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생일상

by 김성희

26살의 아들

"엄마 생일 축하해요.

늦었지만 아들이 챙겨주는 생일상이야."

생일 이틀이 지나 아들이 집에 왔다.

마트를 다녀오더니 나를 위한 생일상을 차렸다.


따뜻한 밥과 소고기를 듬뿍 넣은 미역국.

이 상황에 제일 먼저 엄마 생각이 났다.

터져 나오려는 눈물을 애써 참으며

아들에게 말했다.

"고마워 아들 세상에서 아들에게 생일상 받아보는 엄마는

정말 드물 거야. 정말 감동이다. 잘 먹을게."

"에이, 나 말고 이런 아들 또 어딘가에 있겠지."


딸, 며느리에게 받아보는 생일상은 많겠지만

아들이 챙겨주는 생일상을 받아본

행복한 엄마가 나 말고 몇 사람이나 될까?

밥을 먹는 내내 나는 한없이 행복했고

엄마를 생각하니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엄마의 딸로 살면서

단 한 번도 엄마에게 생일상 한 번을 차려준 적이 없었다.

나쁜 딸

엄마 생신 때 쫓아가서 뭐 했나......

내 손으로 직접 생신상 한번 챙겨주지도 못했으면서......

나는 엄마에게 작은 다정함도

제대로 주지 못한 딸이었구나.


아들의 생일상을 받으면서

내가 얼마나 철없었고 다정하지 못한 딸이었는지

참으로 부끄러워졌다.

일 년에 한 번 있는 생일.

밥 한 끼 해주는 게 뭐가 힘들다고.

올케언니들 친정언니들이 있어서

내가 챙기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니 너무 후회가 되었다.


엄마가 되어 자식에게 이런 대접을 받아보니

이 작은 하나에 이렇게 감동일 수밖에 없는

나는 영락없는 엄마였다.

아마 내가 이렇게 해드렸어도

엄마도 엄마니까 너무 행복하셨을 텐데.


나의 생일은 음력 8월 18일

언제나 추석 명절이 지나 있는 생일이다.

어릴 적부터 명절 끝에 걸린 나의 생일은

언제나 뒷전이었고

제대로 된 생일밥상을 먹은 기억이 없다.


추석, 아빠기일, 그리고 내 생일.

이렇게 겹치다 보니 날짜만 기억되는 생일로

몇십 년을 살아왔다.


어느덧 나이를 먹어가면서

'일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생일이 무슨 의미랴'

엄마가 차려준 생일상? 꿈도 꾸지 않았다.

남편이 차려주는 생일상?

잠시 기대를 했지만 그냥 희망고문일 뿐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아들의 생일상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 되었다.

'엄마, 미안해요. 엄마도 딸이 직접 챙겨준 생일상을

받았더라면 나처럼 너무나 행복해하셨을 텐데.'

아들이 내게 준 행복이

며칠 동안 가슴에 흘렀고

엄마 생각에 나를 머물게 했다.


그날은 내가 아들의 엄마로서 행복했지만

엄마의 딸로서 너무도 슬픈 날이었음을.

며칠 동안 엄마에게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들이 밀려와 코끝이 찡하고 마음이 아팠다.

나는 효도가 무엇인지 아들에게 배웠지만

내게는 더 이상 내 효도를 받아줄 아빠도 엄마도 안 계시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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