 번째 밤을 보내고 베르겐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아랑곳없이 바다를 가로질렀는데 바다가 나타날 때마다 배는 버스를 싣고 바다를 건네줬다. 버스가 배에 실리면 승객들은 버스에서 내려 배의 실에 올라 차를 마시거나 음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먼바다를, 배가 지나가는 바닷가 마을을 구경했다. 바다는 고요했고 배는 출렁임 없이 바다를 건넜다. 그렇게 4시간 30분 후에 베르겐에 내렸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 숙소에 짐을 풀었다. 숙소는 항구도시인 베르겐의 선착장을 지척에 두고 있었다. 베르겐에서 이틀을 자고 나면 선착장에서 송네피오르로 떠나는 배를 탈 예정이다.


  사선으로 나 있는 창밖으로 플뢰엔산의 품에 박혀 있는 듯한 집들이 아름답게 들어왔다. 잠시 후 후드득 창을 때리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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