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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동산이 Jul 19. 2024

1장 1편 조선朝鮮 이전 #7

환桓은 어디인가?

이제 앞서 찾은 호들을 통해 바라보면, 인과 웅의 이야기는 환이라는 땅이 있던 큰 땅 천天의 큰 우두머리[帝]인 천-제[天-帝]와 그 아들, 천의 작은 우두머리[王]인 천-왕[天-王]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웅이 내려온 태백-산 꼭대기 단이라는 땅에서 웅의 아들 왕검이 군君이 되는 이야기는, 천-왕이 내려온 곳에서 천-왕의 아들이 우두머리가 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웅과 그 앞뒤 세대의 이 이야기는, 뒤에 고구려의 일어남과 관련하여 다시 살피게 될 이야기 - 천-제의 아들 천-왕 해모수觧慕漱가 어떤 곳에 내려오고 해모수의 아들 주몽이 뒤에 그 곳에서 고구려高勾麗 시조 동명-성왕[東明-聖王]이 되는 이야기와 같은 구조를 가진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물론 다른 점들 또한 많이 나타나니, 2개 이야기들이 본래 같은 것이었다거나 어떤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를 참조하여 만들어졌다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들 모두에서 천-제, 천-왕이라는 호들[號]과 더불어 천天과 태백-산[太伯/白-山]이라는 땅 이름들 모두가 나타나니, 이야기들이 모두 천과 태백-산이라는 이름의 땅들 또는 그 땅들과 가까운 땅들에서 비롯하였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환이 있고 단은 태백-산 꼭대기에 있었으니, 환과 태백-산이라는 이름의 땅들 - 해모수의 이야기가 진행된 곳이 현재 어디인지 알 수 있다면 웅과 왕검의 이야기가 진행된 곳 또한 알 수 있습니다.




이제, 해모수의 이야기에서 환과 태백-산의 위치에 대한 단서를 찾아봅시다. 삼국사기 고구려본기와 동명왕편이 이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


먼저, 삼국사기 고구려본기는 유화가 금와에게 말하기를 해모수가 압록-수 변방에서 자신과 통하였다고 하였다[E-1:①]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구삼국사의 내용을 옮긴 것으로 보이는 동명왕편 주석은 그 뒤 하-백을 만났던 해모수가 결국 유화를 내버려두고 천天으로 돌아갔다[F:①]고 적었고, 다른 주석은 그 뒤 유화의 아버지 하-백이 유화를 꾸짖고서 태백-산 남쪽 우발-택 변방에 두었다[G:①-⑬]고 적었습니다.


E-1 삼국사기 고구려본기: (여자가 말하기를 ")● (해모수가) ① 압록(-수)[鴨淥] 변방[邊]의 방[室]에서 나와 통하였다[私之].("라고 하였다.) (女子曰)●①鴨淥邊室中私之
F 동명왕편 주석: <● (천-왕[王]이) ① 천天에 올랐다.> <●①升天>
G 동명왕편 주석: <① 하-백[河-伯]이 ② 크게 화내었으며, ● 말하기를 "③ 너는 ④ 내 가르침[訓]을 따르지 않았으며, ⑤ 마침내 우리 가문[門]을 부끄럽도록 하였다."라고 하였다. ● (하-백이) ⑥ 가까운 사람들[左右]에게 명령하니, ● (사람들이) ⑦ 여자의 입을 꿰어 당겼다. ⑧ 그(=여자의) 입술[唇吻] 길이가 ⑨ 3자[尺]가 되었지만, ● (하-백은) ⑩ 다만 (남을) 따르는 남자[奴], (남을) 따르는 여자[婢] 2명[人]을 (여자에게) 주고 ⑪ (여자를) 우발(-택)[優渤]의 물[水] 가운데에 떨어뜨렸다[貶]. ⑫ 우발優渤은 못[澤]의 이름이고 ⑬ 지금 태백-산[太伯-山]의 남쪽에 있다.> <①河伯②大怒●曰③汝④不從我訓⑤終辱我門●⑥令左右●⑦絞挽女口⑧其唇吻長⑨三尺●⑩唯與奴婢二人⑪貶於優渤水中⑫優渤澤名⑬今在太伯山南>


해모수가 하-백을 만난 뒤 유화를 남겨두고 떠나자, 하-백 유화가 해모수를 만난 것에 화내고 유화를 태백-산 남쪽에 두었습니다. 이렇게 한 것은 유화가 천으로 돌아간 해모수를 다시 만나지 않도록 한 것이었으니, 해모수가 유화와 만났던 압록-수 변방과 천은 유화가 있는 곳 반대편인 태백-산의 북쪽이어야 합니다. 앞서 해모수압록-수 변방에서 바로 돌아간 곳이 천이니, 그 안의 환은 압록-수 변방 가까운 땅의 이름이어야 하지요.




이제 서의 단서를 가지고 압록-수일 가능성이 높은 곳, 다시 말해 압록이라는 단어를 포함하는 현재 압록-강부터 그 변방에 가까운 땅의 옛 이름들을 살펴지요. 놀랍게도 환이라는 글자를 포함하는 땅 이름, 도읍[都]이라는 글자가 보태어진 환-도[-都]를 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환-도[丸-都]는 삼국지 위서 동이전 고구려편이 적은 고구려의 도읍이 있는 땅의 이름입니다. 여기서 쓰인 환丸이라는 글자를 삼국지 위서 오환전은 오환烏丸이라는 무리 이름을 적는 데에 또한 썼는데, 후한서 오환열전은 같은 무리 이름을 환桓이라는 글자를 써서 적고 있으니 삼국지 위서 동이전의 환丸환桓으로 바꾸어쓸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환-도[丸-都]는 소리가 같은 글자를 써서 달리 환-도[桓-都]라고 적을 수 있습니다.


삼국지 위서 동이전 고구려편은 고구려를 깨트린 무구검의 공을 새긴 비를 환-도의 산을 깎아 세웠다고 적었는데, 이 비 재의 집안 근처 땅에서 발견되었습니다. 따라서 이 곳의 옛 이름이 환-도[丸-都] 달리 환-도[桓-都]였던 것이며, 그 뜻은 고구려 5개 부들 가운데 하나인 환-나-부[桓-那]의 도읍[都]니다. 여기가 곧 인이 있던 땅인 환이었던 것입니다.




앞서 살피는 가운데, 우리는 단이라는 땅 이름을 단壇/단檀이라는 2개의 소리가 같은 글자로 쓰는 것을 보고, 같은 자리에 놓이는 환 또한 땅 이름이라는 것은 알았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소리를 적은 것인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지요. 이제 그것 또한 확인되었습니다. 아주, 자연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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