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주지 못한 것들, 그래도 너를 믿는다

by 김성희

아들이 진정한 독립을 시작했다

사회의 첫걸음에

엄마로서 해준 것이 없는 것만 같아서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만 가득하다


첫걸음에

무엇인가 튼튼한 계단 하나를

바닥에 깔아주고 싶었는데

차마 그러지 못했다


"미안해 아들, 엄마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해서."

"아니야 엄마, 내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부모에게 어떤 도움도 받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는걸."

말을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작은 디딤돌 하나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나는 안다


아들은 자신의 이름으로 대출받았다

그 돈으로 중고차를 구입했고

원룸 보증금을 냈고

새 살림들을 장만했다


미안했다

하지만 그런 아들이 내심 대단하다 여겨졌다

그 단단함은 어디서 나온 걸까

정말 감사했다 그렇게 자라준 아들이


둘이 각자의 차로 이삿짐을 나르고

함께 청소하고 짐정리하고

엄마 고생했다며 밥값도 자신이 계산했다

"엄마 고마워. 고생시켜서 미안해."

"고생은 무슨.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미안해 아들."

내가 해줄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했지만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이 감정은 뭐지?'

여러 가지 생각과 복잡한 마음들이 스쳐갔다


엄마의 부족함이

너를 스스로 채우는 시간들이었을지 모를 일이다

나의 미안함은 너에 대한 사랑이었고

너의 고마움은 나에 대한 사랑이었는지도 모른다


미안한 마음은 나의 몫이었고

고마운 마음은 너의 몫으로

우리는 그럻게 다른 이름으로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엄마로서 해주지 못한 것들이 많은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자신 있게 아들에게 말할 수 있다

'엄마는 엄마의 처지에서 늘 최선을 다했다고'

많은 것들을 채워주지 못했지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만은 언제나 부족함이 없었다고


"사랑하는 아들,

엄마는 언제나 너를 믿어

그래왔고, 그랬고, 그럴 테니까

혼자라고 생각하는 그 순간에도 엄마는

너를 믿는다고......"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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