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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정 Nov 15. 2024

슬금슬금 여자가 내는 소리들로~

의문스럽다. 어깨에 걸친 핸드백들, 들고 가는 핸드백들 보면서 여기에 오는 사람들은 정말 다들 부자들이구나. 샤넬 핸드백, 루이뷔통 핸드백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각광을 받고 있는 셀린느 핸드백들, 샤넬 구두를 신은 사람들, 옷들, 불가리와 까르띠에 시계, 반지, 팔찌, 목걸이 ~~~ 


처음에는 적잖이 놀랐다. 내가 남 보기에 초라하게 보이거나 트렌드를 읽지 못하고 다니는 사람 같지는 않은데도 불구하고 그런 명품들에 적지 않게 의기소침하거나 약간의 우울이 밀려올 때도 사실은 꽤 있었다. 한동안은 그랬었다. 


어떻게 나이도 아주 어린 아가씨들이 샤넬 종이가방 몇 개씩을 들고 총총히 걸어가는 모습들, 친구와 나란히 팔짱을 끼고, 모녀끼리, 커플들끼리 명품샵에서 쇼핑을 하고 나오는 모습들, 아카데미 휴게실에서 앉아서 다음 수강을 기다릴 때 눈 밑에 내려다보이는 명품 신발들, 운동화들 ~~~


이 백화점에 이 도시의 부자들이 다 모여 있는 듯한 느낌에 부럽기도 했었다. 도대체 얼마를 벌면 저렇게 마음껏 명품을 쇼핑할 수 있고 살 수가 있을까? 여자 입장에서 또 나 자신을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여자 입장에서 대단히 부러울 때가 종종 있었다. 나도 저런 옷들을 입고, 저런 신들을 신고, 저런 가방을 들고 다니면 더 멋져 보이지 않을까. 더 시선을 느끼지 않을까. 그런 마음이 솔직히 들 때도 있었다. 이쁜 것은 이쁜 것은 맞으니까.


그런데 여자만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들고, 명품 신발을 신고 다니는 남자들도 많다. 솔직히 나는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돈을 얼마나 벌면 내가 돈 만원을 쓰는 것처럼 십만 원을 쓰는 것처럼 가볍게 일상적으로 쓸 수가 있을까. 백화점 아카데미를 다니면서 아이쇼핑을 하면서 그런 생각들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보지 않았을까? 나만 그런 생각들을 했을까? 


연말이 다가오니 곳곳마다 세일이다. 여자의 마음을 보상하세요. 보상받으라는 듯이 홈쇼핑 채널부터 온라인채널까지 여자들의 관심을 끄는 상품들로 봇물을 이룬다. 나도 예전에는 금반지 하나씩, 금목걸이 하나씩 홈쇼핑을 보면서 하나씩 샀던 적이 있다. 그때 긴 무이자 할부로 잘 장만했다고 생각한다. 그런 금반지, 금목걸이라도 하고 다니니 덜 초라하다. 


예전에 남편이 직장에 다닐 때 외국에 갔다 오면서 혼자 갔다 오는 것이 미안해서인지 공항 면세점에서 별로 비싸지는 않은 명품 시계들을 몇 개 선물로 사주었다. 그런 시계라도 차고 다니니 덜 초라하다. 


부의 계급도 권력의 계급도 명예의 계급도 다 다양하겠지만 은근슬쩍 여자들이 하고 다니는 것들 사이에서도 처음에는 보이지 않는 계급들이 도사릴 때가 많다. 남자들도 그래서 차종을 중요하게 여길 때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요즘에는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인정을 받을 때가 많아지는 것 같아서 그런 점이 좋다. 처음에는 분명히 그 사람이 하고 다니는 것으로 주목을 받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사람의 내면에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와 태도, 가치관, 성실성 그런 것으로 상대를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시간은 어디에서나 큰 힘을 발휘하게 된다. 시간이 쌓여서 무언가를 만드는 것에는 '진실함'이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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