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3. 워킹마스터 창업스토리, 우리의 브랜드 철학과 고민
창업을 한다고 다 스타트업은 아니다. 업계에서 말하는 스타트업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면, 기존 전통적 방식의 시장 시스템을 다른 방식으로 교란시켜 없던 가치를 만들어내고 이를 추구하며 계속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을 스타트업이라고 하는 것 같다. 조금 거창하지만, 혁신에 가까운.
조금 더 자본주의적인 관점으로는, 수백억의 투자를 받고, 연 30%이상씩 성장한다는 뉴스 기사에서나 볼 법한 회사들은 1000개 중 한 곳이다. 아니 사실은 그것보다 더 희박하다. 그러면 나머지 회사들은 스타트업이 아닐까? 요즘 수백억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도 부도가 나고 무너지는 것을 보며, 나는 진정 스타트업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든다.
스타트업의 사전적 정의를 성공의 의미로 규정하면 너무 힘들고 쉽게 무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함께하는 동료들이) 정의하는 성공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내 회사의 정의는 스스로 내리기로 했다. 만일 이 업이 나에게 삶의 의미를 찾아줄 수 있다면, 그 자체가 스타트업이 아닐까 하는.
그런 의미에서 나는 워킹마스터를 창업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기능성 신발 시장, 시장 사이즈를 보고 시작했다면 이렇게 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 이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나’라서 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 일을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자신 있기도 하고, 이게 너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일하는 데에 꽤 많은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다. 물론 모두가 그래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일 이외의 여가 시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일하지 않는 시간, 그 긴 여가의 무료함과 권태로움을 견디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인생의 후반기에도 또 어떤 일이든,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
내가 갖고 있는 나만의 자산
아버지가 신발 산업에 오래 종사하셨기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기존 기능성 신발 시장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한국은 신발 제조업에서 상당히 높은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부산은 나이키, 아디다스를 포함한 여러 글로벌 신발 산업의 본고장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명성에 비해 한국의 기술은 많이 퇴보했다. 중국,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여러 동남아 국가들이 신기술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신발 제조 기술을 표준화시켜서 시장에 내보내는 한국의 제조 시스템이 이제는 수명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2세대의 부재 : 한국 신발 제조 기술은 여러 면에서 너무 휼륭하지만 좋은 신발 기술을 물려받을 2세대가 없었다. 특히 젊은이들은 모두 서울로 올라가는 지역의 구조에서는 더욱 그랬다. 그리고 젊은 사람이 기능성 신발에 관심을 가지는 건 어려웠다. 남녀노소 모두가 나이키와 아디다스처럼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찾지만, 정작 그런 신발을 ‘기능성이 매우 좋은, 압도적인 편안한 신발’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었다.
다른 브랜드 철학 : 우리가 추구하는 브랜드 철학이나 신념은 그들과 명확히 달랐다. 하루 2시간, 운동할 때만 필요한 신발이 아닌 하루 종일 서 있고 걷는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더 밀접한 신발을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더 나은 퍼포먼스를 위한, 즉 기록이 향상되는 신발(Better performance for outcome)’이 아니다. ‘패션 산업의 아이콘’도 아니다. 서서 일하는 사람들, 출근 할 때나 전철을 기다릴 때 신을 수 있는 신발. 오래 걸을 때(Standing durability)의 편안함을 지향한다.
디지털 세상의 흐름 :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시대의 흐름이 발전하고, 이제는 누구나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다는 것이 나에게는 시작이고 기회였다. 거기에 테크까지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었다.
아버지와 2년 정도 이야기를 길게 하면서 내린 결론은, 우리가 충분히 시장을 바꿀 수 있다는 것. 더 빠르게 시장에 침투해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한 한국 신발 브랜드를 만들고, 그것을 디지털과 융합한다면? 그게 시대가 원하는 혁신이다.
그리고 나에게는 시장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다. 젊은 여성 CEO라는 거창한 타이틀 말고, 40년 이상 평생을 신발 제조업을 하시던 나이 많은 공장 사장님들과 나는 달랐다. 그들이 가진 좋은 기술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그리고 시장의 트렌드에 어떻게 접목시켜야 할지를 기획하고 구상하는 것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렇게 벌써 7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어느덧 2024년, 지금의 워킹마스터는 왠지 나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0년 신발 장인과 아디다스 코리아 1대 지사장 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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