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 카페에서, Love and Peace
그곳에서도 잠깐이라도
여행자로 살 수 있다면.
퇴근길 1분이라도
출근길 1분이라도
여행자가 될 수 있다면.
잠깐이라도
행복한 내가 될 수 있다면.
- 모든 요일의 기록, 김민철, p139
그러다 문득, 기타 연주 소리가 들렸다. 다시 그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안전봉에는 맥주 트레이가 용접되어 있었다. 분명 밖이었는데 아무리 봐도 집안 같은 그 골목에 몇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처음에는 기타를 든 아저씨 하나였다. 아저씨가 연주를 시작하자, 주변 친구들은 우르르 어딘가로 들어갔다. 그러더니 각자의 악기를 들고 나타났다. 젬베를 들고 온 사람도 있었고, 흔들 때마다 모래 소리가 나는 이름 모를 악기를 들고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중략)
우리는 손짓으로 맥주 두 병을 샀다. 그리고 얼른 연주하는 사람들 앞에 앉았다. 연주하는 사람도 즐거웠고 우리를 향해 맥주병을 치켜들었고 우리도 덩달아 즐거워졌다.
우리가 본격적인 청중이 되자, 지나가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쓸쓸하지 않았다. 춥지 않았다. 머나먼 이 땅에서 우리도 크리스마스다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느낌이었다.
- 모든 요일의 여행, 김민철, p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